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6색' 차기 국세청장 쟁탈전

2022.03.31 09:30:57 호수 1368호

암묵적 공식이냐 새로운 선택이냐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윤석열정부의 국세 행정을 책임질 국세청장 후보에 대한 관심이 높다. 국세청장 임명에는 암묵적인 공식이 있다. 국세청 차장, 서울국세청장 등 내부 승진이다. 하지만 윤정부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이전 공식을 깨고 새로운 선택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권교체는 늘 새로운 바람을 불러온다. 오는 5월10일 문재인정부가 막을 내리고 윤석열정부가 들어선다. 최대 관심사는 4대 권력기관이라 불리는 검찰청, 경찰청, 국가정보원, 국세청의 수장이 누가 될 것이냐는 점이다. 

역대 청장 
17명 보니…

장관급 직책이 아님에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권력기관들의 수장은 중립이 요구되는 직책이다. 역대 정권들은 4대 권력기관을 활용해 국정 운영을 수월하게 이끌어왔다. 검경을 통해 과거 사건을 수사하거나 국세청을 통해 기업 길들이기도 했다. 

국세청장의 역할만 따지면 장관급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문재인정부는 취임 초기 ‘적폐 청산’을 외치며 첫 국세청장으로 한승희 전 청장을 발탁했다. 한 전 청장은 고액 재산가와 대기업 수사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라고 알려졌다. 

윤정부의 국세 행정을 책임질 국세청장으로 누가 낙점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윤 당선인은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 곧바로 새 국세청장을 임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청장 임기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으나 통상 2년을 주기로 바뀌고 있으며, 김대지 현 국세청장은 2020년 8월에 취임했다. 


과거 새 국세청장 후보자에 주로 내부 인사가 지명돼왔다. 국세청 차장, 서울국세청장, 중부국세청장, 부산국세청장 중에서 국세청장으로 내정됐다. 노태우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국세청장 17명 가운데 국세청 차장에서 승진한 인사는 7명, 서울청장에서 발탁된 인사는 6명, 중부청장에서 영전한 인사는 1명, 나머지 3명은 외부 인사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이 역대 어느 정부에서나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성원하고 국정과제를 적극 지원해 왔다는 점은 여·야 모두에게 각인돼있다”며 “이 때문에 국세청 내부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없다면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내부 승진의 전통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일요시사>는 윤정부 첫해 차기 청장 후보군으로 국세청장 6명을 분석했다. 

▲임광현 국세청 차장 = 임광현 국세청 차장은 국세청 2인자로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이다. 1969년 충남 홍성 출신으로 강서고와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8회로 국세청에 입문했다. 1995년 공주세무서 직세과장으로 세정 업무를 시작했다. 

2015년 중부청 조사1국장으로 발령받으며 공직생활 20년 만에 고위 공무원으로 승진했다.

고위 공무원으로 승진한 이후 계속해서 조사국장으로만 근무했다. 이후 중부청 조사4국장, 서울청 조사2국장, 서울청 조사4국장, 서울청 조사1국장, 국세청 조사국장까지 무려 6번의 조사국장을 역임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재임기간 2년…5월 내정 전망
임광현·임성빈 ‘2파전’ 유력

탁월한 업무능력을 선보이며 일찌감치 국세청장 재목으로, 주변의 인정을 받아온 엘리트 출신이다. 하버드 법대 출신인 그는 과장 시절에도 본청에서 정책보좌관과 조사기획과장을 거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국세청 조사국장으로 일하면서 국세청 선배였던 전관 출신의 공직 퇴임 세무사에 대한 세무조사도 진두지휘했다. 또 코로나19로 마스크 대란일 때 마스크 온라인 판매상과 수출 브로커 등에 고강도 세무조사를 즉각 실시했다. 

부동산 법인에 대한 전수 검증과 탈루 혐의에 대한 조사도 적극 실시하면서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또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다국적기업 등 그동안 쌓아왔던 조사 역량을 발휘하면서 진가를 뽐내기도 했다.


김대지 국세청장 취임 후 처음으로 실시한 고위 공무원단 인사에서 서울지방국세청장으로 임명되며 고공단 가급으로 승진했다. 가급 승진이 2020년 9월이었고 지난해 7월 국세청 차장으로 이동하면서 국세청 2인자 자리에 앉게 됐다.

