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대기서 만끽한 첫 승의 의미

2022.06.27 14:43:06 호수 1381호

'3인3색' 정상 정복 스토리

최근 국내 프로골프 무대에서 비슷한 시기에 첫 우승을 차지한 선수가 대거 목격됐다. 정상에 오르기까지 그들이 밟은 코스는 조금씩 달랐다. 놀라운 기량을 발휘하며 우승컵을 들어 올린 신예가 있는가 하면, 십여 년에 걸친 도전 끝에 승리를 따 낸 중견 선수의 활약도 돋보였다.

 

 



장희민(20)은 지난달 15일 경기 여주의 페럼 클럽(파72)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총상금 13억원)에서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마수걸이

올해 처음 열린 이 대회에서 장희민은 2억6000만원에 달하는 첫 우승 상금을 두 번째 출전 만에 얻게 됐다.

퀄리파잉 토너먼트 공동 10위로 올해 정규 투어 시드를 획득한 장희민은 개막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서 공동 17위에 올랐다. 그리고 한 달 만에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신인 선수가 KPGA 투어 데뷔 후 두 번째 대회 만에 우승한 것은 2020년 군산CC 오픈에서 우승한 김주형 이후 처음이다.

첫날 이븐파 공동 28위, 2라운드에 2언더파 공동 16위였던 장희민은 3라운드에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4라운드를 출발한 장희민은 전반에 버디 1개와 보기 3개로 2타를 잃었지만 후반에 뒷심을 발휘했다.


10번(파4), 12번 홀(파5) 버디로 흐름을 가져온 뒤 14번 홀(파3) 보기로 2타 차로 쫓겼지만 15번 홀(파4)에서 승기를 잡았다.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넘긴 위기 상황에서 장희민은 11.5m의 클러치 버디를 넣어버렸다.

프린지에서 출발한 볼은 절묘한 커브를 그리며 천천히 홀로 빨려 들어갔다. 이 버디로 2위 그룹을 3타 차까지 떨어뜨렸고, 16번 홀(파3) 티샷을 핀 2m에 붙여 연속 버디를 잡으며 4타 차로 달아났다. 17번 홀(파4) 티샷 때 실수가 나왔지만 레이업 뒤 세 번째 샷을 핀 1m에 붙여 파를 지켰고, 18번 홀(파5)에서도 안전한 공략으로 타수 차를 유지했다.

조금씩 달랐던 밟아 온 길
‘루키’ 장희민 2전 만에 승리

장희민은 “3라운드가 끝나고 긴장되기 시작했는데 신경 쓰지 않고 내가 경기에서 할 것에만 집중했다. 이것이 우승에 큰 도움이 됐다”며 “바람이 강하게 불고 핀 위치도 어려워서 골프장과 싸워 이기려고 노력했다. 그 외의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경기 후반에는 안전하게 경기했다”고 말했다.

장희민은 이번 우승으로 2024년까지 2년간 KPGA 투어 출전권을 확보했다. 신인상 포인트 1위는 물론,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와 상금랭킹 2위로 뛰어올랐다. 중2 때 영국으로 골프 유학을 떠나 고교 시절까지 그곳에서 지낸 장희민은 유러피언 3부 투어 경험도 있다. 2016년에는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냈다.

홍정민(20)은 대역전극을 펼치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생애 첫 우승을 신고했다. 홍정민은 지난달 22일 강원도 춘천의 라데나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결승전에서 17, 18번 홀 연속 버디로 ‘슈퍼 루키’ 이예원(19)을 1홀 차로 제압하고 ‘매치 퀸’에 등극했다. 홍정민은 KLPGA 투어 35개 대회 만에 거둔 첫 우승을 계기로 상금 2억원을 거머쥐었다.

 

 

홍정민은 16강전에서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인 박민지(24)에게 17번 홀까지 1홀 차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18번 홀(파5)서 1m짜리 버디를 낚아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연장 첫 홀서 버디를 낚아 역전승했다.

홍정민은 8강전에서도 연장 첫 홀인 18번 홀에서 1.5m 거리의 파 퍼트를 집어넣어 보기에 그친 지난해 ‘신인왕’ 송가은(21)을 눌렸다. 4강전에서는 강호 임희정(22)에게 2홀 차로 끌려가다 14, 15번 홀의 연속 버디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뒤, 연장 두 번째 홀인 11번 홀(파4)에서 파를 잡아 더블보기를 범한 임희정을 눌렀다.

홍정민은 조별 리그에서도 2승1무로 정지민2(26)와 공동 1위를 기록해 연장 승부를 펼친 끝에 16강에 올랐다. 따라서 우승까지 무려 126홀의 대장정을 해야 했다. 출전 선수 중 가장 많은 홀을 소화한 것이다.

결승 문턱에서는 자신과 함께 국가대표 생활을 했던 이예원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둘다 생애 첫 우승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


홍정민은 4번 홀까지 3홀을 내주며 이예원에 끌려갔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5~7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단숨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9번 홀(파4)을 내줘 1홀 차로 뒤졌지만, 12번 홀(파5)에서 이예원이 보기를 범해 다시 올스퀘어가 됐다.

팽팽했던 접전은 13번 홀(파3)에서 균열이 생겼다. 홍정민이 보기를 범하면서 이예원이 1홀 차로 앞서기 시작한 것. 이후 16번 홀까지는 이예원의 리드였다. 

홍정민, 연장 끝 ‘매치 퀸’
박은신, 13년 만에 우승 감격

그러나 홍정민에게는 무서운 뒷심이 있었다. 17번 홀(파4)에서 2m가량의 내리막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홍정민은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세 번째 샷을 핀 1m 지점에 떨궈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이예원을 제치고 정상에 우뚝 섰다.

홍정민은 “뒤진 채 끌려가다 보니 더 정신을 차리고 집중하게 됐다”며 “임희정 언니가 가장 힘들었다. 포커 페이스에 실수를 안 하는 스타일이라 어려웠다. 내가 기회를 잡아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은신(32)은 KPGA 투어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총상금 8억원)’에서 김민준(32)과의 두 차례 연장 접전 끝에 승리하며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13년 만에 거둔 KPGA 투어 첫 승이다.

 

 

박은신은 지난달 22일 경남 거제 드비치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오전 조별 리그 3경기에서 문경준(40)을 이겨 조별 리그 3전 전승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김민준 역시 김봉섭을 물리치고 3전 전승으로 결승전에 나섰다.

둘 다 정규 투어 첫 승 도전이어서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다. 박은신은 2번 홀(파5)에서 져 한 홀을 내줬지만 5~7번 홀까지 3개 홀 연속 따내며 단숨에 2홀 차로 앞섰다. 김민준도 8번 홀(파3) 버디로 이겨 한 홀 차를 보이며 전반을 끝냈다.

후반들어 김민준은 10번 홀(파4) 버디로 타이를 이뤄 균형을 맞췄고, 이후 11번 홀부터 16번 홀까지 홀수 홀에서는 박은신이 승리했고, 짝수 홀에서는 김민준이 이겨 결국 타이가 됐다. 이후 17번, 18번 홀에서는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승부는 연장전으로 넘어갔다.


환희

18번 홀(파5)에서 진행된 첫 번째 연장전에서 두 사람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같은 홀에서 진행된 두 번째 연장에서 박은신이 홀 1m 우승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을 확정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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