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훈련 연기에 방점? 여권 내부서도 비판

2021.08.04 09:23:10 호수 0호

하태경 “김여정 하명기관으로 전락” 박용진 “우리가 결정해야”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지난 1일 ‘한미연합훈련 취소’ 담화에 대해 국정원, 통일부 등 정부 당국이 연기 쪽으로 방점을 찍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3일 “한미연합훈련 중요성을 이해하지만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고 북한 비핵화의 큰 그림을 위해서는 한미연합훈련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박 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과거 6·15 정상회담 접촉 때부터 20여년간 미국은 북한 인권 문제를,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해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다양한 정보를 종합해볼 때 북한은 지난 3년 동안 핵실험을 하지 않고 ICBM(대륙 간 탄도미사일)도 발사하지 않았는데 미국이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아 불만이 쌓여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대북 제재를 일부 조정 혹은 유예해서 북한의 불신과 의구심을 해소해줘야 대화로 유인이 가능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앞서 김 부부장의 ‘한미연합훈련 취소’ 담화에 공식으로 긍정 시그널을 보낸 셈이다.

통일부도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계기가 돼선 안 된다”며 “앞으로도 이런 방향에서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한미연합훈련은 연기나 취소 쪽으로 기울어지는 분위기다.


한미연합훈련 여부에 대해 미 국방부는 “모든 결정은 한국 정부와의 협의 속에 이뤄질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앞서 김 부부장은 “며칠간 나는 남조선군과 미군과의 합동군사연습이 예정대로 강행될 수 있다는 기분 나쁜 소리들을 계속 듣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중요한 반전의 시기에 진행되는 군사연습. 나는 분명 신뢰회복의 걸음을 다시 떼기 바라는 북남 수뇌들의 의지를 심히 훼손시키고 북남 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박 원장과 통일부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야권에선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태경 국민의힘 정보위원회 간사는 “박 원장이 취임 이후 국정원은 정보부서이지 정책부서가 아니라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는데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라는 김여정 요구에 대해 국정원이 입장을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대북 공작과 대민 안보를 책임지는 국정원이 사실상 김여정의 하명 기관으로 전락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여정 하명법으로 불리는 대북전단금지법을 밀어붙이더니 지금 또다시 북한에게 아무 말 못하고 저자세를 유지하는 이유는 뭐냐”고 따져 물었다.

유 전 의원은 “여권 일각서 한미연합훈련 연기론이 불거지고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김여정을 우리 국군통수권자로 모시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보여주기 쇼밖에 되지 않을 임기 말 남북정상회담을 구걸하기 위해 북한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면 당장 그만두기 바란다”고 제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부부장의 한미연합훈련 관련 담화문 발표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도 ‘김여정 하명 기관’ 비판이 나오고 있는 만큼 선뜻 입장을 표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북측의 군통신연락선 복원을 계기로 이른바 ‘대화모드’가 형성된 상황에서 자칫 ‘한마디’로 인해 찬물을 끼얹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권 일각에선 남측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한반도 운전자론’ 주장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박용진 의원은 <뉴시스>와의 인터뷰서 “김여정이 뭐라 하든 우리가 할 일은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당국이 북측에 이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날 박 의원은 “북한과 사이좋은 정상국가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가 위협적이거나 존엄을 침해하는 행위를 했을 때 그에 대해 의연하게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과 북은 정상적 이웃관계가 돼야 한다. 통일은 잠정적인 우리의 미래이니 지금 당장은 서로가 사이좋게 잘 지내자는 것”이라며 “(김대중정부의)햇볕정책에 세 가지 단서 중에도 1호가 '무력도발 불용'이었다. 저는 민주당도 그래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복원한 남북 통신연락선을 통해 남북은 매일 두 차례에 걸쳐 정기적으로 통화하고 있으며,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서도 지난달 29일부터 매일 한 차례씩 중국어선 불법조업 관련 정보를 정상적으로 교환하고 있다.

일각에선 앞선 북측의 군통신연락선 복구 요청은 결국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이 목적이었던 게 아니었느냐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 모양새가 됐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