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칼춤’에 국힘 발칵⋯쇄신 가능성은 갸우뚱

2025.07.17 16:48:30 호수 0호

나경원·송언석·윤상현 등 거론
당 지도부에선 ‘미지근’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예고 없이 기자회견을 열고 나경원, 윤상현, 장동혁 의원,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 등 4인의 실명을 거론하며 “스스로 거취를 밝히라”고 요구해 파장이 일고 있다.



혁신위원회가 그간 ‘8대 사건’ 관련자들의 자진 사과를 촉구하면서도 대상자를 특정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인적 쇄신’을 정면으로 요구한 것이다.

윤 위원장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와의 단절에 저항하고 당을 탄핵의 바다에 밀어 넣고 있다. 나경원, 윤상현, 장동혁 의원과 송언석 원내대표는 스스로 거취를 밝혀라”라고 요구했다.

그는 “지난 13일 이 자리에서 당이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책임이 있는 분들께 사과를 촉구한 바 있는데, 그 이후 사흘간 사과는커녕 인적 쇄신도 필요 없다며 과거와의 단절 노력을 부정하고 비난했다”고 ‘1차 명단’에 포함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윤 위원장은 “1차 인적 쇄신안에 포함된 사람들은 당장 깊이 연관된 사람들로, 뒤따라 올 (2차)쇄신안이 있을 것”이라며 2·3차 추가 청산 대상이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언급하진 않았지만 혁신에 위반된 인물이라면 언제든 청산 대상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그간 윤 위원장이 ‘8대 사건’을 언급하며 당내 쇄신을 촉구했지만, 실명을 거론하며 구체적인 대상자를 지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대 사건은 ▲대선 패배 ▲대선후보 교체 시도 ▲대선후보의 단일화 입장 번복 ▲탄핵 국면 국민의힘 의원 40여 명의 한남동 관저 앞 시위 ▲당원 게시판 논란 ▲22대 총선 공천 원칙 무시 ▲비윤(비 윤석열)계 당 대표 선출을 막기 위한 당헌·당규 개정 ▲친윤(친 윤석열)계 인사들의 국정 운영 왜곡 방치 등을 말한다.

윤 위원장이 지목한 인사들은 최근 ‘윤석열 어게인’ 행사 참석 등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이들을 향해 “광화문의 광장 세력을 당 안방으로 끌어들였다. 그곳에 간 의원들은 계엄을 계몽이라 생각하는 것이냐? 추억이라 여기는 것이냐?”면서 “국민과 당원에게는 계엄이 악몽이다. 그간 당의 혜택을 많이 받은 중진이란 분들이 혁신을 면피 수단으로만 삼으면서 실제로는 과거로의 회귀를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내 계파 활동에 대해서도 “친윤이 전횡하더니 친한은 언더73이라는 명찰을 달고 계파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며 싸잡아 비판했다. 그러면서 “20일 의원총회에서 107명 의원 전원은 계파 활동을 근절하고 당의 분열을 조장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하고 서약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윤 위원장의 강경한 요구에 당 지도부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송 원내대표는 윤 위원장의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당의 역량 강화와 혁신을 위한 충정으로 (요구)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광화문의 광장세력을 당 안방으로 끌어들였다’는 윤 위원장의 지적에 대해선 “전혀 공감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인적 쇄신 1차 대상에 포함된 당사자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윤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당을 살리고 무너진 보수를 다시 세우기 위해 저는 언제든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돼있다”며 “정말로 당과 보수 재건을 위한 혁신이라면 저를 먼저 혁신위로 불러달라”고 항변했다.

그는 “누구보다 당을 사랑하고 누구보다도 정의로움을 외쳐 왔다”며 “당과 보수 재건을 위한 혁신이라면 그 어떤 희생도 두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 위원장은 무작정 여기저기 다 절연하자고 한다. 국민의힘마저 절연하면 그분들은 누가 지켜줄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선거 때는 도와 달라고 사정하고, 선거 끝나면 내쫓고, 소금 뿌리고, 문 걸어 잠그고, 얼씬도 못하게 한다. 그리고 그것을 ‘혁신’으로 포장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지금 거취를 표명해야 할 사람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라며 “윤 위원장의 오발탄으로 모든 것이 묻혀버렸다”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사람들 몇몇을 제물 삼아 불출마 선언으로 쳐낸다고 내란당 프레임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어 “벼락같았던 비상계엄 이후 당이 갈팡질팡하고 속수무책일 때 중심을 먼저 잡은 건 국민들”이라면서 “나는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을 지키기 위해 의사결정의 민주적 정당성이 결여된 탄핵에 동의할 수 없었기에 그들과 함께 민주당에 맞서 싸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혁신위가 요구하는 사과는 사과가 아니라 탄핵에 반대했고, 우리 당을 대선에서 지지해줬던 40%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소신 없는 정치인의 자기부정일 뿐”이라며 “혁신의 본질과 방향부터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들 모두 윤 위원장이 요구한 즉각적인 거취 표명에 대해선 언급을 자제했다.

당 안팎에선 윤 위원장이 추진하는 혁신안이 오는 20일 의원총회에서 제대로 논의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 위원장의 ‘실명 저격’은 당내 쇄신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 또한 명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서 윤 위원장은 ▲대통령 부부 전횡에 대한 책임 당헌·당규 명시(1차 혁신안) ▲최고위원 폐지 및 당 대표 중심 ‘중앙 당무위’ 체제 전환(2차 혁신안) ▲탄핵에 대한 바다를 건너지 못하도록 막은 인사들의 사과·반성(기자회견)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정치권에선 윤 위원장의 이번 행보가 오히려 당내 분열만 키울 뿐 실질적인 혁신은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혁신위원장이라는 직책의 한계와 당 지도부의 소극적 태도가 맞물리면서 윤 위원장의 ‘칼춤’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윤 위원장이 아무리 강력한 쇄신안을 내놔도 비상대책위원회와 의원총회에서 거부되면 무용지물이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탈당 또는 사퇴할 명분이 없는데 수용 가능성이 있겠느냐”며 “지도부 의원들도 모두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결국, 윤 위원장의 ‘실명 저격’은 국민의힘의 쇄신을 위한 ‘승부수’였지만, 당내 반발과 혁신위원회의 한계라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힌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 위원장이 혁신 의지를 보이는 것은 좋지만, 방법이 지나치게 강경하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당내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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