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 굿~샷!” 골프 못 치면 왕따?

2009.01.20 09:38:59 호수 0호

친목 도모·인맥 넓히기·진솔한 대화 창구로 유일
‘골프 금지령’ 옛말…숨고 숨는 ‘숨바꼭질 골프’ 여전



‘굿샷.’ 골프를 칠 때 상대방의 공이 잘 맞으면 사용하는 용어다. 허공을 가르는 골프공을 쳐다보는 골퍼들의 입에서 자주 ‘굿샷’이라는 말이 터져 나온다. 게다가 선·후배, 동료 정치인들의 골프실력을 칭찬하기 위해 빈번히 사용하는 말이기도 하다. 문제는 골프문화는 정치인들 사이에서 당연한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골프를 배우지 못한 의원들은 골프 배우기에 열중이다. 그런데 이 ‘골프붐’이 엉뚱한 방향에서 불거졌다. 최근 민주당 의원 9명이 회기 중에 외유성 해외골프를 다녀오는 “골프모임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게다가 해외골프를 다녀온 일부 인사는 골프를 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골프를 치지 못하면 정치인들과의 친분 쌓기는 힘들다는 인식이 정치권 인사 사이에서 암암리에 성립되는 분위기다. 결국 골프를 치지 못하면 의원들에게 ‘왕따’까지 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근 정치인들 사이에서 ‘골프’가 당연히 즐겨야 하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그동안 골프에 대해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던 의원들도 덩달아 골프에 관심이 많은 모양새다.

실제 1월 임시국회 회기가 중인 지난 9~11일까지 민주당 이강래, 노영민, 박기춘, 박영선, 우윤근, 전병헌, 양승조, 주승용, 최규식 의원 등이 태국 골프여행을 다녀왔다. 그러나 이중 일부 의원은 골프를 칠 줄 모른다는 후문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골프는 의원들과 친분을 쌓고, 진솔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며 “의원들끼리 공식선상이나 비공식석상에서 만나면 짧은 시간밖에 나질 않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골프를 치면 적어도 4~5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의원들 간의 친분도 두터워질 뿐 아니라 의정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골프’만큼 큰 도움이 되는 스포츠는 없다”고 덧붙였다.

사실 문민정부가 들어섰을 때만 해도 골프를 칠 줄 아는 의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골프 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15대 국회시절 한 의원이 의원회관 안에 골프 연습을 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었던 것. 이를 발판삼아 정치권의 골프문화는 정치활동의 하나로 자리매김해 이른바 ‘골프정치’로까지 번졌다. ‘골프바람’이 얼마나 거셌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골프도 의정활동 중 하나?


이런 골프붐은 정치인들에게 있어 경계대상 1호이기도 하지만 많은 이들은 “그저 하나의 스포츠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치권 한 인사에 따르면 평소 ‘술문화’는 건강에 무리가 따르지만, 골프는 건강관리뿐 아니라 의원들끼리 장시간에 걸쳐 사심 없는 대화를 할 수 있다고. 게다가 정치인들과의 친분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인들이 골프문화를 선호한다는 것. 특히 정치인과 정부 고위직 인사들은 국내 사정에 연연하지 않고 골프붐을 일으키는 데 한몫 했다는 평가다.

실제 한반도를 강타한 집중 호우로 전국적인 수해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던 지난 2006년 열린우리당 소속 이호웅, 안영근, 신학용, 한광원 의원 4명이 태국에서 골프를 쳐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같은 해 9월 한나라당 국방위 소속 김학송, 공성진, 송영선 의원 등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윤리강령으로 ‘평일 골프 금지’를 약속한 뒤 두 달 만에 골프를 쳤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골프로 인해 논란의 대상이 됐다. 지난해 8월 여야간 원구성 협상이 한창이었을 때 경기도 안산의 한 골프장에서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골프를 쳤던 것.

골프, 여론 뭇매 대상

또 허태열 최고위원과 김태환 의원은 지난해 8월15일 일본 오사카로 출국해 골프를 쳤고, 지난 9일에는 민주당 의원 9명이 여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시국회가 종료되는 시점에서 해외로 출국, 골프여행 등을 하려고 했지만 여론의 입방아에 계속 오르내리자 취소하는 일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정치인들 간의 골프모임은 극비리에 추진되고 있다. 정치인들이 골프를 치는 것 자체만으로 갖가지 정치적인 해석을 낳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다수의 의원들은 골프 모임을 통해 ‘의원들 간의 교류 확대’, ‘친분 쌓기’, ‘진솔한 대화’ 등을 나누려고 하는 면도 있다.

문제는 정치권 인사들의 스포츠 문화로 자리 잡은 골프모임이 너무 지나치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것. 바로 국민들을 위해 일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개인적인 친분을 쌓기 위해서 골프를 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 섞인 목소리다. 또 국회의원들이 사리사욕 때문에 민생현장을 돌아보지 않고 골프장을 출입한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정치인들을 바라보는 일반 국민들은 “골프를 잘 치는 국회의원보다는 의정활동에 충실히 하는 국회의원이 더 좋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반면, 정치권에서는 골프를 치지 못하는 인사는 ‘왕따 당한다’는 유언비어가 나돌 정도로 골프정치에도 눈을 떠야만 정치를 잘한다는 등식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