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육상쟁 제일바이오 ‘장녀의 난’ 결말

2023.12.07 15:19:09 호수 1456호

역린 건드렸다 휩쓸린 역풍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제일바이오에서 발생한 ‘장녀의 난’이 완전히 진압된 분위기다. 장녀를 배제하고자 부모가 직접 나서 대놓고 차녀를 밀어준 모양새다. 분쟁은 얼추 수습됐지만, 장녀의 행동은 작지 않은 파장을 남겼다.



동물의약품 전문 업체 제일바이오는 지난달 10일 최대주주가 ‘심광경 대표이사 외 3인’에서 ‘심의정 사내이사 외 3인’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심의정 이사가 부모로부터 회사 주식을 증여받아 최대주주로 올라선 게 골자였다.

지분율 5.23%로 3대 주주였던 심의정 이사는 증여를 거치면서 지분율을 13.81%로 끌어올렸다. 반면 기존 최대주주였던 심광경 창업주는 지분율이 12.26%에서 7.11%로 하락했고, 2대 주주였던 김문자씨 역시 7.79%였던 지분율이 4.35%로 내려앉았다.

진압된 반란

제일바이오 최대주주 변경은 부모에게 반기를 든 장녀를 내치고 차녀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속내가 표면화된 사안이었다. 재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분승계 작업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심광경 창업주는 지난해 말 기준 제일바이오 지분 25.39%를 보유한 상태였다. 김문자씨(0.66%), 심의정 이사(0.21%), 심윤정 전 대표(0.21%) 등 나머지 특수관계인 지분을 다 합쳐봐야 1%를 겨우 넘기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지분구조는 지난 3월 심광경 창업주가 보유 지분 중 절반가량을 가족에게 넘긴 것을 계기로 다소 바뀌었다. 해당 과정을 거치면서 심광경 창업주의 지분율은 12.26%로 내려앉았고, 대신 김문자씨(7.77%), 심의정 이사(5.23%), 심윤정 전 대표(5.23%) 등의 지분율이 눈에 띄게 올랐다.

창업주의 장남 심승규씨가 지분 0.03%를 획득하면서 특수관계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도 이 무렵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순조로운 듯 보였던 지분승계 작업은 얼마 지나지 않아 크게 요동쳤다. 장녀인 심윤정 전 대표가 부친과 대립각을 세운 게 발단이었다.

제일바이오는 지난 4월27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심광경 창업주를 대신해 심윤정 전 대표를 대표이사에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해 초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됐던 심윤정 전 대표는 1년 만에 부친을 해임하고 자신이 대표를 맡게 됐다. 

심광경 창업주는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등의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또한 심윤정 전 대표의 해임 안건을 다루는 주주총회 소집허가 요청을 제기했다.

언니 대신 꼭대기 오른 차녀
횡령 혐의 부각되자 상폐 위기

이렇게 되자 심윤정 전 대표는 심광경 창업주와 심의정 이사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잇따라 고소했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진흙탕 싸움이 펼쳐졌다. 

심윤정 전 대표 측은 배임 혐의자를 사내이사 후보에 올릴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며 예정돼있던 임시주주총회를 철회했다. 하지만 김문자씨가 요청한 주주총회 소집허가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졌고, 지난 8월17일 임시주주총회가 소집됐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임시주주총회는 심광경 창업주 측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다. 당시 제일바이오는 ‘대표이사 변경’을 공시했는데, 이는 심윤정 전 대표의 해임을 의미했다. 대신 심의정 이사를 비롯한 4명의 사내·사외이사가 신규 선임됐고, 심광경 창업주는 지난 4월 내려놓은 대표이사 자리를 되찾았다. 

심광경 창업주 측이 경영권을 되찾는 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심광경 창업주와 부인, 심의정 전 사장의 지분 합계는 23.86%에 달하는 반면 심윤정 전 대표의 지분은 5.23%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부모가 의기투합해 심의정 이사를 최대주주로 등재시킨 구도를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심윤정 전 대표가 꺼내들 반격 카드는 그리 많지 않다. 극적인 갈등 봉합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심윤정 전 대표는 경영권 분쟁과 관련 소송으로 특수관계자에서 제외된 상태다.

제일바이오는 오너 일가 구성원 간 경영권 분쟁의 여파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4개월 넘게 주식거래가 정지됐고, 지난 7월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가 이뤄지면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

최악의 위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9월 제일바이오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다. 지난 10월에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1심격인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제일바이오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다행히 지난달 20일 열린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는 제일바이오에 대해 심의를 진행하고 12개월의 개선 기간을 부여하는 결정이 내려졌다. 마지막 절차에서 극적으로 한숨을 돌리게 된 셈이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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