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김건희·채 상병 특검이 현역 의원들의 의원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칼끝이 국민의힘으로 향하고 있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를 막기 위해 의원들에게 소집령까지 내렸지만, 불과 23명만 동참했다. 차기 당 대표는 점점 옥죄어 오는 특검 수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을 조준한 특별검사팀(이하 특검팀)은 ▲내란 특검 ▲채 상병 특검 ▲김건희 특검 등 3개다. 이 중 내란 특검팀은 지난달 18일부터, 그 외 2개 특검은 이달 들어 수사를 시작했다.
콩가루 전조?
채 상병 특검팀은 지난 11일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18일엔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임 의원은 고 채수근 상병 순직 당시 국가안보실 2차장이었다.
임 의원은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임성근 당시 해병 1사단장의 처벌 가능성을 보고받은 후 격노한 것과 관련해 “국방부와 대통령실이 사건 이첩을 보류하고, 조사 결과를 바꾸게 했다”는 일명 ‘VIP 격노설’과 연관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임 전 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건희 특검팀은 국민의힘 윤상현·권성동 의원을 각각 압수수색했고, 김선교 의원의 출국을 금지했다. 윤 의원에 대해선 지난 8일,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권 의원은 지난 18일 압수수색을 당했다.
권 의원은 “통일교가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등을 전달하면서 청탁을 시도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청탁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채 상병 특검팀의 임 의원 압수수색 당시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소속 의원 107명에게 소집 명령을 내렸지만, 임 의원의 사무실 앞에 모인 이들은 23명에 불과했다. 권 의원 압수수색 당시에 모인 의원 수도 비슷했다.
대신 권 의원이 전 원내대표이자 친윤계(친 윤석열)의 핵심이었던 것을 감안한 것인지, 우원식 국회의장을 항의 방문했다.
수사 칼끝 현역 의원으로 향해
압수수색 항의에 23명만 참여
문제는 전체 의원 중 약 20%만이 압수수색 항의에 동참했단 것이다. 이들 중 권 의원(강원 강릉)과 임 의원(경북 영주·영양·봉화)의 지역구는 국민의힘 핵심 텃밭이다. 윤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 을)은 수도권 소속 의원이다.
어떤 의원의 압수수색엔 모이지도 않았고, 그나마 모였을 때도 전체 의원 중 일부만이 모였다는 것으로부터 “이들의 위상을 알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의원과 권 의원은 5선 중진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심장하다.
국민의힘 탈당 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김상욱 의원은 일명 ‘언더 찐윤’ 이론을 주장했다. 이후 권 의원 등 이름이 널리 알려진 친윤계 의원을 두고 불거진 “국민의힘의 실세가 아니라, 언론 앞에 나서는 것을 꺼리는 언더 찐윤이 내세운 얼굴마담에 불과하다”는 의심이 힘을 얻고 있다.
압수수색 항의에 동참한 의원 수는 이를 증명하는 근거로 통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전초전에 불과하다”는 게 다수의 관측이다. 김건희 특검팀이 아직 명태균 게이트 관련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지난 16일 명태균 게이트 핵심 제보자 강혜경씨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강씨는 다음 날 ‘오마이TV’에 출연해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당시 당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의원의 역할이 엄청나게 컸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나와 있는 증거만으로도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명씨의 대리를 맡은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 2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명씨의 황금폰을 포렌식하니, 번호가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었다”며 “가히 명태균 사단이라고 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보수 결집? 인적 청산?
차기 당 대표 선택은?
그러면서 “명씨에 따르면, 명태균 특검에 반대하거나 대답 없이 도망가는 사람은 모두 명태균 사단”이라고 강조했다. 명태균 특검법은 지난 2월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가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던 적이 있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본회의에서 통과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따라, 명태균 게이트도 수사 범위에 포함됐다. 3개의 특검은 국민의힘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특검은 아직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추후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의원들은 40명이 넘는다.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을 국회가 아닌 여의도 당사로 소집했다. 이후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교감을 한 후 고의로 비상계엄 해제를 방해하기 위해 의원들을 당사로 소집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아울러 국민의힘 나경원·윤상현·김기현 등 의원 45명은 공조수사본부가 지난 1월6일 윤 전 대통령 체포를 시도할 당시 이를 저지하기 위해 대통령 관저 근처에 집결했다. 이후 이들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행위를 저지른 것 아니냐”는 질타를 받았다.
진보당은 이들을 고발했고, 이 고발 사건은 지난 18일 서울경찰청 안보수사1과에서 내란 특검팀으로 이첩됐다. 내란 특검팀은 이를 내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지난 22일 대구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개최한 후 이들을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조 의원은 “당 대표가 되면, 정통 보수 가치를 훼손·오염시키는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며 “윤 전 대통령 체포를 막기 위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근처에 간 의원 45명은 혁신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 차기 당 대표가 특검 수사를 막을 방법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 의원의 주장은 “차라리 특검 수사에 협조해 국민의힘의 인적 청산·혁신 기회로 삼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대통령 관저 앞에 간 국민의힘 의원 45명 중 상당수는 국민의힘의 전통적인 표밭 출신 의원들이다. 이들 중엔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도 있다. 지명도가 낮은 의원은 현재 언더 찐윤으로 의심받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계(친 한동훈)나 조경태 의원 등 국민의힘의 혁신을 주장하는 당 대표 후보들로선 역으로 특검 수사를 “언더 찐윤을 모두 물갈이할 기회”라고 여길 수도 있다.
2개 선택지
따라서 국민의힘의 미래를 좌우할 것은 전당대회보단 특검 수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차기 국민의힘 당 대표에겐 둘 중 하나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장동혁 의원 등 반탄(탄핵 반대) 성향 당 대표 후보들은 특검 수사 방어를 주장하며, 보수 세력 결집을 시도할 기회로 여길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후보들은 조 의원처럼 당내 인적 청산과 체질 개선 기회로 여길 가능성이 있다. 특검 3개의 칼끝은 하루하루 국민의힘에 다가오고 있다. 과연 차기 당 대표는 어떤 선택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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