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대박’은 인생 ‘쪽박’?

2009.01.28 14:54:05 호수 0호

인생 대박을 꿈꾸며 습관적으로 ‘로또’를 사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적은 노력과 자금을 들여 수십억원의 돈벼락을 맞는 로또 1등 당첨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이들에겐 평생숙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에선 ‘로또대박은 인생쪽박’이란 말로 로또를 향한 열망에 찬물을 끼얹기도 한다. 1등 당첨 후 행복해지기는커녕 이전보다 더욱 참혹한 인생을 맞이하는 이들도 존재하는 탓이다. 최근에는 로또 당첨금을 놓고 법정에서 다툼을 벌이고 있는 부부의 사연이 공개돼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로또 당첨 후 패가망신한 이들의 웃지 못할 사연을 좇아봤다.



로또 당첨금 18억원을 둘러싼 부부간의 법정다툼이 알려져 보는 이들을 씁쓸하게 만들고 있다. 항소심에서 법원은 복권을 구입한 남편의 손을 들어줬지만 아내는 교도소에서 수감 중이고 부부의 연은 끝이 나는 등 파국을 면치 못했다.

3년간의 낯 뜨거운 소송사건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5년 남편 A씨(41)가 복권을 사면서부터다. A씨와 부인 B(40?여)씨는 1999년 만나 사랑에 빠졌고 2001년 7월 결혼했다.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사실혼 관계로 4년 동안 살았고 그 사이 딸도 낳았다.

대박인생 꿈꿨는데…

하지만 이들의 사이는 돈 문제로 점차 틀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2005년에는 별거에 들어가는 등 파경을 맞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애정이 남아있던 이들은 경제적 문제가 해결되면 재결합의 가능성도 보였다.

이들을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만든 것은 복권 한 장이었다. 2005년 11월 A씨는 로또 복권을 샀고 1등에 당첨되는 믿을 수 없는 행운을 안았다. 세금을 뺀 당첨금은 무려 18억8000만원. A씨는 별거 중에도 B씨와 함께 은행으로 가 당첨금을 수령했다. 당시 신분증이 없던 A씨는 거액의 당첨금을 B씨의 계좌에 넣었다.

잠시 부인의 통장에 돈을 맡겨놨다고 생각한 남편은 그 다음날 부인에게 “부모님 전세금 5000만원을 송금해라”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부인은 “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해놓고 가족에게 알렸느냐”며 송금을 거부했다. 이어 “6억5000만원을 줄 테니 나머지는 내 돈이라는 공증을 해 달라. 그렇지 않으면 돈을 기부단체에 주겠다”고 통보했다.


아내의 갑작스런 제안에 화가 난 남편은 곧바로 “당첨금 전액을 돌려 달라”며 부인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2007년 4월 1심 재판부는 “A씨는 부인인 B씨가 통장에서 당첨금 일부를 임의로 인출해 사용해도 즉각 항의하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A씨 스스로 당첨금을 부인과 공동으로 사용할 의사로 맡긴 것으로 봐야 한다”며 “복권 당첨 전부터 B씨는 A씨와 떨어져 살면서 생활비 등을 자신이 번 돈으로 충당했으므로 당첨금 중 1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남편이 그동안 부인으로부터 받았던 경제적 도움에 대한 대가 등으로 증여하려는 묵시적 의사가 있었다고 봐야한다”고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에 불복한 남편은 항소를 했고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민사12부(부장 서명수)는 다른 판결을 내놨다.
지난달 14일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 B씨가 원고 A씨에게 돈을 주면서 복권을 사다 달라고 했다고 주장하지만 인정할 증거가 없고, 당첨금을 수령하면서 A씨가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아 B씨 명의로 당첨금을 수령해 B씨 명의의 계좌에 입금한 점, 그 후 A씨의 요구에 의해 B씨가 A씨의 어머니와 누나에게 돈을 송금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로또복권의 당첨자는 A씨”라며 “원고가 B씨와의 재결합을 기대하면서 당첨금을 B씨에게 맡겼더라도 이런 사정만으로 A씨가 그동안 B씨로부터 받았던 경제적인 도움에 대한 대가 내지 증여의 의사로 당첨금을 교부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부인은 남편에게 당첨금 전액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당첨금 가운데 한 푼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아내는 설상가상으로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돈을 돌려주지 않는 혐의로 남편이 부인을 형사고소해 지난해 11월 1년6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것.

아내에게 당첨금을 돌려받고 재결합을 꿈꾸던 남편의 꿈은 이렇게 날아갔다. 갑자기 떨어진 거액의 당첨금은 부부사이를 완전히 갈라놓은 데다 아내를 철창 속에 가두는 원수가 되어버렸다.

이처럼 로또당첨 후 헤어날 수 없는 나락으로 빠진 이들은 적지 않았다. 지난해엔 로또당첨금을 유흥비로 탕진하고 절도범이 된 20대 청년의 사연이 밝혀졌다.

2006년 6월 강도상해 혐의로 경찰에 수배를 받던 황모(29)씨는 우연히 구입한 로또복권이 1등에 당첨됐다. 14억원이라는 큰돈을 얻은 황씨는 1억원을 들여 자신의 혐의를 무마시킨 뒤 돈을 쓰기 시작했다.

가족들에게 집과 개인택시를 사주는 등 선심을 베풀던 황씨는 고급승용차를 끌고 다니며 돈을 물 쓰듯 쓰는 화려한 생활을 해 나갔다. 사업에 손을 대기도 했지만 얼마 못가 문을 닫았고 룸살롱과 도박에 빠져 당첨금 대부분을 날렸다.

돈벼락에 풍비박산

빈털터리가 된 후에도 호화로운 생활을 잊지 못한 황씨는 결국 수십 차례에 걸쳐 금은방에서 금품을 훔치다 적발되어 또 다시 쇠고랑 신세로 돌아갔다.


황씨는 경찰에서 “그토록 원하던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된 뒤 이렇게 인생을 살 줄 몰랐다. 도박 때문에 큰돈을 날렸고 생활비가 없어 이렇게 됐다”고 뒤늦은 후회를 했다.

그런가하면 로또 2등에 당첨돼 3800만원을 고스란히 아내에게 빼앗겼다는 남성의 기막힌 사연도 있었다. 중국여성과 국제결혼을 한 이 남성은 로또 당첨금을 부인과 처가에 속아 모두 빼앗겼다고 주장하며 배신감에 당첨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

물론 당첨금으로 행복한 인생을 누리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갑작스런 돈벼락을 주체하지 못하고 돈보다 소중한 것들을 잃고 뒤늦게 후회하는 몇몇 이들의 인생은 로또광풍이란 지금의 세태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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