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 잡는’ 한국콜마 후계자 속내

2025.05.22 15:59:50 호수 1532호

자회사 경영권 놓고 남매 갈등 격화

주총 소집 나선 지주사
사내이사 선임 요구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콜마홀딩스가 콜마비앤에이치를 상대로 이사진 개편을 요구하고 나섰다. 표면상 지주회사가 자회사에 일방적 요구를 한 것처럼 비춰지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그리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 오히려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라고 해석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부친이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느냐가 관건이다.

콜마홀딩스는 지난 2일 대전지방법원에 콜마비앤에이치 주주총회 소집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사회 개편안을 거부하자 즉각 행동에 나선 것이다. 앞서 콜마홀딩스는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자는 제안을 콜마비앤에이치 측에 전달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바 있다.

골육상쟁

콜마홀딩스가 내세운 이사진 개편의 표면적 이유는 실적 악화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6156억원으로, 이는 전년 대비 6.2% 상승한 수치이자 역대 최대치다.

반면 영업이익은 매출 상승세를 역행했다. 콜마비앤에이치의 최근 5년(2020년~지난해) 영업이익은 ▲2020년 1092억원 ▲2021년 916억 ▲2022년 611억원 ▲2023년 303억원 ▲지난해 246억원 등 나날이 감소하는 추세였다.


콜마홀딩스의 이사진 교체 요구는 콜마비앤에이치를 지배하는 위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윤동한 창업주가 일군 한국콜마그룹은 ‘오너 일가→콜마홀딩스→자회사’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지배구조의 큰 틀은 2012년 10월경 만들어졌다. 이 무렵 한국콜마는 인적 분할을 거쳐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알렸다. 윤 창업주를 비롯한 오너 일가에서 지주회사인 콜마홀딩스를 지배하고, 콜마홀딩스가 그룹에 속한 사업회사를 거느리는 구조다.

해당 과정을 거치면서 콜마비앤에이치는 지주회사인 콜마홀딩스 휘하에 포진하게 됐고, 콜마홀딩스는 압도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콜마홀딩스는 지난해 말 기준 콜마비앤에이치 지분 44.6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이사진 교체 요구에 대해 명백한 거부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지난 12일 입장문을 통해 “실적 턴어라운드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중장기 전략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대표이사 체제 및 이사회 변경 요구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사진 교체를 둘러싼 갈등이 오너 2세의 대리전 양상을 띤다는 사실이다. 현재 콜마홀딩스는 윤 창업주 장남인 윤 부회장, 콜마비앤에이치는 장녀인 윤여원 사장이 이끌고 있다. 윤 부회장은 그룹의 화장품 사업을 총괄하고, 윤 사장은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구조다.

윤 부회장은 그룹의 실질적인 후계자로 평가받는다. 2006년 한국콜마 지분을 최초 취득한 윤 부회장은 증여, 주식담보대출, 현금배당 등을 활용해 꾸준히 콜마홀딩스 주식을 늘렸다. 급기야 2019년 12월 윤 창업주로부터 지분 일부를 증여받으면서 콜마홀딩스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난해 말 기준 윤 부회장의 콜마홀딩스 지분율은 31.75%로, 윤 사장(지분율 7.45%)과 큰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콜마홀딩스가 최상단을 차지한 지배구조를 감안하면, 콜마비앤에이치 역시 윤 부회장의 지배를 받는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다만 콜마비앤에이치 경영 전반을 관장하는 건 윤 사장의 몫이다. 2001년 한국콜마에 입사한 윤 사장은 2018년부터 콜마비앤에이치에 터를 잡았고, 지난해 1월 단독 대표이사로 등재됐다. 지분 7.72%를 확보한 콜마비앤에이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현재 콜마비앤에이치는 주요 경영 의사 결정이 콜마홀딩스와 협의하에 이뤄졌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경영정상화를 언급하면서 윤 사장의 경영 역량을 문제 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지주회사인 한국콜마가 자회사인 콜마비앤에이치의 독립경영을 지원하지 못한 책임을 자인한 것에 가깝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변수는?


윤 회장이 중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윤 회장은 지난 3월 콜마비앤에이치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되면서 이사회 복귀를 알렸다. 지난해 말 기준 콜마홀딩스 지분 5.59%, 콜마비앤에이치 지분 1.11%를 보유 중이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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