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히지 않은 김용태 승부수

2025.06.30 10:13:40 호수 1538호

버티는 중진 넘지 못했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의 대선 패배 후 5대 개혁안을 제시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가 저물고 있다. 그에겐 의결권도 없는 혁신위원장을 맡으란 제안도 조롱처럼 날아왔다. ‘혁신의 아이콘’이 되고 싶었을 그의 소망은 과연 전당대회 출마로 이어질 수 있을까?



국민의힘 김문수 전 대선후보는 지난달 13일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행사해 만 35세 초선 김용태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발탁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30일까지다.

김 전 후보는 그로부터 3일 전, 권영세 당시 비대위원장·권성동 당시 원내대표 등 지도부에 의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후보를 단일화하겠단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제로 교체될 뻔했다. 당내 기반이 없어 큰 수모를 겪은 대선후보가 지명한 비대위원장의 정통성과 권위는 약할 수밖에 없다.

허수아비

따라서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허수아비 아니겠느냐”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달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김용태 비대위원장을 내세운 국민의힘 사람들은 참 나쁘다”며 “권성동 전 원내대표 대신 젊은 사람을 얼굴마담·방패막이로 내세워서 화살받이를 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김 비대위원장은 이 같은 예상을 뒤집고 지난 8일 ▲9월 전당대회 개최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 ▲민심·당심 반영 절차 확립 ▲지방선거 100% 상향식 공천 등 5대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어 스스로 당무 감사권을 발동했고, 지난 12일엔 당무감사위원회에 출석해 면담 조사를 받았다.

김 비대위원장은 원래 당 혁신안 논의를 위해 의원총회를 소집했지만, 권 전 원내대표는 이를 취소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이 당무감사를 받는 동안 원내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하면서 “절차·필요성·여론 등 모든 걸 고려해 대선후보를 교체하려고 한 것”이라며 “당시 법적·정무적 판단엔 하자가 없다”고 반박했다.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은 김 비대위원장의 5대 개혁안을 지지하면서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하지만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들은 “당 개혁 논의는 차기 원내지도부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송언석 신임 원내대표는 혁신위원회를 설치해 당 개혁 논의를 대신하려고 한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에게 돌아온 것은 친윤계의 사퇴 요구였다. 국민의힘 친한계 정성국 의원은 지난 17일 <일요시사>와 만나 “김 비대위원장이 5대 개혁안을 발표하는 등 자신의 목소리를 내자, 친윤계 의원들이 당황하면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5대 개혁안 내놓자
“혁신위원장 맡으라”

이어 친윤계 재선 조정훈 의원은 지난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 비대위원장이 전권을 가진 혁신위원장을 맡는 게 좋겠다”고 주장했다. 혁신위는 당내 의결권이 없다. 당 대표 격인 비대위원장에게 “임기 종료 후 의결권이 없는 혁신위원장을 맡으라”고 제안하는 것은 조롱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를 전해 들은 김 비대위원장은 “인내심 한계를 시험하는 게 아니냐”면서 불쾌해했다. 우군 없는 혁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 비대위원장에겐 이해관계가 잠시 일치해 지원하는 친한계 의원들 외엔 우군이 없다. 당내 주도권을 쥔 친윤계는 김 비대위원장의 개혁안 일체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비대위원장을 지명한 김 전 후보는 등장할 계기를 기다리면서 관악산에 올라가 턱걸이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 비대위원장으로선 외로운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김 비대위원장은 성격이 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격 괄괄하기로 유명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국민의힘 대표란 막강한 정통성까지 갖추고 대선을 치렀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 대표 재임 당시 공직 후보자 기초자격평가를 도입해 시험 합격자에게만 공천을 주려고 하는 등 특이한 시도를 이어갔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및 친윤계 의원들과의 갈등은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이 의원은 결국 성 상납 의혹을 이유로 당원권 정지 6개월이란 중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했다.


불과 3년 전 일이었다. 친윤계 의원들은 여전히 국민의힘 주도권을 잡고 있고, 경선을 통과한 대선후보까지 축출하려고 할 정도로 막강한 당내 영향력을 과시했다. 김 비대위원장 홀로 이들을 상대하는 것은 처음부터 버거웠다.

김 비대위원장의 5대 개혁안은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2명이나 파면되고, 지난 대선에서 패배했던 이유와 직결되는 내용으로 구성돼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을 고수하고, 윤 전 대통령과 확실히 절연하지 못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전대미문의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당원들이 분노함에 따라 부결할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생각 없다” 선 그어도
꺼지지 않는 전대 출마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이 사태를 일컬어 “국민의힘이 해산될 수도 있는 이유”라고 비난했다.

특히 의원들의 역린을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은 ‘지방선거 100% 상향식 공천’이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각 지역구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기초자치단체장과 광역·기초 의원 공천은 그야말로 의원들의 ‘대목’이다. 막강한 영향력의 근원을 건드리려는 것은 의원들의 기반을 뿌리째 흔들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도 있다.

김 비대위원장의 개혁안은 국민의힘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평가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개혁은 기득권을 건드리고, 이는 곧 반발을 부른다. 개혁안은 의원들의 역린을 건드릴 수도 있는 내용으로 구성돼 큰 문제가 됐다.

오는 8~9월 개최가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엔 ▲김 전 후보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나경원 의원 등의 출마가 예상된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3일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와 만난 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 당이 잘못했던 과거를 처절하게 반성하지 않고, 국민 앞에 변화하겠다는 쇄신·개혁의 의지마저 없는 상태라면 저는 전당대회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면서 일단 선을 그었다.

지난 15일엔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관에서 마련한 모임에 참석했다. 이 자리엔 국민의힘 권영진·김재섭 의원과 이 의원도 참석했다. 오 시장은 김 비대위원장에게 “남은 임기를 꼭 채우고 개혁안을 관철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지난 19일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김 비대위원장에게 전당대회 출마를 권유했다”고 밝혔다. 출마를 권유한 명분은 “당원으로부터 직접 개혁안에 관한 판단을 받아보는 것”이었다.

따라서 김 비대위원장의 부정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친윤계 중진의 ‘버티기’ 때문에 개혁안이 좌초되고 있는 상황을 모든 사람이 생생하게 바라보고 있다.

모욕·조롱

김 비대위원장은 5대 개혁안을 추진함으로써 비대위원장으로서의 발자취를 남기고, ‘허수아비’란 평가에서 벗어나 혁신의 아이콘이 되고 싶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임기는 모욕·조롱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서히 저물고 있다. 승부수도 함께 사그라들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임기 만료 후 어떤 선택을 할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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