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황당 면접기<천태만상>

2008.12.30 11:03:08 호수 0호

‘취업하려다 변 당할 뻔…’

취업난이 심각하다. ‘취업고시’라는 말이 다 생겼을 정도다.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취업난이 심각해진 상황을 ‘고등고시’에 빗댄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급한 구직자의 마음을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고 있다. 면접 과정에서 황당한 주문을 받았다는 이와, 면접을 가장한 범죄의 덫에 걸릴 뻔했다는 이들의 얘기다. 
대학생 서미영(가명·23·여)씨. 지난 9월 초부터 본격적인 구직활동에 나섰던 그녀가 입사 원서를 낸 곳은 온라인인 지원까지 더해 줄잡아 70군데가 넘는다. 그러나 좀처럼 연락이 오지 않았다. 어쩌다 1차 서류전형에 합격해 면접을 봐도 줄줄이 낙방하기 일쑤였다.
그러던 그녀에게 11월 말, 또 한 번 면접을 보자는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다. 한 의류회사의 홍보관리 담당 직원채용 공고에 서류를 접수한 게 합격한 것이었다. 면접이 있던 28일. 그녀는 한껏 차려 입고 면접 장소를 찾았다. 장소는 서울의 H호텔 커피숍. 온라인에 공지된 ‘회사 주소’가 아니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전화를 걸어온 직원이 “사장님이 워낙 형식에 얽매이는 걸 싫어하시는 데다 마침 H호텔에서 외부 인사와 미팅이 있어 이곳으로 면접 장소를 정하셨다”는 내용을 알렸기 때문이었다. 미영 씨는 오히려 “20대 여성의류를 취급하는 회사에서 형식 탈피, 자유분방 등을 모토로 삼는 것은 당연하다”고 의심을 지웠을 정도다.
약속시간인 오후 4시. 미영씨는 호텔 커피숍에서 면접관을 기다렸다. 그러나 장소에 먼저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그녀와 통화를 했던 ‘직원’이었다. ‘직원’이라고 밝힌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는 자리에 앉자마자 그녀에게 개인적인 질문을 퍼부었다. 애인 유무, 평소 친구들과 어울려 가는 술집 등 납득할 수 없는 내용 투성이었다.
그렇게 30분이 흘렀을까. ‘직원’이 말을 던졌다. “사장님이 미팅 중간에 잠깐 짬을 내서 면접을 보신다고 하는데 커피숍엔 내려올 시간이 없으니 미팅 중인 회의실로 함께 올라가자”는 것이었다.
미영 씨는 그제야 모든 게 수상쩍었다. 회사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를 퍼붓는 남자와 나타나지 않는 사장, 그녀 외에 다른 면접생은 전혀 없다는 사실 등이었다. 그러면서도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를 따라 나섰다.
그러나 진짜 이상한 건 그 다음이었다. 그가 회의실이 아닌 객실로 향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호’라고 선명하게 번호가 붙은 객실 앞에서 그가 멈춰 섰다. 그녀는 순간 ‘아차’ 싶었다. 그대로 따라 들어갔다가는 봉변을 당할 것 같은 직감이 스쳤다. 그녀는 “오늘 면접을 못 보겠다”며 뒤로 돌아섰다.

호텔방·찜질방에서 이색 면접 요구, 알고 보면 ‘늑대속셈’
황당 면접자 충고 “황당한 주문받으면 일단 뛰어나와라”


