
청해도에서 휴가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이춘석 의원의 주식 차명거래 의혹과 관련해 “진상을 신속히 파악하고 공평 무사하게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국정기획위원회(경제2분과장)서도 즉시 해촉할 것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지난 6월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자리서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6일 주식 차명 거래 논란으로 탈당한 이 의원을 제명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보좌관 명의로 주식거래하는 장면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의원은 정 대표가 긴급 진상조사를 지시한 지 6시간여 만에 전격 탈당했다.
문제는 이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었다는 점이다.
이에 국민의힘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이 의원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내려놓자 기다렸다는 듯이 법사위원장 반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오랜 국회 관행인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1당과 2당이 나눠가졌던 국회 관례를 무시하고 숫자가 많다고 민주당이 모두 독식한 결과“라며 ”입법부와 행정부 모두를 장악한 민주당이 절대 권력에 취한 오만과 독선의 결과“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6일 이 의원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법사위원장에 6선의 추미애 의원을 내정했다. 추 의원을 내정한 건 핵심 국정 과제 중 하나인 검찰개혁을 원활히 추진하겠다는 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이 의원의 사태에 대해 “이 의원의 탈당 같은 꼬리 자르기로 덮을 일이 아니다”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입장을 밝혀야 할 정도로 ‘심각한 국기문란’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법사위원장 반환 요구를 무시하고 추 의원을 내정했다.
2개월 전 22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장 내정 때도 국민의힘은 “지난해 민주당은 국회 관행보다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가 더 중요하다며 법사위원장을 차지했다”며 “이제 여당이 된 민주당은 그간 주장대로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도록 법사위원장을 야당으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박근혜정부 때 여당인 한나라당이 법사위원장을 차지했고, 김대중정부 때도 야당인 민정당이 법사위원장을 차지했다는 사례를 감안하면 국민의힘의 법사위원장 반환 요구는 명분이 약하다. 여당일 때는 여당이라는 점을 앞세워 법사위원장을 차지했고, 야당일 때는 행정부 견제를 명분으로 법사위원장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때도 자유한국당은 야당이 법사위를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법사위원장을 차지했다. 당시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각 상임위에서 의결된 법안의 법사위 최종 처리를 보이콧하면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여 법사위원장의 행보는 21대 국회에서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절대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줄 수 없다는 명분을 제공했다. 결국 민주당은 여당으로서 21대 국회 전반기에서 법사위원장을 차지했다.
22대 국회에서도 다수당인 민주당이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절대 법사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내주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차지할려는 이유는 뻔하다. 법사위원장을 통해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막고 자당에 유리한 법을 우선적으로 통과시키겠다는 것이고, 결국 이정부에 대한 견제를 하면서 잃어버린 국민의힘의 존재감을 찾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다수당인데도 윤석열정부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곤욕을 치러봤고 만약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내줄 경우, 법사위원장의 제동으로 인해 제대로 입법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그래서 민주당도 절대 법사위원장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이춘석 법사위원장이 주식 차명거래 의혹으로 탈당했고, 향후 사법 처리까지 예상되는 마당에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내줘야 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사위원장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지를 잘 알고 있는 민주당이 그럴 리는 만무하다.
국회 법사위원장은 국회의장 다음으로 막강한 힘을 가진다. 법사위원장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모든 법안을 스톱시킬 수 있고, 각 상임위원회에서 의결한 법안 내용도 수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법사위원회는 모든 상임위원회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다.
이 의원에 대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강한 조치로 볼 때, 국민의힘의 법사위원장 반환 요구에 대한 명분이 어느 정도만 있어도 이번 이 의원 사태를 기회로 법사위원장 자리를 반환받을 수 있었는데, 명분이 약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