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새해 첫 전시' 신채희

2022.01.19 17:37:53 호수 1358호

PNGDIARY의 한 페이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 아트스페이스 영에서 신채희 작가의 개인전 ‘PNGDIARY’를 준비했다. 이번 개인전은 아트스페이스 영에서 진행하는 새해 첫 전시다. 



신채희 작가는 마치 일기를 쓰듯 일상적인 사물이나 음식 이미지를 그려 화면에 기록한다. 이미지를 콜라주처럼 겹쳐 붙이듯 그리며 화면을 구성해 나간다.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미지가 한데 모인 그림은 마치 스티커를 아무렇게나 붙인 노트북 뒷면이나 다이어리의 한 페이지처럼 보인다. 

충격과 자극

신채희는 일기에 대해 ‘지나간 기억을 복기하고 다듬어 안정적인 현재와 미래를 기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어떤 감정은 하나의 사물에 깊이 각인돼 그것을 볼 때마다 계속해서 연상되기도 한다. 

작가는 사물 이미지로 일기를 쓰면서 기억과 연관된 강한 감정이나 심리 상태에 자신을 지속적으로 노출시켰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안정된 상태가 되도록 수양하는 것이다. 회화 속 선명한 색채와 질감의 대비가 일으키는 시각적 자극은 그것에 담긴 기억의 심리적 자극을 상상하게끔 한다. 

연관 없는 이미지
겹쳐 붙여 구성해


이번 개인전을 통해 신채희는 이전까지 기록해왔던 기억을 해체, 규격화하고 재배치하는 법을 탐구했다. 일기를 쓰고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읽어보는 마음으로, 지난 이미지를 다시 바라볼 때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을 회화 작업으로 풀어내려 했다.

이리저리 조합하거나 화면 속의 특정 사물이나 구역의 일부분을 화면 밖으로 확장, 복제하고 평면을 벗어나 기억의 개념을 입체물로까지 확장시켰다. 

이미지 파일 형식과 확장자로 우리에게 익숙한 ‘PNG’는 Portable Network Graphics(이동성 네트워크 그래픽)의 약어다. 다른 이미지 형식보다 더 선명하고, 사각형 이미지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모양을 가진 이미지든 외곽을 남기고 배경을 투명하게 처리할 수 있다. 

PNG의 특징은 이미지를 그리고 복제하며 타원형 캔버스나 입체물 위에 독자적으로 튀어나오게 하는 신채희의 방식과 닮아있다. 그는 일식에 종종 사용되는 연어알을 그림의 소재로 주로 사용하는데, 이 연어알을 작은 원형 캔버스에 한 알 한 알 그려 여러 점을 제작하거나 구형 석고 입체물 위에 그리는 식이다. 

일기를 쓰고 되짚듯
다시 바라본 기억들

김명지 아트스페이스 영 큐레이터는 “처음 만져본 캐시미어, 손끝을 날카롭게 베는 종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마음에 괜히 만지작거렸던 옷자락, 반짝이는 바다의 물결, 연어알과 소시지의 터지는 식감 등은 연속성을 유지하던 감각을 칼로 베듯 감각의 절단면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붉게 발광하는 듯한 색을 가진 매끈하고 윤기 나는 표면이 과장돼있다”며 “신채희는 이 광택감을 유화 물감 특유의 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표면으로 재현한다”고 설명했다. 

물감의 광택이 빚어내는 간편한 착시에 의존하지 않고, 그 활용도를 제한한 채 온전히 기억에만 의존해 그 빛을 표현한다는 것.

또 신채희의 회화에 대해 “이런 기억의 기록과 회상의 과정, 그 흔적을 시각화해 또 한 번 변주해보려는 시도”라고 덧붙였다. 

수양의 기회


아트스페이스 영 관계자는 “지난 2년간의 기억은 많은 사람에게 깊은 심리적 충격과 자극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며 “이번 전시가 스스로를 수양하고 다듬을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할 용기를 북돋워 주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신채희는?]

▲학력
이화여대 서양화과 학부 졸업(2018)
이화여대 서양화과 석사 졸업(2021)

▲개인전
‘1& n’ 쇼앤텔(2021)
‘액체 도무송’ 가삼로지을(2020)
‘나는 깨끗한 잠을 자고 싶어’ 이대서울병원 웰니스 아트존(2019)
‘엉엉 울고 싶다’ 대안공간 안정(2019)
‘무당이 파도 속에서 검은 개를 안고 나타났다’ 사이아트 스페이스(2019)
‘신이 들어있는 장난감을 모두 버렸다’ 서진아트 스페이스(2019)
‘여액이 된 불순물이 된 여액이 된 불순물’ 갤러리 도스(2019)

▲단체전
‘ILLGIBLE MAP읽혀지지 않는 지도’ 아트스페이스 3(2021)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BAMA 2021’ 벡스코(2021)
‘확장하는 신체 BE’ 이화여대 갤러리(2019)
‘당신의 정당한 기이함을 전개시키십시오’ 도잉아트(2019)
‘AHAF아시아호텔아트페어’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2019)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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