그 순간, 그가 안면을 바꿨다. 그리고는 그녀의 팔을 낚아채려는 시늉을 했다. 때마침 대여섯 명의 무리가 객실 복도 끝쪽에서 그들 앞으로 향했다. 그녀는 잽싸게 그 틈에 끼었다. 그야말로 마침 나타난 그들 덕분에 ‘직원’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취업이 급해 아무런 의심 없이 무조건 상대방 말만 믿고 따라 나섰던 제 자신도 한심합니다. 그 순간 복도를 지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아마 힘으로 제압당해 방안으로 곤두박질 쳐 졌겠죠. 그때만 생각하면 너무 무서워서 아찔해요.”대학생 양혜진(가명·24·여)씨도 범죄의 ‘덫’에 걸릴 뻔했던 아찔한 경험이 있다. 12월 초 구직 활동 중이었던 혜진 씨. 2차 면접까지 통과한 그녀는 마지막 관문인 사장과의 개인 면담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 그녀는 3차 면접을 이색장소에서 하게 될 것이라는 직원의 귀띔을 접하고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뉴스 등을 통해 여러 회사에서 삼겹살 식사와 등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면접 당일 그녀가 전해들은 장소는 찜질방이었다. 그녀를 서울의 한 호텔로 불렀을 때까지만 해도 대표이사의 격식에 맞는 고급 스파를 이용할 모양이라고 해석했다.그러나 막상 들어간 장소에서 그녀는 더욱 더 황당한 주문을 받았다. 사장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주고받기 위해서는 몸을 휘감은 옷가지들도 덜어내는 게 좋지 않겠냐”고 제안한 것이었다.
이어 “알몸으로 이야기하자. 외국에선 익숙한 방식이다”는 이야기를 보탰다.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은 아니며 오직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알기 위해서일 뿐이라고 에두르기도 했다.
“상식적으로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직원하고, 아니 직원도 안 된 사람하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방식이 꼭 알몸차림으로만 가능한 건 아니잖아요. 뻔한 속내를 짐작하고 나니 도무지 앉아 있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런 회사라면 다닐 필요도 없고요.”
혜진 씨는 이날 이후, 아무리 일자리가 급해도 먼저 어떤 회사인지를 파악하고 누구와 일할 것인지를 꼼꼼하게 따져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젊은 아가씨가 술 시중드는 고급 한정식집<엿보기>
가장한 노골적 스킨십 ‘자연스럽게’


기껏 가봤자 룸살롱이 최고였던 직장인 김모씨가 출세했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얼마 전, 난생 처음으로 고급 한정식집을 가봤다는 것이다. 직장 상사 1명과 접대하는 인간 2명, 그리고 자신을 포함해 4명이 고급 한정식집에 갔다. 그의 표현이 웃기다. 술을 제법 많이 말아마셨는데 긴장해서인지 취하지 않더란다.
김씨가 18시에 도착한 고풍스런 한옥집 2층의 겉모습은 특출 나지 않았단다. 하지만 은은한 전통 가옥과 고급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몰라도 풍기는 이미지나 향기는 남달랐다고 한다. 그가 들어간 곳에는 이미 네 명에게 필요한 상과 등받이가 있는 의자가 준비돼 있더란다. 방 내부는 차분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서재 분위기가 나더란다.
역시 젊은 여성이 빠지지 않는 법. 처음부터 두 명의 아가씨가 무릎을 꿇고 그곳을 지켰다고 한다. 옷이나 화장은 얌전하게, 결코 튀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들은 먼저 말을 걸어오지 않는 이상 묵묵히 안주만 열심히 챙겨주더란다. 얼굴은 연예인보다는 떨어지지만 그래도 상위권에 들어가는 외모였다고 한다.
역시 아가씨가 있는데 스킨십이 빠질 수 없는 법. 김씨는 원래 고급 한정식집에선 그런 행위는 안 하는 줄 알았단다. 그런데 술기운 어느 정도 돌기 시작하더니, 아니 그녀들이 기다렸는지 몰랐다는 게 그의 솔직한 화법이다. 접대 쪽 인사가 지갑에서 만원 지폐 몇 장을 그녀의 손에 쥐어주더라는 것이다.
그때부터 본격 시작. 게임을 가장했지만 혀가 오고가고 안주를 가슴으로 대신하고 등등. 접대하는 한 인간이 이렇게 말하더란다. 마음에 들면 지하에 방이 있다고.
하지만 다리 건너에 2차를 예약했으니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자고 말하더란다. 결국 김씨는 마지막 그곳 지하에는 가보지 못한 셈이다. 근데 2차 가격이 상당히 비쌀 것 같다는 게 그의 확인되지 않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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