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

2025.05.12 08:19:19 호수 1531호

유성호 / 21세기북스 / 1만9000원

지금, 이 순간 유언을 남겨야 한다면 무엇을 말할 것인가. 우리는 삶의 마지막 페이지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대다수의 사람들은 미래의 행복과 노후의 안온함을 위해 고단한 하루를 견디며 살아가지만, 정작 ‘생의 마지막’을 위한 준비는 미뤄두곤 한다.



‘죽음’이 가까워지기 전까지 내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그저 기피할 뿐이다. 이 책은 매일 죽음을 만나는 남자,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가 더욱 깊어진 통찰로 ‘죽음과 삶’에 대한 본질적 이야기와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실천적 방법을 담아 6년 만에 발표하는 신작이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법의학자로, 그리고 13년째 이어온 서울대 최고의 ‘죽음’ 강의로 일찍이 주목받았을 뿐 아니라 KBS <스모킹 건>, 유튜브 ‘유성호의 데맨톡’ 등을 통해 죽음에 관한 색다른 시각을 제안해 온 저자는 27년간의 죽음 공부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한다.

“삶을 원하거든 죽음을 준비하라” ‘어떻게 사느냐’ 만큼이나 ‘어떻게 죽느냐’는 중요하다. 이 책에는 삶이라는 여정의 끝에 있는 죽음을 직면하는 방법에 관한 통찰과 지혜가 실려 있다.

저자는 말한다. 좋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명을 유지하겠다는 것처럼 무모하다고. 긴 세월 죽음과 상실, 애도, 연명의료, 죽음의 자기결정권, 존엄사와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한 결과물이 죽음과 삶의 본질적 의미와 후회 없는 삶을 위한 구체적 지침으로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일본에는 ‘슈카스’, 즉 임종 활동의 일환으로 ‘엔딩 노트’를 쓰는 문화가 있다. 노인들이 인생의 마지막을 충실하게 준비하기 위해 작성하는 기록으로서 장례 절차와 유품 처리, 유언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청년과 중장년들에게도 자신의 삶을 점검하는 도구로서 조명받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삶의 무게에 지치고 방향을 잃고 헤매는 이들을 위해 터닝포인트가 되어줄 삶의 지침으로서 놀랍게도 죽음을 준비하라고 제안한다.

우리에게 내일이 없다면, 삶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지금 생의 마지막 말을 남긴다면, 그것은 사랑과 감사일까, 미련과 아쉬움일까? 저자는 이 질문에 답을 찾고 싶어서, 일 년에 한번 ‘유언’을 쓰며 기꺼운 마음으로 죽음을 상상하고 준비한다고 말한다.

즉, 저자가 말하는 죽음 준비는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고 살아갈 날들을 계획하는 방법,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깊이 사랑하는 방법, 인생의 의미와 목표를 발견하는 방법으로서, 죽음을 능동적으로 맞이하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기술들을 아낌없이 나눈다.

결국 저자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이 책을 읽은 모두가 저마다의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고 후회 없는 삶을 충만하게 사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이라는 여정의 끝에 죽음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뚜벅뚜벅 걸어 나갈 수 있는 담담한 용기, 그럼에도 삶을 사랑하고 나 자신과 인생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지혜를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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