직원들의 평가도 좋다. 그를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다는 한 직원은 “업무능력이 출중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잔정이 많다”고 전했다. 일례로 직원들의 인사발령 후 반드시 직접 전화해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임 차장은 검소하기로도 유명하다. 오랫동안 같이 근무했던 한 간부는 2만원이 넘는 식사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그는 주말마다 산에 오른다고 알려져 있다.

▲임성빈 서울국세청장 = 임성빈 서울국세청장은 1965년생으로 부산에서 태어나 경남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7회로 국세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해 국세 행정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지만 그중에서도 조사업무에 두드러진 장점을 보인다. 징세업무 뿐 아니라 조세심판원에서 2년간 근무한 경력으로 납세자 보호에 대한 이해도도 깊다. 중부청 조사1국, 서울청 조사4국, 본청 조사국 등 조사 분야에서 근무한 뒤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파견을 다녀왔다.

국세청으로 복귀한 이후 서울청 국제조사3과장, 본청 국제조사과장 등 조사 파트 근무를 계속 이어갔다. 실무 능력이 가장 뛰어나고 노하우가 축적된다는 황금시기를 모두 조사국에서 보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국세청 최고 요직이자 어려운 자리로 불리는 ‘서울청 조사4국장’에 발탁돼 진가를 발휘했다.

조사 전문가? 
멀티플레이어?

이후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부산지방국세청장, 서울지방국세청장까지 탄탄대로였다. 문재인 대통령과는 경남고 동문이다.

특히 임 청장은 2019년 일본 수출규제로 우리나라 기업이 많은 피해를 입었을 때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을 위한 각종 세정 대책을 내놓으며 위기 타계를 도왔다. 


일본 수출규제 피해기업 세정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본청과 지방청, 일선 세무서에 체계적인 협업을 만들었다. 피해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세무상 어려움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맞춤형 지원을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도 보여줬다.

국세청 1급인 부산국세청장으로 승진하고서도 서울 국세청장 자리까지 앉았다.

김대지 청장을 제외하고 현재 최고참 행시 출신으로 국세청 내부에서의 신망도 두텁다. 임 청장을 잘 아는 지인들은 선이 굵으면서도 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조직을 관리하는 탁월한 능력을 갖췄다고 했다. 또 남다른 정무적 감각으로 상황 판단을 거시적으로 해내면서 상하 직원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김재철 중부지방국세청장 = 김 청장은 1964년 생으로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순천고와 국립세무대학을 4기로 졸업했다. 8급 특채의 국세청 고위직 명맥을 이어가면서 세대 출신 국세청 직원들의 희망으로 불린다. 세대 출신 중에서 국세청 고공단 가급으로 승진한 것은 역사적으로 김재웅 전 서울청장, 김한년 전 부산국세청장 단 두 명뿐이었기 때문이다.

김 청장의 경우 본청 세정 홍보과에서 근무 당시 서기관으로 승진했다. 그는 4년간 본청 세정 홍보과에서 근무하면서 국세청의 권위적인 이미지를 버리고 성실납세를 지원한다는 납세자 친화적 이미지로 변화하는 데 큰 노력을 쏟았다.

이후 목포세무서장으로 초임 기관장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서울청 조사3국3과장으로 본격적인 관리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이후 김희철 전 서울청장을 보좌하는 서울청 운영지원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최초로 서울청의 균형 성과평가 조직평가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세대냐
행시냐

이후 본청으로 입성해 국세청 납세자 보호담당관으로 근무하면서 세무조사 실시간 모니터링, 조사팀 교체명령, 세무조사 입회제도와 같은 획기적인 제도도 내놨다. 또 국세청 최초로 세무대학 출신 대변인으로 발탁됐다. 

대변인 시절 국세청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경청하는 폭넓은 대인관계를 가졌다. 또 국세청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등 특유의 친화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세대 출신으로는 두 번째로 중부청장 자리에 앉으면서 세대 출신 후배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이명박정부 시절 김덕중 전 중부국세청장이 일약 국세청장으로 발탁된 적이 있어 김 청장도 기대해볼만하다. 

