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보수층은 지난 3일 국민의힘 5차 전당대회 때 쌍권총을 사용한 국민의힘에 대해 쌍수 들어 환영했다. 그러나 1주일이 지난 10일엔 쌍권총을 사용한 국민의힘에 대해 단수 명령을 내리고 말았다.
여기서 쌍권총은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의 이름 앞자를 따서 만든 패러디고, 쌍수는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후보의 이름 뒷자를 따서 만든 패러디다.
5차 전당대회 때까지만 해도 보수층은 권 비대위원장과 권 원내대표가 공들여왔던 김 후보와 한 후보의 단일화가 성사될 걸로 생각했다. 김 후보가 경선 때 계속 단일화 당위성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과 비슷했고,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맞붙었을 때 김 후보나 한 후보의 격차도 좁혀졌다. 보수층이 결집했고 일부 중도층까지 흡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권 비대위원장과 권 원내대표가 단일화 과정서 한 후보를 밀어주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김 후보는 단일화에 제동을 걸었고, 결국 국민의힘은 10일 새벽 후보 교체라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했다. 이는 보수층을 뿔나게 했고, 지지율 하락에 이어 이 후보와의 대결서도 많은 차를 내고 말았다.
보수층이 국민의힘에 단수 조치를 한 셈이다.
국민의힘이 쌍권총과 쌍수 컨벤션효과를 놓치자, 강성 보수층까지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필자가 지난 9일 만난 국민의힘 시의원은 당장 탈당할 순 없지만, 마음속으론 이미 당을 떠났다고 했다.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의힘 필패까지 언급했다.
필자는 국민의힘이 애초 쌍권총 카드를 사용한 게 잘못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권 비대위원장은 윤석열정부 개국공신이자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윤 전 대통령의 오른팔이고, 권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을 국민의힘에 영입해 대통령에 당선시킨 후 당의 핵심 조직을 두루 역임한 윤 전 대통령의 왼팔이다. 둘 다 5선이고, 검사 출신 찐윤(진짜 윤석열)이다.
물론 찐윤이 당의 실세가 된다는 게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야당이나 진보층이 보기에 윤심(윤석열 전 대통령의 의중)이 당심이라는 공식으로 비춰지는 게 문제다.
즉,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는데도 국민의힘 대신 윤 전 대통령이 쌍권총을 차고 있고, 쌍수를 들어 환영해야 할 단일화도 윤심에 의해 작동되고 있다고 야당과 진보층이 믿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수층까지도 쌍권총·쌍수 컨벤션효과를 놓친 국민의힘에 단수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원래 국민의힘이 쌍권총으로 명중률이 높은 명대포(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박찬대 원내대표의 이름 뒷자를 따서 만든 패러디)로 무장된 민주당을 공격해야 하는데, 전당대회서 선출된 김 후보를 쌍수 들어 환영하지 않고 내쳤다는 게 큰 문제다. 국민의힘이 계속 비상식적인 상황을 만들 경우 6·3 대선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까지 참패하고 당이 해체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나 윤심이 쌍권총으로 한 후보만 지키려다가 우리나라 보수 전체를 궤멸시키는 누를 범해선 안 된다.
후보 등록 마감을 하루 앞둔 10일 새벽,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 회의를 동시에 열어 김문수 대통령 후보의 후보 자격을 취소하고 한덕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를 당의 새 후보자로 등록하는 절차를 마무리했다.
김 후보 측이 낸 대통령 후보 지위 인정 가처분 신청 등이 서울남부지법서 모두 기각된 뒤 열린 두 후보 간 두 차례 단일화 실무 협상이 결렬되자, 사실상 한 후보를 당의 대통령 후보로 교체한 셈이다. 이날 새벽, 한 후보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등록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전 당원을 대상으로 후보 재선출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이튿날 전국위원회서 최종 후보를 지명한다.
그러자 김 전 대선후보는 10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국민과 당원 선택으로 정당하게 선출된 저 김문수의 후보 자격을 불법적으로 박탈했다”며, “불법적이고 부당한 후보 교체에 대한 법적·정치적 조치에 즉시 착수하겠다”며, “야밤에 정치 쿠데타가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필자가 보기에도 대통령 후보는 전당대회 또는 전국위원회서 선출해야 하는데, 전국위가 개최되기도 전에 미리 비대위가 후보 교체를 결정한 건 너무 성급한 결정이었다.
지난 3일 5차 전당대회 이후 1주일 동안 쌍권총과 쌍수 컨벤션효과를 놓친 국민의힘이 6·3 대선서 승리가 아닌 대선 이후 당권 확보 경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강제 단일화는 마이너스 단일화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