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밀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더욱 교묘해지고 대형화 조직화 되고 있다. 더욱이 국제범죄조직에 의한 한국경유 일본 등 제3국으로의 중계밀수도 크게 증가하고 밀수경로도 다변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마약안전지대가 아니란 얘기다. 그렇다고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 국경 최일선에서 ‘마약 청정국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밤낮으로 뛰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관세청 마약조사과 직원들. 그들이 전하는 마약 밀수 비화를 들어봤다.
“지금 마약으로 보이는 물건이 나왔다. 즉시 출동하라.”
인천공항세관 K 마약조사관은 출동명령과 함께 입국장으로 뛰어갔다. 그곳에는 여행용 가방을 든 S라는 63세의 일본인 남성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S는 브라질 상파울루로부터 입국하는 길이었다. K 조사관은 S로부터 가방을 건네받아 가방 내피를 칼로 도려냈다.
그 속에는 누런색 불투명 테이프로 ‘꽁꽁’ 포장된 여러 개의 뭉치가 가방 옆과 바닥에 빼곡히 숨겨져 있었다. 천연마약류인 코카인이었다. 그것도 무려 5.2kg, 시가로 따지면 150억원어치. 인천공항 개항 이래 최대 규모의 마약 밀수량이었다. K 조사관은 즉각 S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소지품을 검색했다.
심부름꾼에 불과한 ‘S’
소지품 검색 중 인천시 중구동 A호텔에 3박4일 일정으로 예약이 돼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G라는 일본인과 나이지리아인 P의 전화번호가 기재된 메모도 발견했다. K 조사관은 어찌된 영문인지 알아보기 위해 심문을 시작했다.
S는 “G와 P가 ‘브라질에서 의류가 들어 있는 가방을 인천공항까지 운반해주면 20만엔을 주겠다’고 해 이를 수락했다”며 “A호텔에 이동한 후 일본에 있는 P에게 전화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 즉시 S를 동행해 호텔로 이동 2시간 후 A호텔에 도착했다. 그 사이 호텔 프런트에는 S를 찾는 전화가 이미 네 번이나 와 있었다. K 조사관은 호텔방 하나를 체크인한 후 다시 전화가 걸려오기만을 기다렸다.
3시간쯤 지났을 때 P로부터 전화가 왔다. S가 호텔에 무사히 도착한 것을 확인하는 전화였다. 확인이 끝나자 전화는 곧바로 끊겼다. 1시간 후 K 조사관은 S에게 “P에게 돈이 없다고 전화를 하라”고 지시했다. 통화를 하자 “내일 한국에 있는 사람을 통해 보내주겠다”는 답변이 왔다.
한편 이 시각 본청 마약조사과에서는 도쿄세관 국제범죄정보센터에 범죄 개요와 함께 G와 P의 전화번호 정보를 제공하며 접촉을 하고 있었다.
다음날 오전 S는 “여행경비가 없어 식사도 못 하고 있다”고 P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G가 받았다. G는 “오늘밤 10시에 돈을 보내주겠다. 돈이 없어도 참고 기다려라”라고 응답했다.
그날 오후 도쿄세관으로부터 뜻밖의 정보가 들어왔다. 4개월 전 G가 일본 나리타에서 브라질 상파울루로 갔고 상파울루에서 다시 나리타행 항공편으로 나리타에 도착한 후 입국하지 않고 인천공항으로 환승했다가 며칠 후에 나리타로 입국한 기록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동북아시아의 허브공항인 인천공항을 마약류 생산국인 상파울로에서 소비국인 일본으로 가는 항공편을 환승하는 경유지로 이용했다는 것으로 전문 밀수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조사관은 “사실 S가 브라질로부터 반입한 코카인 5.2kg이 숨겨진 여행용가방을 건네받아 일본으로 가지고 가기 위해 S가 입국한 다음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G는 이틀 후 일본 나리타로 출국할 예정이었다”며 “G의 항공예약은 S가 인천공항에 도착하기 이틀 전에 이미 이뤄졌다”고 말했다.
잠복수사 결실을 이루다
약속한 밤 10시가 지나가고 12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막 날짜가 바뀌려는 순간 한 일본인으로부터 호텔 프런트로 전화가 걸려왔다. “S의 친구인데 현재 인천공항에 있다”며 호텔 위치를 물었다. K 조사관은 “직감적으로 G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곧바로 호텔프런트에 감시조를, 투숙실에는 체포조를 배치하고 도주로 차단 및 호텔외곽 감시를 위한 지원조 두 개 팀을 배치했다.
30분쯤 지나자 젊은 일본인이 호텔 프런트에 모습을 나타냈다. 프런트에서 호텔직원으로 잠복 중이던 감시조원이 S가 머무르고 있는 객실로 친절하게(?) 그를 안내했다. 잠시 후 객실 초인종이 울렸다. “하이 G.” 깜짝 놀란 G의 손목에 번개같이 수갑을 채웠다. 37시간의 긴 잠복이 마무리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