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속에 조폭들이 공생한다”

2009.02.03 10:16:25 호수 0호

전직 조폭사관학교 담당이 털어놓은 新조폭합숙 실체

조직 ‘슬림?유연’하게 운영…유사시 헤쳐모여 100명
아파트·주택가 은신하며 조직예절·행동강령 등 익혀



‘의리’보다 ‘돈’을 따라 움직이는 조직폭력배(이하 조폭)들이 급증하면서 조폭세계도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이들의 합숙생활. 조폭들에게 합숙은 ‘사관학교’를 의미한다. 이곳을 거쳐야만 인정을 받고 생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이전 조폭들의 합숙은 집단생활 그 자체였다. 20~30명씩 한곳에서 함께 생활하며 그들만의 ‘룰’을 익혔다. 하지만 요즈음 조폭들의 합숙양상이 달라졌다. 과거 기피하던 아파트나 주택가에 3~5명씩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슬림화된 셈이다. 말투와 행동도 달라졌다. 전직 조폭 사관학교를 전담했던 A(50)씨를 통해 그 세계를 들여다봤다.

“요즈음 조폭들은 아파트에서 산다. 주로 3명에서 5명이 합숙하는데 동별로 이런 합숙소가 존재한다. 단지 내 적게는 10개에서 20개 정도다. 유사시 이들은 기동대 역할로 순식간에 모이면 50~100명 정도가 된다.”
A씨는 조폭합숙의 최근 동향을 간단히 정리했다. 그에 따르면 교육을 받는 조폭의 근거지는 아파트나 주택. 이전 같으면 기피대상 1호였던 은신처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 일반인들과 같이 살고 있다.

유사시 동원인원 최하 50명

“일반인들 속에 있는 만큼 조폭의 색깔을 지우고 주민들과 마찰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때문에 교육과정 속에 항상 이 부분을 강조하고 교육하고 있다. 조폭으로 탄로 날까 두려워 합숙소 바깥에서는 목소리에 힘을 빼고 ‘형님’으로 호칭하도록 하고 90도 인사를 금지시키고 있다.”

이 같은 교육의 이면에는 주민신고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자리한다. 신고로 경찰의 습격을 받기라도 하면 점조직으로 만들었던 은신처가 모두 해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 이들은 합숙소에서 어떤 생활을 할까.

합숙소에서 주로 하는 것은 예절교육, 몸집 불리기, 행동강령 등이다. 신념과 실력으로 1차 면접을 통과하거나 스카우트 된 신생조폭들이 주요 대상이다.

A씨에 따르면 합숙소에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예절교육이다. 서열이 확실한 조폭세계에서 그들만의 예절은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또 조직에 순응하고 명령에 복종하는 일원으로 훈련시켜 필요한 곳에 빠르게 투입시킬 수 있다는 것도 예절교육의 목적.

호칭은 ‘형님’으로 통일시킨다. 조직폭력단체 혐의를 피하기 위해서다. 또 일반인들과 접했을 때 조폭의 색깔을 지우기 위한 목적도 포함되어 있다.

‘한번 형님은 영원한 형님’임을 철저하게 교육시키는 것도 예절교육 중 하나다. 이를 위한 각종 행동강령도 있다. 이 같은 행동강령은 그곳에서 곧 법으로 통한다고.

대표적인 것이 ▲선배 앞에서 인사는 90도로 깍듯이 한다 ▲선배를 부를 땐 ‘형님’이란 호칭을 쓴다 ▲다른 조직과 싸움에서 지다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지 않는다 ▲선배를 만날 때 정장을 입는다 ▲2년 이상 선배 앞에서 맞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등이다.

언어예절도 있다. ▲선배로부터 전화가 오면 “쉬셨습니까. 저 OO입니다. 형님!” ▲전화를 끊을 때는 “쉬십시오. 형님!” 차에 탈 때는 선배가 먼저 타고 후배는 맨 나중에 타면서 90도로 인사하며 “쉬십시오. 형님!” 등이 대표적이다.

