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단상> 동서 프레임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
2022.06.20 17:41:50 호수 0호

세계 흐름에 맞춰 1등국가로 나가는 변천

정지돼있는 지구본을 보면, 지구가 적도를 중심으로 북반구와 남반구로 나뉘어져 있고, 대륙이나 대륙 안의 나라들이 남북(南北)으로 길게 형성돼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회전하는 지구본을 보면, 지구가 대서양을 중심으로 동양과 서양으로 나뉘어져 있고, 특히 북반구의 나라들이 동일 위도 상에 동서(東西)로 길게 형성돼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정지돼있는 지구본을 통해서는 지구가 남북 프레임으로, 회전하는 지구본을 통해서는 지구가 동서 프레임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는 구조로 돼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지구는 멈춰있지 않고 실제 자전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류는 대륙 중심의 남북 프레임보다 대양 중심의 동서 프레임에 더 익숙해 있는 것 같다.

지구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자전하기 때문에, 우리는 해가 동쪽에서 떠 서쪽으로 진다고 느끼며 매일 동서 프레임에 민감하지만, 위도(남북)에 따라 변하는 계절은 하루 이틀 사이에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계절의 변화로 느낄 수 있는 남북 프레임에는 둔할 수밖에 없다.

인류 역사를 보더라도 동서 프레임보다 남북 프레임에 비중이 쏠려 있어, 이념이나 경제나 전쟁 등 대부분의 교류와 대립이 동서 프레임으로 진행돼왔다.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도 사람이 살 수 없는 남극, 적도, 북극으로 이어지는 남북 벨트보다 주로 북반구의 동일 위도 상에 있는 나라들과 동서 벨트를 형성해 교류해왔고, 대양을 기준으로 동서 프레임에 의해 나뉜 동양과 서양도 오랜 기간 동안 서로 이념, 경제, 과학, 군사력 등 여러 부문에서 교류와 대립을 통해 발전해왔다.

사실 선진국과 개도국 관련 남북 문제는 사라진지 오래지만, 동양의 사회주의와 서양의 자본주의 이념 관련 동서 문제는 지금도 옷만 바꿔 입었을 뿐 계속 진행되고 있다.

최근 G2국가인 미국과 중국이 경쟁적으로 대서양 중심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을 늘리고, 태평양과 인도양 연안 국가들과 경제동맹을 맺으며 실질적인 안보동맹을 맺고 있는 것도 동서 프레임 싸움에서 지지 않겠다는 의도다.

성경에 ‘동이 서에서 먼 것 같이’ 라는 구절이 있고, 나폴레옹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했다’는 말이 있듯이, 전 세계는 남북 프레임이 아닌 동서 프레임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게 확실한 것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동서 프레임으로 움직이고 있는데도, 통일이라는 과업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남북 프레임을 내세워야 하는 입장에 있다.

통일 이전이나 이후에도 동서 프레임으로 세계의 동서 프레임과 일치했던 독일과 달리, 우리나라는 통일 관련해서는 세계의 동서 프레임과 달리 남북 프레임으로 가야 한다.

원래 우리나라(남한)는 국토가 동서의 길이 보다 남북의 길이가 2배쯤 되고, 양대 도시인 서울과 부산도 남북으로 위치해 있어, 분단국가를 떠나 주로 남북 프레임으로 국토개발이나 각종 정책이 추진돼왔고, 역사적으로도 중국과 오랜 교류를 해오면서 남북 프레임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20세기 초 서양의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면서 약 100년 동안 경제,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동서 프레임으로 진행해왔다. 

21세기 초부터는 중국과 교류가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최근 20여년 동안 경제는 중국과 남북 프레임으로, 안보는 미국과 동서 프레임으로 진행해오면서 동서 프레임과 남북 프레임이라는 두 개의 틈바구니에서 보이지 않는 사회적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5월23일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에 가입했고, 우리나라 정상이 최초로 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에서도 동서 프레임을 추구하게 됐다.


지구촌에 남북 프레임과 동서 프레임이 존재하고 있지만, 큰 흐름으로는 동서 프레임에 의해 세계질서가 움직이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미국·중국의 동서 프레임 싸움의 틈바구니에 있는 나라라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전통적인 남북 프레임과 세계적인 추세의 동서 프레임이라는 두 개의 틀을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우리기에 더 많은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그래도 국토가 남북으로 길게 늘어진 한반도지만, 경상도와 전라도, 북한의 함경도와 평안도의 경쟁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동서 프레임을 많이 경험한 우리다.

남북 프레임 → (남북 프레임+동서 프레임) → 동서 프레임  

위 도식은 세계 흐름에 발맞춰 1등국가로 나아가는 한국의 프레임 변천 과정이다.


※ 이 기고문은 <일요시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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