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정치인들이 국민의 준법의식 망쳐놔

2024.04.10 18:55:11 호수 0호

신뢰도는 꼴찌지만 연봉은 1위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하고 모든 국민이 법을 잘 준수하는 사회풍토가 조성돼야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누리는 선진사회가 되고 실질적 법치국가가 이뤄진다.



법 현실과 우리의 좌표

그런데 우리의 현실을 보자. 법을 지키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 나만 재수 없이 걸렸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솔선수범해야 할 사회 지도층부터 법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인식이 사회 저변에 깔려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법을 제정하고 국정을 이끌어가는 가장 모범적이어야 할 국회의원 등 정치권이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현실이 준법 풍토 조성에 장애가 되고 있고 현실, 정치행태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법질서 확립을 저해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뢰도는 꼴찌인데 연봉은 1위

변두리 후진국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나라 국회의원 얘기다.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공공기관별 국민 신뢰수준(2019년)에 따르면, 국민 신뢰도가 높은 기관은 의료기관, 교육기관, 금융기관 등이고 국회의원은 꼴찌다.


그런데 같은 해 한국 고용연구원이 발표한 평균소득이 높은 직업을 보면, 국회의원이 1억4000만원(연봉)으로 1위고, 그 다음이 성형외과 의사(1억3600만원), 기업 고위 임원(1억3000만원), 도선사, 대학 총장 등이다.

법을 잘 지키는 준법 풍토가 조성되지 않고 특권층이 법을 잘 지키지 않아 국민 신뢰도가 떨어지면 그 사회는 부패하기 마련이다.

맥아더 장군은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말을 했는데 필자는 이런 말을 하고 싶다. “부패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잊힐 뿐이다.”

정치인들의 부패가 사라지지 않고 그냥 잊혀 버리니, 부패 정치인들이 계속 활개를 치고 국민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최근 행태를 보자. 하라는 국정 논의는 내팽개치고 막말 경쟁이 불붙어서 상대방을 폄하하고 국민 편 가르기에 혈안이 돼있다. 이렇게 편 가르기에 이용당한 순진한 국민은 더 이상 그 정치인의 과거 부패 행각은 문제로 삼지 않거나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시간이 조금 흐르면 사면, 복권도 해준다. 바로 부패 정치인들이 바라던 바다. 어쩌다 과거 부패 혐의가 드러나고 확정판결을 받았음에도 그 혐의를 극구 부인하며 오히려 정치적 탄압을 받은 것이라고 펄펄 뛴다.

법을 만들고 솔선수범해 법을 지켜야 할 국회의원들이 이러니, 준법 풍토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겠는가? 

이런 유머가 있다. “정치인과 수녀가 강물에 빠지면 누구를 먼저 구해야 할까요?” 그 답은 정치인이다. 부패했으므로 강이 오염되기 때문이란다. 유머는 그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보호 절실한 서민, 법의 지배만 받는다는 인식

한국법제연구원이 1991년 법의식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근 2021년에 조사한 국민 법의식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법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응답한 비율이 43%로 나왔고 법률용어와 법률 문장에 대해서는 10명 중 6명이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도에 비해서는 소폭 낮아진 것이라고 한다.

한편, 형사정책연구원이 최근 준법의식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국회의원(78%), 고위 관료(75%), 세무공무원(60%), 경찰(54%) 순으로 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95%는 돈이 있거나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법을 위반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92.5%는 법보다 권력이나 돈이 위력이 더 크며, 91.1%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이 더 심한 처벌을 받는다고 응답하고 있다. 일반 국민은 스스로는 법을 잘 지키려고 하는데 사회지도층이 거꾸로 법 준수의식을 흩트려놓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법치국가에 있어 법 없이는 살 수가 없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듯 어려운 일, 억울한 일을 당하면 법이 보호해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준법의식을 흐리게 하는 행태 ‘떼법’

일상생활서 법 준수의식을 흩트리게 하는 행태 중 우리 주위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것이 불법 주차, 신호 무시, 무단횡단 등 교통법규 위반 행위다. 자동차가 사회생활을 하는 필수적 도구가 된 현대 사회서 교통법규 준수는 민주시민의 기본 의식이고 선진사회의 척도가 된다.

