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주4일제 공약과 제헌절 공휴일 지정 소고

2025.07.18 09:04:52 호수 1541호

소는 누가 키우나?

이재명 대통령은 제헌절인 지난 17일, 4차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제헌절은 헌법이 제정·공포된 것을 기념하는 날임에도 이른바 ‘절’로 불리는 국가기념일 가운데 유일하게 휴일이 아닌 것 같다”며 “제헌절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군사쿠데타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국민들이 그야말로 헌법이 정한 주권자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 민주 헌정 질서를 회복했다”며 “향후에 제헌절을 특별히 기릴 필요가 있기 때문에 휴일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이날 제77주년 제헌절을 맞아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헌법의 중요성과 상징성에 걸맞게 제헌절의 위상을 바로 세워야 한다"며 제헌절 공휴일 지정을 제안했다.

지난 9일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도 제헌절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제헌절 공휴일 법안은 과거에도 많이 발의됐지만,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현재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지난 15일에도 국회 입법조사처는 ‘제헌절 공휴일 재지정 필요성과 주요 논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제헌절은 유일한 ‘비공휴일 국경일’이므로 국경일로서의 위상 회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야 의원의 법안 발의에 이어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 그리고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발언까지 이어지는 걸 보면 제헌절이 공휴일로 지정되는 게 순조롭게 진행될 분위기다. 2007년까지 제헌절은 공휴일이었다. 그런데 2005년 주5일제 도입에 따른 근로시간 감축과 생산성 저하 우려가 제기돼 2008년부터 공휴일에서 빠졌다.


최근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등으로 헌정 질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헌법의 가치에 대한 재인식이 대두되고 있어, 제헌절의 상징성을 되새기자는 움직임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제헌절 공휴일 지정에 대해 경제적인 문제가 걸림돌이 된다. 아직 경제단체나 사회단체가 반대 성명을 내지 않고 있지만, 언제 문제 삼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공휴일 확장은 국민 휴식 보장과 복지 향상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기업과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되는 게 문제다. 공휴일은 유급휴일로 근로자가 일을 하지 않아도 임금을 지급해야 하고, 근무 시에는 추가 수당도 줘야 하고, 작업 일수 감소로 생산이 줄어들어 기업엔 엄청난 부담이 된다.

2026년 관공서 공휴일로 지정된 법정공휴일은 총 14일이며, 주말을 포함한 주 5일제 기준으론 총 118일이 휴일이라고 한다. 만약 주4일제가 도입되면 휴일이 180일이나 된다. 1년 중 반이 쉬는 날이니 기업이 좋아할 리 없다.

그런데 대선 당시 주4일제 공약까지 한 이 대통령이 주4일제에 맞지 않는 공휴일 확장을 언급해 안타깝다. 물론 제헌절을 맞이해 헌법의 중요성과 국민주권의 상징성 차원에서는 이해가 된다. 그래도 경제적인 차원의 고려 없이 나온 것 같아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지 의문이다.

지난 16일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예산 절감 차원에서 부활절 다음 날인 ‘부활절 월요일’과 제2차 세계대전 유럽 전승일인 5월8일 공휴일을 폐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공휴일을 줄이는 이유에 대해 “해당 공휴일을 없애면 기업과 상점, 공공서비스 부문에서 경제활동이 증가해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휴일을 하루 늘리겠다는 우리나라와 달리 프랑스는 공휴일을 이틀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런데 이번 제헌절 공휴일 발언은 경제 살리기 과제와는 맞지 않다. 프랑스가 경제 악화에 대한 위기 의식을 느껴 공휴일을 줄이려고 하는 점을 우리 정부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필자는 ‘공휴일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주4일제에 맞게 공휴일 수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5년 주5일제를 도입하면서 제헌절을 공휴일에서 뺐듯이, 20년이 지난 지금 주4일제를 도입하려는 정부가 공휴일을 줄이는 게 경제 살리기를 공언한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도 더 맞을 것이다.

정부가 대체 휴일도 남발하면 안 된다. 주4일제에 공휴일 확장에 대체 휴일까지 적용되면 1년 중 반 이상이 휴일이 되고, 상황에 따라 10일 이상 장기 휴일이 생겨 경제를 마비시킬 수도 있다.


프랑스가 파비앵 루셀 공산당 대표의 “정부가 공휴일을 없애 국민에게 공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과 조르당 바르델라 국민연합 대표의 “부활절 월요일과 5월8일 공휴일 폐지는 프랑스의 역사와 정체성, 노동에 대한 가치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것”이라는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휴일을 줄이려는 이유가 경제를 살리는 게 가장 우선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필자는 제헌절이 국가 초석을 다진 헌정사의 출발점이라는 의미와 상징성이 있어 제헌절 공휴일 지정은 찬성한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AI, IOT, 로봇 등의 발달로 업무나 생산성은 높은데 국제노동법상 연간 근로시간이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이상으로 많아 주4일제 도입도 찬성한다.

다만 공휴일이 확장되는 건 반대한다. 주4일제에 맞는 공휴일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제헌절 공휴일을 언급한 날 페이스북에 “우리 헌법도 달라진 현실에 맞게 새로 정비하고 다듬어야 할 때”라는 글을 올렸다. 제헌절 공휴일 발언이 이 대통령의 개헌 의지를 알리는 신호탄이었지만, 경제 살리기 과제에는 맞지 않는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이 17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제헌절을 공휴일로 지정하되, 기념일 2~3개를 공휴일에서 빼는 것도 검토해보라”고 발언하지 못한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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