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 펑펑?’ 추경 진실과 거짓

2025.06.30 10:00:32 호수 1538호

곳간 문고리 잡고 옥신각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추경을 놓고 여야가 격돌했다. 국민의힘은 새 정부가 벌써 나랏돈을 깎아 먹고 있다며 거칠게 몰아세웠다. 야당의 논리대로라면 대한민국 경제가 고꾸라지는 건 시간문제다. 오해를 풀기 위해 정부·여당이 소상히 설명에 나섰지만 협치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 정책은 ‘경제 마중물’이 핵심이다. 정부·여당은 돈이 돌면 경제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지만 국민의힘은 좀처럼 동의하지 않고 있다. 추경(추가경정예산안)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민생을 위한 생산적인 추경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맞춤형 지원

첫 번째 난관은 이 대통령이 꾸준히 언급하던 민생회복 지원금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19일 이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국민 민생회복 소비 쿠폰 예산 13조2000억원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예산 6000억원 등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의결했다.

지원금 논의가 나올 때마다 국민의힘은 현금을 살포해 미래 투자를 포기하는 전형적인 ‘표풀리즘’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정권 초반부터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이 달콤한 말로 국민의 혼을 쏙 빼놓고 있다”며 “민주당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거의 없다. 이는 야당으로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코로나19 당시 긴급재난지원금 사례를 언급하며 민생회복 지원금 역시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2020년 한국개발연구원(이하 KDI)이 행정안전부 정책 연구용역으로 수행한 ‘긴급재난 지원금 지급에 관한 연구’ 요약에 따르면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업종의 판매액이 증가한 것으로 보아 해당 정책이 민간소비 회복에 기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체감경기지표의 급격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으나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그래프를 보였으며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등의 체감경기를 개선하고 인허가업종의 휴·폐업률 안정화에 기여해 경영 안정 효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민이 지원금을 ‘대체 소비’로 여겨 원래 지갑에 있던 돈은 저축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KDI는 재난지원금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취약계층에 집중해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작부터 돈 푸는 이재명정부
“미래를 위한 ‘경제 마중물’”

이 대통령은 지난 2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선별적 지급 방식의 ‘맞춤형 지원’을 직접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약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 쿠폰을 편성해 소비 여력을 보강하고, 내수시장 활성화를 지원하고자 한다”며 “소비 쿠폰은 전 국민에게 보편 지급하되, 취약 계층과 인구 소멸 지역은 더 두터운 맞춤형 지원으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전 국민 1인당 15만원에서 최대 52만원까지 구간을 나눠 필요한 곳에 돈이 흐를 수 있게 된다. “나랏돈을 풀면 결국 빚만 늘게 된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지원금을 통해 소비가 늘고 자연스럽게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빚 탕감 정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의 채권을 탕감해주는 이른바 ‘이재명표 배드뱅크’다. 지난 2020년 정부가 시행한 코로나19 대출 가운데 약 50조원이 올해 9월 말로 만기가 도래하는 만큼 금융 당국이 직접 나서 소상공인과 취약계층 등을 위한 채무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해당 정책은 코로나19 여파와 비상계엄 등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자 상환 여력이 없는 취약 차주 약 113만명의 장기연체 채권을 정부가 소각하는 걸 골자로 한다.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은 한국자산관리공사(KAMKO·캠코)가 출자하는 채무 조정기구가 금융사로부터 장기 연체채권을 일괄 매입한 뒤 빚을 탕감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여기에 사용될 예산은 약 8000억원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절반은 2차 추경으로, 나머지 절반은 민간 금융사의 지원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자영업자 사이에서 성실하게 빚을 갚은 사람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5000만원의 빚 정도는 갚지 않고 버티면 정부가 해결해준다’는 인식에 반발심만 키울 것이란 해석이다.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자 이 대통령은 “성실하게 상환 중인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분할 상환 기간을 확대하고 이자를 추가 감면하겠다”는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또한 배드뱅크 정책에 대해 “그 빚은 용서가 아니라 정의로운 정리”라며 “갚을 수 없고 회수도 불가능한 부채를 사람이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사회가 책임지는 구조로 바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구제가 아닌 사람 회복 정책이다. 1조1000억원으로 113만명의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할 수 있다면 그건 단순한 예산이 아니라 정치의 품격”이라고 밝혔다.

빚 탕감 정책이 불러온 후폭풍
국채 늘어만 가는데…수습은?

2차 추경으로 국가채무가 불어난 점도 지적 대상이다. 당초 예상보다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 추경까지 겹치다 보니 국가채무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2차 추경안에 따르면 이번 추경 재원 조달을 위해 19조8000억원 규모의 적자 국채가 발행된다. 재정을 풀어 주저앉은 내수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구상이지만 국민의힘은 “포장만 거창한 이재명표 추경으로 실상은 ‘빚 내서 뿌리는 당선 사례금’에 지나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이 ‘마이너스’ ‘세수 부족’ ‘나라 곳간 사유화’ 등의 비판을 쏟아냈지만 현재 경제 상황에서는 재정 건전성을 따지기보다 시중에 돈을 푸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 역시 “추경 편성으로 불가피하게 관리 재정수지 적자와 국가채무가 상승하게 됐다”면서도 “경기가 우상향 경로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적기에 과감한 재정 투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 초기부터 빚을 떠안고 시작하는 만큼 이 대통령의 경제 정책은 당분간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관측된다.

뒤처리는?

한 여권 관계자는 “추경 관련해 국민의힘은 ‘공감’을 말하고 있지만 막상 협상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 정부의 정책이 자영업자 같은 일반 국민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것이다 보니 크게 목소리를 내기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이재명표’ 꼬리표가 붙는다고 무조건 반대 하기에는 그쪽도 그쪽대로 대안이 없다. 뾰족한 수가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당시 감세정책으로 약 16조원의 세수가 줄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기에 삭감된 R&D 예산 등을 정상궤도로 올리려면 또다시 돈이 든다”며 “(윤 전 대통령이) 너무 많은 숙제를 남기고 갔다. 전 정부가 친 사고 수습하다가 5년 다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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