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부에서 권력지형 변화 조짐이 꿈틀대고 있다. 열린우리당-친노-정동영계-구민주계-민주연대 등이 정동영 전 장관의 4월 재보선 출마를 놓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몸을 움츠리고 있는 모양새다. 반면, 비주류 인사들은 자신들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설파하고 있다. 물론 권력지형 변화 조짐이 일어난 계기는 정 전 장관의 전주 덕진 출마설이다. 당 지도부도 정 전 장관의 출마를 놓고 갑론을박이다. 최근에는 “당분간 함구하겠다”는 말까지 했을 정도다. 정 전 장관의 거취가 그리 간단치 않다는 점을 반증한다.
그동안 민주당은 화합을 위해 열린우리당계, 친노계, 정동영계, 김근태계 등이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적극 지지해왔다. 일부에서는 정 대표에게 불만이 있어도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라며 말을 아꼈을 정도다.
그러나 정동영 전 장관의 4월 재보선 출마 문제로 그동안 잠식해있던 계파갈등을 비롯해 권력지형 재편 조짐도 보이고 있다. 정 전 장관의 재보선 출마로 정 대표의 독주체제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 이 일환으로 정 전 장관을 중심으로 비주류 인사들이 다시 결집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 대표가 경계했던 계파정치도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비주류세력을 중심으로 정 전 장관 출마를 옹호하는 현상이 발생하는가 하면 반대하는 현상도 표출되고 있다. 정 전 장관의 출마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쪽은 주류세력이고,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이들은 비주류세력이다.
문제는 구민주계, 민주시니어, 민주연대, 친노계, DY계 등 당내 각 계파에서도 정 전 장관의 전주 덕진 출마 여부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연대가 대표적이다.
민주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종걸 의원은 정동영 전 장관 출마에 대해 찬성입장을 내비쳤다. 이 의원은 지난 3일 성명을 발표해 “대선이나 총선에 출마한 경력만으로 구시대적인 인물로 폄하돼 출마 자체가 봉쇄되는 것은 민주적 개혁공천에 정면으로 대치된다”며 “이명박 정권의 무자비한 난폭정치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정동영, 손학규, 김근태 등 경륜이 넘치는 분들의 적극적 동참이 필요하다”고 강력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민주연대 내부에서는 정 전 장관 출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민주연대 한 관계자는 “민주연대 내에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며 “이종걸 의원이 성명을 발표해 마치 민주연대가 정동영 전 장관 출마에 찬성하는 입장인 것처럼 비쳐지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이종걸 의원 개인적 의견일 뿐이다”라고 일축했다. 이는 정 전 장관의 출마문제로 내부 결속력이 약해졌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 대목.
실제 민주연대는 김근태계, 천정배계, 정동영계 일부 개혁성향 인사들까지 포함돼 있다. 정치적 판단에서 중지를 모은다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한 배에 탈 수 있었던 것은 지도력 부재와 더불어 야당성 부족 논란에 휩싸여 있던 정 대표를 보완하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그렇지만 당내 계파-공천 문제 등에서는 의견을 모으지 못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원내 60세 이상 의원 모임인 ‘민주시니어’에서도 정 전 장관 출마를 놓고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니어모임 소속인 김성순 의원은 “정 전 장관이 18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으로 출마한 것은 큰 실수”라며 “오히려 전주 덕진에 출마하는 것이 맞다. 따라서 정 전 장관이 덕진으로 출마하는 것은 옳은 일이며 이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민주시니어모임 멤버인 박지원 의원은 반대 의사를 밝혀, 민주당 내부 권력지형에 대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친노계 인사들도 정 전 장관의 출마에 기지개를 펴는 모양새다. 참여정부 관료출신 모임인 ‘청정회’가 대규모 워크숍을 개최했던 것. 지난 7~8일 강원도 평창의 한 호텔에서 열린 워크숍에는 청정회 회원 80명 가운데 40여명이 대거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근태계·386계 등 정동영 출마 딴 목소리 내는 중
친노-정세균 밀월설 대두 ‘반정동영 전선 형성하자’
또 같은 시기인 지난 8일 정 대표는 김해 봉하마을을 비공개로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오기도 했다. 이날 방문에 대해서도 청정회 워크숍만큼이나 다양한 의미가 부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른바 ‘정세균-친노 밀월설’이 제기됐다.
정 대표는 “미묘한 시기가 아니고 당연한 시기에 방문했다. 김해 행사장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있는 봉하마을이 가깝다”며 “그곳에 갔으면 인사를 하고 오는 것이 최소한의 기본 예의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민감한 얘기를 나눌 상황이 아니다”라며 언론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친노세력을 끌어안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을 만난 것이 아니냐는 해석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태다. 친노세력과 연대를 통해 반정동영 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게 골자다.
이처럼 정 전 장관의 4월 재보선 출마를 놓고 민주당 내 권력지형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에서는 정 전 장관의 출마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면서 몸을 일으키려고 하고 있고, 주류에서는 정 대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반대 목소리를 연일 내고 있다. 여기에다 각계파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정 전 장관으로 인해 시작된 민주당의 권력지형 변화는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민주당의 앞날은 어떠할까.
반MB 연합론 급부상 <전모>
"이명박 정부 확실히 심판하자"
4월 재보선을 앞두고 ‘반MB연합론’이 급부상했다. 이명박 정부 심판론을 앞세워 당의 전략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거나 특정 지역구에 내용적인 연합공천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인천 부평을이 재보선 지역구로 확정되면서 이 같은 구도는 더더욱 탄력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박희태 대표의 출마설이 거론되고 있는 인천 부평을은 민주노동당 등이 민주당 후보를 밀고, 울산 북구지역이 재보선 지역으로 확정되면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의 후보로 정리하자는 것.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노당 한 관계자는 “4월 재보선에선 집권 2년차를 맞은 이명박 정권을 확실하게 심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각 당의 전략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는 소극적 공조나, 더 나아가 후보 단일화를 통해 야권의 힘을 모으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울산 북구가 아직 재보선 지역구로 확정되지 않아 조심스럽긴 하지만, 연합공천에 대한 공식 제안이 온다면 얼마든지 검토 가능한 사안”이라며 “대우자동차 공장이 있는 인천 부평을의 특성상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의 협력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