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연예인들 출연료 보니…

2021.01.04 11:47:48 호수 1304호

월 100만원도 못 버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99%는 상위 1%가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노력하는 과정에도 필요한 최소한의 수입이 있다. 최근 연기자들의 실태조사를 통해 평균 출연료가 공개되면서 이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 ⓒpixabay


슈퍼스타급 배우들은 한 회차당 억대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의 연기자들이 이들처럼 되기 위해 꿈을 꾸고 노력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드라마 회당 제작비는 통상 5억∼7억원. 16부작 기준으로 100억원 정도가 든다. 이 중 주연 배우의 출연료는 어느 정도일까?

제작비 10%

한 드라마 남자 주인공의 회당 개런티에 1억5000만원, 여자 주인공의 개런티는 7000만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배우의 출연료로만 회당 2억원 이상이 지급됐다. 제작비를 평균 수준인 7억원으로 잡아도 전체 제작비의 무려 31%가 주연 배우의 개런티로 쓰인 것.

현재 톱 A급 남자 배우들의 회당 출연료는 1억5000만∼2억원 수준이다. 

배우 이병헌도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출연하면서 회당 1억5000만원, 24부작 기준 총 36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드라마 전체 제작비가 약 400억원이라고 알려지면서 제작비의 약 10%를 배우 한 사람의 출연료로 지급했다는 점이 밝혀졌다.


하지만 일반 방송 연기자들의 80%가 연 1000만원 미만의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응답자의 절반만이 정식 서면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촬영 현장에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와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 방송 연기자들의 출연 계약 및 보수 지급 거래 관행 등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10∼11월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계약 및 거래 관행 등은 방송 연기자 560명(비노조원 포함)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로, 수입은 연기자 노조원 4968명을 대상으로 한 자료조사로 진행됐다.

노조 조합원 4968명의 수입을 분석해보니 평균 출연료는 2015년 2812만3000원이었지만 2019년 1988만2000원으로 824만1000원 감소했다.

지난해 연 소득 1000만원 미만이 79.4%였고 2000만원 미만 5.6%, 3000만원 미만 3.3%, 5000만원 미만 3.4%, 1억원 미만 3.4%, 1억원 초과 4.8%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소득 1억원 이상의 연기자가 전체 출연료 지급분의 70.1%를 차지했다.  

방송 연기자 5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 529명의 연평균 출연료 수입은 1997만원이었다. 연기 일과 다른 일을 병행한다는 사람도 전체의 58.2%나 됐다. 병행 이유는 ‘생계비 보전’이 78.5%로 가장 많았고 ‘추가 수입(9.5%)’ ‘진로 변경(2.8%)’ 등이 뒤를 이었다.  

생계비 때문에 다른 일 병행
아동 출연자도 밤 10시 촬영

조사 대상 560명이 출연한 1030개(2019∼2020년·1인 최대 3개 답변) 프로그램에 대한 계약 관련 조사 결과 49.4%는 서면으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29%는 구두계약, 21.6%는 등급 확인서(방송사가 연기자 경력·등급 평가) 등 다른 문서로 갈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은 서면계약을 의무화하고 위반 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규정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제작 현장에서 겪었던 부당한 대우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일명 ‘쪽대본’으로 불리는 촬영 직전 대본을 받은 경험자는 33.4%로 집계됐다. 촬영 종료 후 야외수당, 식비, 가산료 등에 대한 ‘정확한 정산 내용을 받지 못했다’는 답변은 43.2%였다.
 

▲ 드라마 &lt;동의&gt; ⓒMBC

‘차기 출연을 빌미로 한 출연료 삭감(27.1%)’ ‘야외수당·식대 미지급(21.8%)’ ‘18시간 이상 연속 촬영(17.9%)’ ‘편집 등에 따른 출연료 삭감(12.5%)’ ‘계약조건과 다른 활동 강요(10.5%)’ 등 불공정 관행이 여전하다는 응답도 많았다.


심지어 아동·청소년 배우의 경우 서면계약서 작성률은 성인 연기자(50.9%)에 크게 미치지 않는 30.7% 수준에 불과했다.

응답자 중 66.7%가 밤 10시 이후 야간촬영을 한 경험이 있었지만 ‘촬영 전 대체로 동의를 구하고 있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43.3%, ‘동의를 구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26.7%, ‘동의를 구한 적이 없다’는 30% 등이었다.

조사 대상 아동·청소년 배우 중 62.2%는 성인 연기자와 비교해 출연료 차별을 받았다고도 답했다. 하지만 계약 체결이나 제작 현장에서 부당한 대우나 차별, 인권침해 등을 당한 경우에도 ‘그냥 참고 넘어간다(60.5%)’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이어 ‘소속사와 상의해 대응한다(37.2%)’ ‘보호자와 상의해 대응한다(30.2%)’ 순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이번 설문조사에 응한 아동·청소년 배우 중 82.2%는 연기학원을 다니고 있었으며, 응답자 전원은 방송출연 시 보호자가 동행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동·청소년 배우에 대한 학습권 등은 미흡해 지난해 촬영을 이유로 한 결석은 1인 평균 14.4일, 조퇴일은 4.7일이었다.

승자독식

연예인의 출연료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 마련과 함께 스타들의 몸값 독식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연예인의 양극화는 개선될 수 없다는 게 방송연예계 인사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보조출연’ 최고 일당은?

올해 시급을 가장 많이 주는 아르바이트는 ‘보조출연과 방청’이었다. 시간당 평균 1만7992원을 받았다.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 알바몬이 업직종별 아르바이트 시급 빅데이터 1279만건을 분석한 결과다. 

보조출연자는 TV 드라마나 영화 등에 등장해 장면을 채워주는 배경 역할을 한다.

사건 전개에 영향을 미치는 역할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연기력을 요하지 않는다.

같이 촬영하는 연예인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 이색 알바로 인기가 높다.

일당으로 지급해 촬영이 1시간 만에 끝나도 하루치 일당(9시간)을 모두 받는다.

물론 촬영이 9시간 넘게 계속되면 연장 수당과 야간 수당도 지급한다.

보조출연 아르바이트 경험자 A씨는 “촬영하는 날짜가 불규칙하며 일하는 시간보다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 굉장히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보조출연자의 경우 대기하는 공간이 따로 없어 비교적 편안한 아르바이트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 업계에 뜻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꾸준히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방청객 아르바이트의 경우 야외가 아닌 실내에서 촬영하기 때문에 TV 드라마나 영화 보조출연보다 편하고, 촬영이 비교적 빨리 끝난다는 장점이 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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