▲노정석 부산지방국세청장 = 노정석 부산지방국세청장은 1969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서울로 이사해 대광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8회로 국세청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노 청장은 사무관 시절 서울 대기업의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서울청 조사1국1과1계장으로 근무하다 노무현정부 말기에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파견을 다녀왔다. 국세청에서 근무하다 청와대 파견의 길을 걸으면 어김없이 잘나가는 선배들의 길을 그대로 밟아왔다.

본청 입성 후에는 자산과세국장, 국제조세관리관, 조사국장, 법인납세국장 등 주요 요직에서 근무했고, 고공단 가급으로 승진하며 부산지방국세청장에 임명됐다.

특히 본청 자산과세국장으로 근무할 당시에는 고액자산가의 변칙 상속, 증여, 자본거래 등을 통한 부의 무상이전에 대해 적극 대응한 바 있다. 자산과세 분야 과세 인프라 확충 및 전산화, 과학화를 위해 노력해 자산과세 행정 발전에 기여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그해 우수공무원으로 포상받기도 했다.

새 정권 새 청장은 누구?
내부 승진? 외부 영입론도

본청 조사국장 당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비대면 중심의 간편조사 방식의 전환과 세무 부담은 완화시키면서도 경제위기 상황에서의 반사회적 탈세에는 조사역량을 집중하면서 역량을 발휘했다. 코로나 여파로 법인세수 절벽으로 위기상황이었던 시기에는 법인납세국장으로 재직하면서 납세자 성실신고를 적극 지원해 성실납세 문화를 조성하는 등 안정적 세수 확보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얻었다.

▲강민수 대전국세청장 = 강민수 대전국세청장은 1968년 경남 창원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해 행시 37회로 국세청에 발을 디뎠다. 

그는 제주세무서 총무과장, 안양세무서 소득세과장을 시작으로 버밍엄대 국외훈련, OECD 사무국 파견돼 국제 관련 실무를 익혀왔다. 이후 강 청장은 국세청 기획재정담당관, 부산국세청 조사1국장, 조세심판원 상임조세 심판관, 서울국세청 조사3국장, 국세청 전산정보관리관 등을 역임했다.

특히 강 청장의 경우 문재인정부에서 홀대받은 인물로 유명하다. 본청 국장을 5번이나 지내면서 1급 승진 후보에 다섯번이나 올랐지만 “현 정부에 미운털이 밝힌 것 아니냐, 뒷배가 없으니 계속 밀린다” 등의 말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7월부터 2급 지방청장직을 맡고 있다. 

▲김창기 전 부산청장 = 김창기 전 부산청장은 1995년에 제주세무서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경북 봉화 출생으로 대구 청구고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행시 37회로 공직에 입문, 국세청 감사관과 개인납세국장, 중부지방국세청장 등 주요 직위를 두루 거쳤다. 

중부국세청장 시절 신종업종·취약분야에 대한 신고 도움자료 제공을 확대, 수요자 중심의 성실신고 지원 강화로 세입예산의 안정적 조달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퇴임사에서 공무원으로서의 보람은 인간관계라고 말했다. 본청에 사무관으로 근무하면서 동료들과 토론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쁘게 일했던 시절에 가장 보람을 느꼈고, 직급의 높낮이나 경력, 나이는 이와 큰 관계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천장은 오랫동안 국세청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퇴직한 국세청 외부 인사로서 상황에 따라 내·외부 인사로 유연하게 구분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5년 만에 정권교체 후 새 정부의 첫 지명인만큼 보수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역대 사례들을 보면, 정권 첫 청장으로 차장이나 서울청장을 지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노무현정부에선 외부 인사인 이용섭 전 국세청장을 지명했다.

파격적인
결정할까

이런 분위기에서 내부승진 후보군을 뛰어넘어 노정석 부산청장을 비롯해 문재인정부에서 소외됐던 강민수 대전청장 등이 급부상하고 있다. 아예 이들을 제외한 외부영입론도 나오고 있다. 부산청장, 대전청장에서 곧바로 국세청장에 오른 케이스는 아직 없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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