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나라도 극단적 우향우

2025.07.28 16:38:36 호수 1542호

극우 판치는 일본 정치 현 상황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자민당의 참패로 끝난 일본 참의원 원원 통상선거에선 신생 극우 포퓰리즘 정당 참정당이 돌풍을 일으켰다. 참정당 돌풍은 내홍·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에 전한길씨가 입당해 논란을 빚은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상당하다.



일본에선 지난 20일 제27회 참의원 의원 통상선거(이하 참원선)가 진행됐다. 참원선은 3년 단위로 전체 248석을 절반씩 나눠 진행한다. 이번 선거는 125석을 놓고 진행됐다.

거듭된 참패

선거 결과, 여당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과 공명당 연합은 각각 39석과 8석을 얻어 총 47석을 확보하는 데 그쳐 참패했다. 이로써, 연합은 전체 248석 중 122석을 차지해 과반이 무너졌다. 연합은 지난해 10월 진행된 제50회 중의원 의원 통상선거(이하 중원선)에서도 총 465석 중 각각 191석·24석 등 총 215석을 차지하는 데 그치는 참패를 당했다.

이로써, 중의원과 참의원 모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은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에게 큰 부담이 됐다. 참원선 참패 직후 이시바 총리에겐 자민당에서 사퇴하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일본 내 보수 성향이 강한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22일, 자민당 아소 다로 최고고문과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이 만나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으면, 당에 대한 비판이 늘어날 뿐”이란 인식을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시바 총리에 대한 책임 추궁을 의미한다. 반면 이시바 총리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국정에 정체를 초래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고, 자민당은 제1당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 후 같은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시바 총리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할 수도 없다. 총리 지명 선거는 중의원과 참의원이 모두 참여한다. 모두 과반이 무너진 상태에서 섣불리 총리 지명 선거를 진행하면, 야당이 연합해 정권교체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다당제 특성상 실현 가능성이 낮은 예상이지만, 만약 실제 상황이 되면 이시바 총리와 자민당은 중의원 해산이란 도박을 해야 한다.

일 참원선 자민당 참패 발칵
‘극우 포퓰리즘’ 참정당 돌풍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은 정당은 참정당이다. 참정당은 지난 2020년 창당된 극우 포퓰리즘 정당으로서, 이번 참원선에서 14석을 얻어 참의원 의석 규모가 1석에서 15석으로 늘었다. 참정당은 코로나19가 유행할 당시 백신·마스크 착용 반대 운동을 진행한 대안 우파 성향 정당이다.

정강 정책으로는 ▲덴노 숭배 및 정치 참여 가능 ▲외국인 노동자 반대 ▲태평양 전쟁 찬양 ▲주일미군 철수 ▲언론의 자유 폐기 등 극우 성향이 담겨있다.

참정당 돌풍은 일본에서 일명 ‘로스 제네’로 통하는 4050 세대의 지지가 뒷받침됐단 분석이 이어진다. 일본의 4050 세대 중엔 거품 경제가 꺼진 후 취업난을 극복하지 못해 저임금 비정규직을 전전한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인 은둔형 외톨이 현상도 이들로부터 시작됐다.

참정당 창당 이전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30 세대의 굳건한 지지를 바탕으로 자민당의 선거 승리를 이끌었다. 이들은 ‘아베노믹스 이후 고용 환경이 개선됐다’고 보고, 아베 전 총리를 지지했다. 아베 전 총리 사망 이후 자민당은 ▲정치자금 축소 기재 논란 ▲아베 일가와 통일교의 밀착 의혹 등 악재가 이어졌다.

이어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와 이시바 총리는 연이어 아베파(세이와정책연구회) 소속 의원들의 공천을 대거 자르는 등 아베 전 총리의 흔적을 지워나갔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조롱을 들었고, 이시바 총리의 당선을 지원했다.

이시바 내각이 각종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는 사이, 일본의 중·청년 유권자들은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따라서 자민당·공명당이 잃은 지지세는 극우와 중도 보수로 분산돼 연합이 양원 모두 과반을 잃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선 “일본 보수 유권자들이 분화한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자민당·공명당의 연이은 선거 패배는 우리나라 보수 정당 국민의힘이 내홍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의힘과 자민당은 각각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보수 정당으로서, 당내서 불거져 나온 각종 논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도시 지역에서 참패를 거듭하고, 기존 텃밭인 지역에서 선전해 최악을 면했단 공통점도 있다.

아울러 개혁신당과 참정당이라는 신생 정당이 선전하면서 유권자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설득을 하고 있단 공통점도 있다. 다만 극우 정당임이 명확한 참정당과 달리, 개혁신당은 정체성을 극우라고 명확히 결론 내릴 수 있을지 논쟁의 여지가 있다.

환영받는 일본 극우
조롱받은 한국 극우

진보 진영에선 급진적 페미니즘 진영과 강경하게 논쟁하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강하게 비판하는 이준석 의원이 지닌 성향을 근거로 개혁신당을 극우로 규정한다. 하지만 이 의원과 개혁신당은 참정당처럼 정강·정책이나 공식 의견에서 명백하게 극우적 주장을 명시한 적은 없다.

이런 차이는 한국과 일본의 유권자 성향으로부터 비롯됐단 분석을 할 수 있다. 전 세계 각국에선 극우 세력이 상당한 정치적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우리 극우 세력은 일부 강경 기독교 세력이 주도하고 있어 전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부정선거론 등을 주장하는 일부 극우 세력에 대해선 경계하고 조롱하는 태도가 폭넓게 퍼지고 있다.

아울러 사회의 주축이 되는 4050 세대가 일본과 정반대 되는 선택을 하고 있다. 우리 4050 세대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다른 세대보다 굳건한 것으로 확인된다. 취업난 여파에 시달린 일본의 4050 세대는 그동안 일본의 중도·진보 성향 야당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 4050 세대는 국민의힘이 기이한 정치적 파문을 잇자 민주당의 핵심 기반이 됐다.

반대로 2030 세대 남성은 4050 세대에 대한 반감이 커서 그들에 비해 비교적 보수화됐다. 하지만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큰 실망을 하면서, 이 의원이 창당한 개혁신당으로 지지를 분산한 측면이 있다.


지상파 방송 3사가 대선 직후 발표한 공동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는 20대 남성 37.2%의 지지를 얻었고,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36.9%를 얻었다. 30대 남성에선 김 후보가 34.5%를 얻었고, 이 후보가 25.8%가 얻었다. 30대 이하 남성 중 최소 60% 이상은 보수정당 후보를 지지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몸집 키우기

일본의 참정당 돌풍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신생 극우 정당이 돌풍을 일으킨 사례가 없다. 양당제가 굳건한 미국의 대안 우파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매개로 공화당을 접수하는 방향으로 정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극우 세력 전반에 대한 여론의 거부감이 큰 상황에서 이들이 의미 있고 독자적인 정치 세력이 되긴 어렵다. 따라서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전한길씨가 국민의힘에 입당해 사실상 당 장악을 시도하는 상황은 의미심장하다. 다당제와 양당제 환경에서 극우 세력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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