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각각' 성범죄자 SNS 이중잣대 논란

2022.02.15 10:49:25 호수 1362호

누군 되고 누군 안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과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은 대중의 반응을 살피면서 복귀했다. 범죄를 일으키고도 소통하고 싶어 하는 이들은 SNS를 통해 글을 올리지만 계정이 차단당하기 일쑤다. SNS 플랫폼 내에서도 성범죄자에 한해서는 이용 제한을 두고 있다.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만들고 온라인에 유포한 혐의로 징역 42년이 확정된 조주빈이 옥중 블로그를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조주빈입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고 지난해 8월17일 상고이유서와 사과문 등 총 6개의 글과 자필 사과문으로 추정되는 사진 등도 함께 올라왔다. 

블로그 운영

지난 4일 네이버는 조주빈 블로그에 대한 신고를 받고 운영정책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결과 정책 위반사항이 있어 운영 제한 조치를 결정했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조씨가 보낸 서신을 조씨 부친이 대신 블로그에 올리면서 조씨의 상고이유서와 입장문 등을 게재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우려를 샀다. 조주빈은 게시글에서 수사기관과 사법 시스템을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조주빈이 함께 계정을 운영하던 인스타그램도 삭제됐다.


성범죄자의 SNS 계정 삭제는 차단은 이전에도 있었다. 과거 미성년자 성폭행 및 강제추행 혐의로 복역한 가수 고영욱씨는 지난 2020년 11월 인스타그램에 “이렇게 다시 인사드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며 인사했다. 그는 “9년 가까이 단절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살아있는 한 계속 이렇게 지낼 수는 없기에 이제는 조심스레 세상과 소통하며 살고자 한다”고 SNS 활동 이유를 밝혔다.

고영욱의 계정은 연 지 하루 만에 삭제됐다.

고씨 외에도 집단 성폭행 등의 혐의로 복역 중인 최종훈과 정준영, 비서 성폭행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계정도 삭제됐다.

인스타그램은 “성범죄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인스타그램을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문제 계정에 대한 이용자들의 신고가 들어오면 사실 확인 후 삭제 및 비활성화 조치를 하고 있다. 

유죄 판결을 받은 성범죄자인 경우 관련 언론 보도나 법원 판결문 등의 증거를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또는 구글 고객센터로 신고하면 해당 계정은 영구 정지 처리된다.

이름이 알려진 연예인의 경우 SNS 고객센터로 신고가 접수돼 SNS 이용이 제한되기도 하지만 일반인 같은 경우에는 사각지대에 있다. 

고영욱·정준영 등 계정 차단
법원 판결문 통해 신고 접수
재범의 가능성 낮으면 통과?

같은 성범죄자일 경우 공인은 언론에 성범죄 사실이 알려지지만, 일반인의 경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성범죄 전과를 숨기고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공인은 바로 영구 차단당하는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공정하게 계정을 삭제하기 위해서는 페이스북이 전 세계의 국가와 협약을 맺어 범죄기록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다정 인스타그램 이사는 “안전한 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플랫폼 특성상 유저들이 안전하다고 느껴야 커뮤니티 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위해가 된다고 보는 성범죄자의 경우 적극적으로 차단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체적으로 모니터링도 하지만 이용자가 방대하기 때문에 주로 신고를 받은 경우 검토해 삭제 조치한다”고 덧붙였다.

차단 기준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을 때부터 선제적으로 적용된다. 만약 항소심이나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면 복원하는 식이다. 

실제 SNS 플랫폼들은 자체 규정을 통해 성범죄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전과자의 계정 이용을 규제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조씨 블로그를 두고 자체 운영 정책상 ‘범죄·범죄인 등을 미화하거나 지지해 범죄를 용인하거나 조장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트위터는 폭력과 테러, 아동 성 착취, 혐오 행위 등을 조장할 경우 이용자의 신고를 받아 해당 계정에 조치를 취한다. 트위터는 이 규정을 근거로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계정을 영구 정지시켰던 바 있다.

아마존 산하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도 성범죄자의 방송을 제한하고 있지만 ▲범죄가 먼 과거에 일어났거나 ▲신뢰할 만한 교화 과정을 거친 경우 ▲재범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될 경우 등 이용을 허용하기도 한다.

지난해부터 서비스 외부에서의 성범죄, 극단주의, 테러 활동 등에 최대 영구 정지에 해당하는 제재를 가하는 약관을 추가하기도 했다. 반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유죄 판결을 받은 성범죄자의 계정 사용을 예외 없이 제한한다.

일각에서는 국가의 형벌권을 넘어 사회적 제재를 가하는 건 부당하다는 지적도 있다.

자유 침해?

김계리 변호사는 “성범죄자들은 왜 인스타그램을 하면 안되냐. 이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범죄를 저지른 순간 모든 자유가 박탈되는 건 아니다. 죄형 법정주의에 따라 법에서 정한 처벌을 받았으면 된 것”이라며 “사회가 그 사람에게 또다시 사회적 제재를 가하는 건 지나친 조치”라고 비판했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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