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단상> 처음처럼 지금처럼 나중처럼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
2022.09.06 09:01:17 호수 0호

계획을 세우고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대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시작은 그만큼 신선하고 성공을 향한 출발점이기에, 시작은 언제나 성실과 열정을 동반한다.



그래서 우리는 일하면서 처음 시작할 때의 계획과 결심을 떠올리며 새로운 에너지를 얻게 된다. 또 일이 계획대로 잘 되지 않거나 일에 대한 열정이 식을 때도 처음 계획과 결심을 생각하며 역동적인 힘을 얻게 된다. ‘처음처럼’이 활력소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 계획과 상관없이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리거나 주어진 일을 재밌게 하는 사람은 ‘처음처럼’을 생각하기보다 일이 지금과 같이 계속 잘 진행되기를 원하게 된다. ‘처음처럼’보다 '지금처럼'이 활력소가 되기 때문이다.

한편 어떤 일을 아직 시작하지 않았으나 미래의 계획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처음처럼’이나 ‘지금처럼’을 생각하기보다 그 계획이 이뤄질 상황을 미리 생각하며 나중을 동경하게 된다. ‘나중처럼’이 활력소가 되기 때문이다.

오는 9일부터 12일까지 추석명절을 맞이해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방문한다. 아마 그들은 고향에 머무르면서 고향을 떠날 때 가졌던 ‘처음처럼’의 마음과 지금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훗날 꼭 성공하겠다는 ‘나중처럼’의 마음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추석연휴 기간 동안 고향을 찾은 사람들에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풍성한 수확의 계절 부모형제가 모여 음식을 차려놓고 조상을 기리며 밤낮을 즐겁게 노는 추석 같이 행복하게 살라는 의미다.


즉 ‘지금처럼’이 삶의 활력소가 된다고 가르쳐주는 메시지다.

사실 ‘처음처럼’은 일을 시작할 때 다짐이나 의욕의 마음이고. ‘나중처럼’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미래의 백지수표 같은 마음으로 이 둘은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도움이 되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금처럼‘은 현재 주어진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현재 상황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마음과 그 마음의 외침이자 자세여서 ’처음처럼‘이나 ’나중처럼‘보다 훨씬 더 실제적인 활력소가 된다.

한국 성인들이 즐겨 마시는 소주 중 '처음처럼'이 국내 소비량 1~2위를 다툰다고 한다. 국민소주 ‘처음처럼’이 사랑받는 이유는 아마 오랜만에 만난 친구나 연인들의 술자리에서도, 프로젝트를 향해 뛰는 회사 직원들의 회식자리에서도, 시작할 때의 기분 좋은 마음이 담긴 ‘처음처럼’이 공통 구호로 잘 어울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열애 중인 연인들이나 현재 성공가도를 달리는 동업자들이나 사는 게 힘들어도 현재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 사람들에게는 ‘처음처럼’이 어울리는 구호가 아니다. ‘지금처럼’이 어울린다.

아직 아무것도 못하고 절망에 빠져있는 사람들이나 미래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처음처럼’이나 ‘지금처럼’이 어울리는 구호가 아니다. ‘나중처럼’이 어울린다.

‘처음처럼’은 시점이 과거에 있고, ‘지금처럼’은 현재에, ‘나중처럼’은 미래에 있다.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지만, 과거와 미래라는 시점이 현재의 영역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그러기에 처음처럼 변하지 않고, 지금처럼 열심히 뛰고, 나중처럼 꿈이 있는 삶으로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처음처럼’이나 ‘나중처럼’이 ‘지금처럼’의 자세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활력소가 되는 마음이자 외침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언젠가 한국이 안정적인 사회로 진입할 즈음엔 국민소주 이름이 ‘처음처럼’이 아닌 ‘지금처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나 미래의 행복보다 현재의 행복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안정적인 사회다.

윤석열 대통령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과 술 한 잔 한다면 대선 출마를 결심할 때의 첫 만남을 생각하며 ‘처음처럼’을 외칠 것이고, 앞으로 협조체제를 유지해야 할 여야 의원들과 술 한 잔 한다면, ‘나중처럼’을 외칠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바라는 것은 지금 열심히 윤 대통령을 도와 오롯이 국민만을 위해 일하고 있는 참모들과 술 한 잔 하면서 ‘지금처럼’을 외치는 것이다.


어렵고 힘들게 살았던 시대에는 ‘나중처럼’의 마음과 자세로, 산업화와 함께 부흥을 맛봤던 시대에는 ‘처음처럼’의 마음과 자세로 잘도 버텨왔던 우리 국민이다. 이제는 ‘처음처럼’과 ‘나중처럼’이 조화를 이루면서 ‘지금처럼’이 삶의 좌우명이 되는 우리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추석연휴 기간 동안 고향을 찾은 사람들은 ‘추석처럼’, 일상으로 돌아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일상처럼’,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취준처럼’, 이 모두가 바로 우리를 당당하게 하는 최고의 활력소 ‘지금처럼’이다. ‘지금처럼’이 우리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처음처럼’도 ‘나중처럼’도 우리를 순수하고 신나게 만들어주는 참 좋은 마음이자 외침이다.


※ 이 기고는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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