많은 외국인은 난폭하고 무질서한 우리의 교통 문화 때문에 운전하기가 겁난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후진국을 여행해도 그곳의 난폭하고 무질서한 교통실태를 보며 실감하는 것이다.

그래도 그들보다는 훨씬 낫다고 자위라도 할까? 다른 하나는 이익집단 간의 충돌을 법으로 해결하지 않고 집단시위, 농성 등 불법 행동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행위다. 이 모두 이른바 법 위에 ‘떼법’이 있다는 것으로 지양돼야 할 악습이다.

형식적 법치주의와 실질적 법치주의


민주국가에 있어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가권력의 행사는 반드시 법에 근거해야 한다는 법치주의는 초기 근대국가에서는 적법절차에 의해 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형식 및 절차만을 강조하고 법률의 목적이나 내용을 소홀히 한다.

그러다 보니 국민의 기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형식적 법치주의로 흐르게 되어 급기야는 독일서 나치의 수권법과 같은 합법적 독재를 초래하게 됐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현대 민주국가에서는 법은 절차의 합법성뿐만 아니라 그 목적과 내용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보장, 인간의 존엄과 평등, 정의 실현 등에 합당해야 한다는 실질적 법치주의가 실현되고 있다.

국가권력의 남용을 통제하기 위한 위헌법률심사제도, 사법권 독립, 탄핵 심판, 언론출판 및 집회결사의 자유 등이 그것이다. 전화금융사기 등 사회변화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 일반법이나 기존법령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분야에 특정한 사람이나 지역에만 법의 효력이 미치는 특별법이 활용되고 있다.

특별법 전성시대-법 만능주의 경계해야

입법이 용이하고 신속히 대응할 수 있어 필요한 때가 있다. 그런데 최근에 특별법을 남용하는 사례가 늘어나 문제가 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형사 특별법이다. 일반 형법을 적용할 수 있는 범죄행위에 대해 형량만 가중하는 특별법이다.

주로 대형 경제사범, 대형 인명피해 사고, 흉악범 등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국민감정을 고려하고 사법부의 자의적 양형을 방지하려는 데 있다. 그러나 이는 기존 형법 체계서도 그에 상응한 중형을 가하면 해결될 수 있어 사법 불신을 초래하고 통일적이고 체계적인 법의 기본 틀을 벗어나는 것이므로 신중해야 한다.

최근 국회의원의 의원입법 활동 평가가 강화되면서 법률안 제안 실적을 높이려고 엿새 만에 210건을 발의하는 등 경쟁적으로 마구잡이로 법안을 제출하는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법안 발의 건수가 16대 국회에서는 1651건에 불과했는데 20대 국회에서는 2만1594건, 21대 국회에서는 2만3475건에 달했다.

질적인 면보다 물량 공세의 입법 폭주로 의정활동의 치적 쌓기와 법 만능주의가 우려되고 있다. 법은 일반성과 보편성을 가져야 한다. 법은 특정 사건과 특정 사람을 위해 만들 수 없고 모든 경우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한편으로는 법만으로 모든 사회현상을 해결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윤리, 도덕 차원서 해결하거나 사회관습에 맡겨야 하는 등 분명히 법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

법질서 잘 지켜야 국가경쟁력 높아져

우리는 지금 세계적으로 커다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고 있다. 급변하는 지식 정보화 시대의 치열한 무한경쟁 속에서 세계 일류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법과 질서가 지켜져야 사회가 안정되고 선진 민주국가로 올라서서 세계와의 경쟁서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모든 국민이 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적용되고 있고 사회지도층부터 앞장서서 솔선수범하고 있다고 신뢰할 수가 있어야 하겠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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