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할 말 많은’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2023.07.03 13:56:39 호수 1434호

“신고당한 사람보다 신고자 먼저 처벌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파란만장’이라는 표현도 부족한 시간이었다. 영광이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좌절이 메웠다. 모든 일은 불과 5년 새 일어났다. <일요시사>가 야인으로 돌아간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을 만났다. 



지난 5월18일 대법원이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 김 전 구청장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한 바 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김 전 구청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에 대해 상고 기각 판결로 확정했다. 

잘나가다…

법률심인 대법원은 사실심인 1·2심 판결에 잘못된 점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판결로 김 전 구청장은 구청장직을 잃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서 강서구청장으로 당선된 지 약 1년 만이다.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이 피선거권을 박탈당하면 당연 퇴직 대상이 된다. 공직선거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피선거권을 잃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 수사관 출신인 김 전 구청장은 문재인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하다 비위 의혹으로 해임됐다. 2018년 말 특감반 관련 의혹을 폭로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검찰은 김 전 구청장이 의혹을 폭로하는 과정서 공무상 알게 된 비밀을 언론 등을 통해 누설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그 결과가 지난 5월 나온 것이다.

지난달 22일 서울 강서구의 한 카페서 만난 김 전 구청장은 재판의 형식과 내용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심 판결이 나온 이후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진행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고 공정한 재판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구청장에 대한 1심 판결은 2021년 1월, 항소심은 지난해 8월에 나왔고 지난 5월 대법원서 확정됐다.

“제가 조국 전 장관,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 등을 고발하고 공익신고도 하지 않았습니까? 수사기관서 수사도 진행했고요. 그런데 그들의 잘잘못을 다 가리기도 전에 신고한 사람에 대한 판결이 먼저 나왔다는 거죠. 제가 제기한 의혹이 맞는지 틀린지를 판단한 이후에 제 사건을 들여다봐야 할 거 아닙니까?”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뇌물 등 비리 의혹과 이에 대한 민정수석실의 감찰 무마 의혹이 김 전 구청장의 폭로로 드러났다. 수사 결과 유 전 부시장은 징역형인 집행유예가 확정됐고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은 해당 비위 감찰을 중단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올해 2월 1심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지방선거 이후 11개월 만에
대법원 판결 구청장직 상실

김 전 구청장은 “조 전 장관의 재판은 이제 1심이 끝났다. 2심은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해외에 있는 교수까지 증인으로 신청했다. 시간을 끌겠다는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최강욱 의원의 재판은 더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 의원은 조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최강욱 의원은 2심까지 유죄가 나왔고 대법원 판결만 남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보냈습니다. 전원합의체는 대법관이 다 모여서 진행하기 때문에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내년 총선 때까지 임기를 보장해주기 위해서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는 거죠.”

자신은 구청장이 된 지 11개월 만에 대법원 확정 판결로 직을 내려놨는데 최 의원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로 시간을 벌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판례 변경이 필요하거나 대법관 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건을 판결한다. 조 전 장관의 주거지 PC서 나온 전자정보의 증거 능력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 전 구청장은 “오히려 내 사건이 전원합의체로 가야 한다. 나한테 유죄를 주려면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는 누설 자체가 아니라, 누설로 국가적 기능이 훼손될 우려가 있어야 유죄로 인정된다. 예를 들어 도시계획국장이 도시계획정보를 자기랑 친한 업자에게 줘서 사익을 추구하는 경우면 유죄가 맞다. 하지만 나는 공익을 위해 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김 전 구청장이 폭로한 16건 중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금품수수 의혹 등 비위 첩보 ▲특감반 첩보 보고서 ▲김상균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비위 첩보 ▲공항철도 직원 비리 첩보 ▲KT&G 동향 보고 유출 관련 감찰 자료 등 총 5건이 공무상 비밀이라고 봤다. 1·2심 재판부는 KT&G 동향 보고 유출 건을 제외한 4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법원은 김 전 구청장이 비밀엄수 의무를 여겨 국가기능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1심은 “피고인의 누설 동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엿보이고 객관적 사실에 추측을 더해 전체를 진실인 양 언론에 제보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구청장이 자신의 비위 의혹에 대한 감찰이 시작되자 폭로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취임 6개월 만에 숙원사건 해결
“무슨 일이든 강서구서 하고파”

김 전 구청장은 “100번, 1000번 양보해서 감찰에 열이 받아서 내가 폭로했다고 해도 판례에 어긋난다. 이문옥 감사원 감사관 사건이 있다. 노태우정부 시절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다가 대법원에 가서 최종 무죄를 받은 사건인데, 당시 판결을 보면 제보의 동기는 고려사항이 아니라고 했다. 나와 똑같은 경우 아니냐”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김 전 구청장은 많은 것을 잃었다. 특히 임기를 1년도 채 채우지 못하고 내려놓은 구청장직에 많은 아쉬움을 보였다. 김 전 구청장은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상황서 지방선거에 출마해 강서구청장으로 당선됐다. 서울 강서구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곳으로 보수 진영에서는 험지로 여겨지는 곳이다.

“취임하고 6개월 만에 숙원사업 두 개를 해결했습니다. 화곡2동 주민센터 인근 24만㎡ 부지가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로 최종 선정됐습니다. 그 방식으로 사업지가 선정된 게 지금까지 총 79번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화곡2동이 단일 최대 규모입니다. 7월1일 부임해서 12월 크리스마스 즈음에 결정됐죠.”

김 전 구청장은 방화 건설폐기물처리장(이하 건폐장) 이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와 김포시, 강서구는 건폐장 이전에 대한 내용을 담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김 전 구청장은 “6개월 만에 숙원사업 두 개를 해결하고 앞으로 쭉 나아가려 했는데 딱 제동이 걸렸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전 구청장은 “강서구민은 1심 유죄 판결이 나온 상황서도 나를 뽑아줬다. 그렇기에 더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일했다. 해야 할 일이 많았는데 그것을 다 해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 열망, 죄송함, 감사함이 막 버무려진 상태다. 정말 제대로 마무리 짓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고 말했다. 

제동 걸려

“저는 아직 젊기 때문에 묵묵히 기다리다 보면 분명히 또 다른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든지 국민께 혜택이 가는 일을 하고 싶은 게 제 목표입니다. 또 어떤 직분을 맡든 강서구서 일하고 싶습니다. 이곳서 제가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열심히 일해서 그 사랑을 돌려 드리고 싶습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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