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또다시 ‘여소야대 정국’ 윤석열정부, 가시밭길 걷나?

2024.04.11 12:48:22 호수 0호

민주 등 야권 180석 안팎…조국혁신당 돌풍
선거 앞두고 간판 바꾼 김영주·이상민 고배

11일, 제22대 총선 개표가 마무리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서 180석 안팎을 기록하며 정부여당에 완승을 거뒀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범죄자로 몰아세웠지만 정작 유권자들은 집권여당에 대해 심판을 내린 셈이다.



이렇듯 이번 총선은 민주당의 압승, 국민의힘의 완패로 정리된다. 전국 254곳 지역구 가운데 민주당은 161곳에 깃발을 꼽는 데 성공했던 반면, 국민의힘은 90곳에 그쳤다. 비례 위성 정당에선 조국혁신당이 12석을 확보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 최대 승부처인 경기도 60개 의석 가운데 53석을 차지하면서 거의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이렇듯 국민은 윤석열정권에게 회초리가 아닌 몽둥이를 들어 ‘이재명 비호감’보다는 집권여당에 대한 반감을 표출했다.

이로써 지난 2년 동안 ‘여소야대 정국’으로 국정 주도권을 잡지 못했던 윤석열정부는 22대 국회에서는 더욱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현재도 야당의 지원 없이는 한 걸음조차 나가기 힘든 실정이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야당과 협치는커녕 일상적 대화조차 거부함으로써 독불장군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한국 정치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에선 다소 예상 외의 결과가 연출됐다.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시피한 민주당 곽상언 후보가 문재인정부 감사원장 출신의 재선을 노리는 국민의힘 최재형 후보를 5961표 차이로 누르고 깃발을 꼽은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 후보는 50.92%, 최 후보는 44.13%를 각각 득표하면서 명암이 갈렸다.


물론, 약 6000표 차이라면 종로구 유권자들이 최재형 후보를 ‘심판했다’고 해석하기엔 조금은 애매한 수치다.

정치권에선 단순히 ‘곽상언 변호사’라서 유권자들이 선택했다기보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라는 수식어가 당선을 좌지우지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과거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종로구는 13대 이종찬(민주정의당), 14대 이종찬(민주자유당), 15대 이명박(신한국당)·노무현(새정치국민회의), 16대 정인봉·박진(한나라당), 17·18대 박진, 19·20대 정세균(민주당), 21대 이낙연(민주당)·최재형(국민의힘) 의원으로 여야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꾸준히 공수를 교대해왔던 것으로 확인된다.

‘간판(당적) 바꾸기’ 후 기존 지역구 출마로 초미의 관심을 끌었던 5선 중진의 이상민(대전 유성을) 후보와 4선 중진의 김영주(서울 영등포갑) 후보는 지역 유권자들로부터 철저히 심판당했다.

총선을 앞두고 기존의 민주당 당적을 버리고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했던 이 후보는 황정아 후보에게 18%p라는 압도적 표 차이로 낙선했다. 개표 결과, 황 후보는 59.76%, 이 후보는 37.19%를 득표해 22.57%p라는 완패에 가까운 표 차이가 났다.

5선 거물을 누른 그는 한국천문연구원 책임 연구원 출신으로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잔뼈 굵은 이 후보를 눌렀다는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결코 작지 않다. 결국 잔뼈 굵은 정치이력이라는 명함은 대전 유성을 지역구 유권자들에겐 통하지 않은 셈이다.

접전 예상 지역구서 최대 1만표 이하로 승패가 엇갈렸던 데 반해, 유성을의 경우 두 후보 간의 표 차이는 무려 2만3178표에 달했다. 거의 ‘더블스코어급’의 압도적 결과였는데 이 정도라면 유성을 지역구 유권자들은 이 후보를 ‘심판했다’고 해석하는 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하는 지역구는 또 있다. 서울 영등포을 지역이다. ‘하위 20% 통보’에 반발해 민주당을 탈당한 후 국민의힘에 입당했던 김영주 후보(국회부의장)도 민주당 채현일 후보(전 영등포구청장)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김 후보는 개표 결과 41.67%에 머물러, 54.53%를 받은 채 후보에게 밀렸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두 후보 간 표 차이로, 채 후보가 1만7250표 차이로 김 후보를 눌렀다는 점이다. 1만표 이상의 득표 차이라면 영등포갑 지역 유권자들이 국민의힘 김 후보를 심판했다고 봐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지난해까지 국민의힘 소속이었다가 개혁신당으로 당적을 옮겼던 허은아 후보는 3.87%라는 한 자릿수 득표를 기록해 선거를 앞두고 당적을 옮기는 행동이 얼마나 후보에게 있어 리스크가 큰지 여실히 보여줬다.


이처럼 유권자들은 잘하는 후보들에는 칭찬(투표)을, 그렇지 못하는 부분에는 과감히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정당 지지도와는 별개로 잘잘못을 가려 회초리를 들 때는 과감히 들어야 하며, 반대로 잘한 일에는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주권자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며 ‘우리도 주권자들의 견제와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무언의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명룡대전’으로 불렸던 인천 계양을에선 54.12%의 절반을 넘게 득표한 민주당 이재명 후보(민주당 대표)가 45.45%에 머문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전 국토교통부 장관)를 7749표 차이로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원래 인천은 예로부터 항구가 발달해 있는 데다 호남 지역민들이 상당수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고, 호남향우회 규모도 타 지역보다 커서 민주당 성향이 강한 곳으로 꼽힌다.

역대 선거 결과를 봐도 계양을 지역은 17·18대 송영길(민주당), 19대 최원식(민주당), 20·21대 송영길, 2022년 재보궐선거 이재명 등 항상 민주당 후보가 깃발을 꼽았다. 단, 송영길 후보가 출마하지 않았던 2010년 재보궐선거 때는 이상권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됐다.

조국혁신당은 지지율 상승세가 선거 전, 일시적인 돌풍이 아니었음을 입증해 보이면서 이번 총선서 목표로 제시했던 ‘10석+α’ 의석을 무난히 달성했다. 더불어민주연합·국민의미래로 대표되는 거대 양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과 조국혁신당으로 표가 쏠리면서 제3지대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는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이번 총선이 국민의힘의 참패로 귀결되면서 당을 이끌어왔던 한동훈 비대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적잖은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됐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26일,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해 이날까지 106일간 선거전을 진두지휘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서 대패한 이후 여권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한 위원장의 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한 위원장이 이에 응했다.

한 위원장이 합류한 직후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승세를 탔다. 방문하는 지역마다 지지자들이 몰렸고, ‘여의도 문법’을 탈피한 그의 언행에 관한 관심도 커졌다. 그러나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지지율이 정체되면서 ‘한동훈 효과’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권 심판론이 어느 때보다 거센 상황서 자세를 낮추기보다 ‘이·조(이재명·조국) 심판’에 초점을 맞춘 선거 캠페인 등을 두고 당내 일각서도 불만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의도 정가에선 한 위원장이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는 차원서 비대위원장직 사퇴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퇴 후에는 외국으로 떠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의 ‘총선 후 유학설’은 선거전이 이어지는 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