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라퍼’ 홍준표 세지는 훈수 정치

2022.08.01 15:14:03 호수 1386호

낄 데 안 낄 데 다 낀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홍준표 대구시장이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원거리 타격을 가한다. 대구 현안이 쌓여있는데도 불구하고, 일할 생각은 않고, 자꾸 중앙정치에 참견을 한다. 대통령의 꿈을 일찍부터 꾸고 있는 탓이다. 



분명 중앙정치에서 비켜나 대구의 영광을 되찾겠다고 했다. 대선 직후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시장직에 출마하면서 한 말이다. 대선이 끝나고 홍 시장의 거취 표명은 정치권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방을 택한 이유는 홍 시장에게 돌아올 역풍을 스스로 우려해서다.

감 놔라

홍 시장은 6월 말부터 중앙정치를 향해 강하게 훈수를 뒀다.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홍 시장은 직설적인 화법으로 당내 적이 많았다. 과거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조국 수홍’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는 일부 당원이 홍 시장에게 등을 돌린 계기가 됐다.  

홍 시장은 26년간 정치권에 몸담아온 인물이다. 5선 국회의원, 당 대표, 경남도지사, 대선후보 등을 두루 경험했다. 2017년 당시에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나섰다가 패배한 뒤 몰락의 길을 걷던 그는 당 대표를 맡으며 당을 지켰다.

21대 총선 때는 공천 방침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부활의 신호탄을 쏴 올리며 지난해 6월 복당했다. 국민의힘으로 돌아왔지만 그의 대권 도전은 순탄치 않았다. 당원이 홍 시장에게 등을 돌린 까닭이다. 


그의 정치 이력은 다른 정치인과 비교했을 때 단연 돋보인다. 그러나 국민의힘 경선에서 0선 정치인이던 윤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홍 시장 입장에서는 속 쓰린 패배다. 대선이 끝난 뒤 홍 시장은 대구로 하방을 선택했다. 

그는 할 말은 하고, 사과도 할 줄 아는 정치인이다. 난관을 헤쳐나갈 해법을 제시할 만큼 정치 경험도 풍부하다. 그러나 최근 잦은 훈수 탓에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한다.

홍 시장이 대구로 하방을 택한 이유도 다음 대선을 염두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홍 의원은 중앙정치 무대에서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다. 원내에서 맡을 수 있는 직은 대부분 다 해봤다. 최다선 의원이라는 점 빼고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이런 탓에 일찌감치 대구로 간 뒤 보수 표심을 다지겠다는 포석을 깔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구시장에 당선되고, 윤정부가 본격적으로 출범했을 때는 한동안 말을 아꼈다. 

존재감 드러내야 대권 도전?
윤 대통령 직접 타격은 없어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한 때는 시장에 당선된 이후부터다. 대구시정과 관련해 쓴 글은 많지 않고, 대부분 중앙정치에 쓴소리를 내오고 있다.

훈수 소재는 다양했다. 윤석열 대통령, 국민의힘 내분에 대한 비판, 김건희 여사에게 하는 충고, 이준석 대표 등 여러 가지로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한다. 

초기에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이를 지원하는 뉘앙스의 발언이 많았다. 동시에 자신의 경쟁자로 분류된 유승민 전 의원을 향한 견제 메시지도 띄웠다.

정치권은 홍 시장의 메시지 톤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을 주목한다. 심지어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구·경북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서는 권성동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향해 경고장을 날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언론 공개 발언이 끝나갈 무렵 홍 시장은 권 대행에게 “내년에 대표 선거를 하는 게 맞느냐”고 물었다. 이 과정에서 홍 시장은 권 대행에게 “이번에 하는 것을 보고 돕겠다”며 고 말했다. 사실상 권 대행에게 TK(대구·경북)는 본인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경고를 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지역개발을 위해 협조하라는 공개적 압박과 동시에 현재 보수색이 짙은 대구에서 자신의 입지가 크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다. 

지난달 한 달 동안 홍 시장이 올린 글 중 절반 이상이 중앙정치와 관련된 내용이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권을 의식한 행보라는 시선이 존재한다. 사실상 마지막 대권 도전이 될 수 있는 홍 시장 입장에선 중앙 무대에서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는 존개감을 과시할 수밖에 없다.

잇따른 지적에도 불구하고 홍 시장이 지속적으로 현안에 훈수를 두는 이유는 이 같은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여겨진다. 국민의힘은 대선 직후 이어진 당내 갈등을 중재해온 인물이 딱히 없다. 

자꾸 중앙정치 참견 오지랖 
중재자 자처해 당심 다지기

현재도 마찬가지다. 당내 사안을 조율하고, 중재해야 하는 권 대행은 리더십 논란에 휩싸여 있으며 지난달 31일, 직무대행직에서 사퇴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자기가 바로 윤심이라는 점을 강조하기에 바빴다. 홍 시장이 중앙정치에 중재자임을 자처하고 나선 이유다.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인 셈이다. 윤 대통령과 권 대행이 주고받은 메시지에 대해서도 홍 시장은 자신이 소속한 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대선 기간 자신이 중재자로서의 역할도 있었다는 점도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다만 홍 시장의 발언은 윤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타격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주변이 문제라며 강한 적대감을 표출하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홍 시장의 임기 초반의 행보를 두고 대구 시정의 현안들부터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꼬집는다. 대구는 현재 신공항 건설, 식수원 문제, 대구신청사 이전 문제 등 여러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태다.


이 같ㅌ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홍 시장은 본인의 SNS에 “당 대표가 화합적 리더십으로 당을 이끌지 않고, 계속 내부 불화만 야기시키는 것을 보고 속내를 감출 수가 있겠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사실상 중앙정치에 계속 훈수를 두겠다는 의도라고 풀이된다.   

배 놔라

한 정치권 관계자는 “홍 시장은 현재 대구시장이다. 중앙정치를 중재하는 모습보다는 대구 현안에 집중하는 모습이 좋은 그림”이라며 “홍 시장까지 중앙정치에 계속 관여한다면 참전하는 꼴이 돼 국민의힘이 더 큰 내홍에 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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