‘조직을 배신하면 꼭 보복한다’는 법칙도 교육한다. 이를 위해 본보기 차원에서 배신한 조직원을 집단 구타하는 현장에 합숙 조직원들을 참여시키기도 한다고.

“합숙에서 무엇보다 철저하게 교육시키는 것은 선후배 사이의 기율 확립이다. 조폭에 가담했을 때 기수를 묶어 주는데 이 기수가 중요하다. 기수는 주로 나이 순으로 묶어주는 게 관례다. 조직에 몸담은 순서대로 기수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잔인한 방법을 동원, 기강을 확립하고 있다.”

A씨는 일례로 비상연락망 가동을 들었다. 비상연락을 할 때 윗 기수 조직원이 바로 아랫 기수에게 연락을 취한다는 것. 그리고 해당 기수 조직원이 또 자신의 아랫 기수에게 연락하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후배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후배들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신의 바로 아랫 기수에게 ‘애들 관리 좀 잘 하라’는 식으로 한마디를 던진다. 그러면 나머지 후배 기수들이 알아서 움직여 후배 기강을 잡는다.

또 하나 필수 코스는 예나 지금이나 빠지지 않는 ‘몸집 불리기’. 이들이 무리를 해서 살을 찌우는 이유 중 하나는 싸움에 유리한 몸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언뜻 생각하면 싸움을 하기엔 헬스로 만들어진 근육질 몸이 유리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격투기나 권투 등 규칙이 있는 싸움과는 달리 조폭들의 싸움은 아무런 규칙이 없는 살벌한 싸움이다. 신체 어떤 부위도 가리지 않고 주먹이나 연장으로 치는 조폭들의 결투에서 근육질 몸은 관절이나 뼈가 손상되기 쉬운 몸이다. 또 내장에도 충격이 가기 쉽다. 그리고 칼 등 날카로운 무기에 찔릴 경우 지방질의 몸은 내장이 파괴되는 경우가 적어 부상정도가 적은데다 회복도 빨라 유리하다.

살찌려 개사료도 불사

살을 찌우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준다는 것. 두꺼운 정장에 가려져도 한 눈에 보이는 덩치가 공포감을 유발해 협박이나 폭력을 휘두를 경우 두 배의 효과를 얻는다는 게 그 이유다.

때문에 단기간에 살을 찌우는 다양한 식단들이 고안되고 있다. 그중 하나는 동방파, 신촌이대식구파 등의 조직원들이 사용해 유명해진 ‘개사료’ 식단. 으깬 개사료에 물이나 우유를 타서 끼니때마다 먹는 방법이다. 개사료는 영양소가 농축이 된데다 고열량이기 때문에 적은 양으로도 쉽게 몸무게가 불어나는 음식(?)이다.

이밖에도 각 조직들은 자신들만의 살찌우는 식단을 만드는데 칼로리가 높은 죽과 요구르트 등을 섞어 먹거나 고열량의 버터나 쇼트닝, 돼지비계국 등 다양한 식단이 있다.

“신입 조직원의 덩치를 키우려고 하루에 6끼씩 먹이며 몸 불리기에 주력시키기도 한다. 먹고 자고를 거듭하며 살을 찌우는 한편 체력훈련도 따로 시킨다. 1~2개월 안에 적어도 30kg 이상 몸무게를 늘리면 위협도 가능하고 상대방의 흉기도 방어할 수 있다.”

운동 역시 몸을 만드는 필수 코스다. 헬스클럽이나 검도, 격투기장 등에서 하루에 몇 시간씩 집중적으로 운동해 비대한 몸집으로도 날렵하게 싸움을 할 수 있는 체력과 순발력을 기른다. 또 살은 빠지지 않으면서 몸이 단단해지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꾸준히 몸을 만든다.


실제 상황에 대비해 합숙소마다 비치된 칼과 야구방망이 등으로 인형을 찌르는 실습훈련도 빠지지 않는 합숙생활이다.

A씨는 “합숙소 생활이 끝나면 각종 폭력 현장으로 불려 다니는 등 일을 하지만 영화 속에 나오는 화려한 조폭생활은 찾아보기 힘들고 오히려 생계유지조차 힘들다”며 “조폭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다른 생활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