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국민의힘 참패 예견한 유준상 상임고문

2024.04.23 09:09:19 호수 1476호

“결국 대통령이 풀어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을 100일 앞두고 쓴소리를 쏟아냈던 정치 원로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후보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했고 선거전략도 부족했다. 공당의 자산으로 여겼던 인물은 정치 생명에 치명상을 입고 물러났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상태다. 4개월 만에 다시 마주 앉은 국민의힘 원로들은 “간절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지난 17일, 국민의힘 원로들이 한자리에 모여 4·10 총선 패배와 관련해 정부여당에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 당의 무능, 국민의 정권 심판 등 총선 참패의 배경을 두고 상임고문단의 성토가 이어졌다. 당의 내홍을 수습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워 총선 승리를 노렸다. 정치 경험은 없지만 국민 호감도가 높은 인물로 당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야당과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기세를 보여준 것은 선거 초반뿐이었다. 대통령실발 악재 등이 거듭되면서 선거 막판에 이르러서는 ‘읍소’만이 남았다. 

결국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을 합해 108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이 192석을 얻은 것과 비교하면 궤멸에 가까운 수치다. 국민은 집권 3년차에 접어든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낙제점을 매겼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개헌과 대통령 탄핵이 가능한 범야권 200석을 저지한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국민의힘 유준상 상임고문은 “선거는 바람이다. 총선 기간 내내 정권 심판의 바람이 세게 불었다. 채 상병 사건, 황(상무) 수석 발언, 대파 사건, 김건희 여사 디올백 사건 등이 거듭 불거지면서 정권에 대한 분노가 커졌고 심판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반면에 국민의힘 지지층은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유 상임고문은 지난해 12월15일과 26일 총선을 100일가량 앞두고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그는 이번 총선서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는 물론 여야 정치인에 대한 국민 심판이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국민의힘 공천 과정서 영남권의 다선 중진 의원이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는 등 혁명에 가까운 공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인터뷰 당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한 한 전 장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한 전 장관이)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아 인재를 영입하고 이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선거를 진두지휘하길 바랐다. 이미 비대위원장으로 결정된 이상 흔들림 없이 나아갔으면 하지만 총선서 패배할 경우,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그로부터 4개월 뒤 정치 원로의 진단은 족집게처럼 맞아 떨어졌다. 국민의힘이 내세운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은 정권 심판 바람에 밀렸고 대통령실 등에서 터진 각종 악재들은 유권자의 표심은 물론, 보수 지지자들의 투표 의욕까지 갉아먹었다.

유 상임고문은 지난달 4일 윤 대통령이 이종섭 전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했을 당시를 총선 참패의 결정적인 순간으로 꼽았다.

“그때 제가 상임고문단 회의를 소집해달라고 정의화 의장한테 요청했어요. 대통령이 대사 임명을 취소하도록 성명서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안됐습니다. 그때 ‘선거 망했다’고 생각했어요. 100석 이하로 봤습니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의 한 카페서 유 상임고문을 만났다.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간담회를 마친 직후였다. 다음은 유 상임고문과의 일문일답.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참패했습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정책을 하나도 내놓지 못했습니다. 또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한 해결책 제시도 늦었습니다. 김건희 여사 디올백, 채 상병 사건이 터졌을 때 빠르게 해명하고 사과했으면 끝날 일이었습니다. 또 의정 갈등을 추진하는 과정서 유연성을 보여주지 못한 면도 감표의 요인으로 생각됩니다. 

-여당의 선거 전략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앞서 말한 대로 대통령실서 사안에 대한 해결책을 즉시 내놓지 못하면서 일을 키운 감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거듭되면서 야당의 선거전략인 정권 심판이 국민의 분노와 맞물려 폭발력을 갖게 됐습니다. 또 지난 대선서 윤 대통령을 선택했던 지지자들의 실망감이 더해지면서 투표장에 나오지 않게 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결정적 순간
6월 안에 조기 전당대회 열고 수습


-‘한동훈 비대위’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한동훈 위원장은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사력을 다했다고 평가합니다. 한 위원장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대위원장에 임명되기 전 ‘공공선을 추구하고 개인에게 복종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국민의힘이 키워야 할 큰 자산이라고 여겼습니다. 이번 총선 참패로 상처를 입은 부분은 안타깝지만 또 다른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상임고문단 간담회서 윤 대통령의 불통을 지적하셨습니다. 

▲윤 대통령이 총선 참패 이후 국민을 상대로 입장을 밝히려 했다면 국무위원을 상대로 한 국무회의가 아니라 기자회견, 대국민 담화 등의 방식을 취했어야 합니다. 내용 또한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기엔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움츠러들 게 아니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자회견을 진행해 국민과의 접촉면을 넓혀야 합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소통하는 모습으로 불통 이미지를 씻어내야 합니다. 

-국무총리에 어떤 인물이 임명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지금까지 국무총리는 모두 관료 출신이었습니다. 이제는 윤 대통령의 부족한 정치 경험을 보완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합니다. 풍부한 정치적 경험과 정무적 판단 능력으로 대통령에게 정확한 정세를 말해줄 수 있고 여야 간 소통으로 협치를 이끌어내고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 국무총리를 빠르게 임명해 국민의 불안감을 잠재워야 합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국무총리 추천을 요청하거나 야당과의 협의를 통해 국회 동의가 가능한 인물로 지명해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비서실장으로 정진석 전 의원을 발탁했습니다.

▲신임 정진석 비서실장은 언론계, 청와대 정무수석, 국회의원 5선 중진, 원내대표. 비대위원장, 국회부의장 등을 두루 역임한 분입니다. 충청도 출신이고 폭넓은 소통과 화합의 중진 정치인으로서 대통령과 철학을 공유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서실장직을 잘 수행하리라 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상황은 어떻게 수습될 것으로 보십니까?


▲2년 동안 비대위만 3번 구성됐습니다. 더 이상 비대위 체제로 가서는 안됩니다. 6월 안에 조기 전당대회를 열고 새로운 지도부를 뽑아야 합니다. 그래야 내부 정비는 물론 여야 간 소통, 당정 대화 등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당원과 국민에게 새롭게 변모한 집권당으로서의 모습을 빠른 시일 안에 보여줘야 합니다. 

-국민의힘은 두 번 연속 대패했습니다.

▲총선 기간 내내 주말을 이용해 전국의 선거현장을 다녔습니다. 민심은 정말로 무섭다는 것을 또 한 번 체감했습니다. 이번 선거서 다수 의석을 차지했지만 민주당이 교만과 오만, 불통의 정치를 한다면 삽시간에 무너질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낮은 자세로 정말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국민의힘과 함께 하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생긴다’는 구호를 국민에게 각인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이야말로 국민의힘에는 국민의 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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