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넓게 불붙은 박근혜 역할론 <전모>

2008.12.02 10:27:49 호수 0호

여당 내 야당 말고 여당 내 여당해라!

박근혜 전 대표 역할론이 급부상했다. 여당 내에서 ‘구원투수론’을 강조하며, 박 전 대표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는 것. 친이계 등은 경제 위기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당내 화합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여당 내 야당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박 전 대표의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당내 2인자로 군림한 만큼 박 전 대표가 이명박 정부를 위해 헌신한다면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필승의 카드’라는 것. 그러나 친박계 반응은 싸늘하다. 현 시점에서 박 전 대표가 움직일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지난 1월 첫 조각 당시 거론됐던 총리 기용론이 여권 일각에서 또다시 흘러나오고 있다. 박근혜 역할론의 부상은 그만큼 여권이 처한 상황이 좋지 않다는 반증이다. 지지율 20%에 머물러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혼자 힘으론 심각한 경제위기를 해결하면서 안정적 정국운영을 끌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더구나 친박계가 계속 여권 내 야당으로 남아서 힘을 보태지 않을 경우 이명박 정부의 개혁 추진력도 힘을 얻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한 친이계 핵심 당직자는 “인수위 막바지에 총리 인선을 두고 갑론을박이 있을 때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가 어떻겠냐’고 직접 언급한 적이 있다”면서 “당시보다 상황이 더 나쁘고 여권 내 통합이 필요하다면 검토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지난 대선을 통해 격렬하게 맞붙었던 후유증을 여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를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부등식이 성립되고 있는 만큼 이들이 융합하기는 힘들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는 박 전 대표가 중요직책을 맡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라는 얘기다.
실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경선 시절부터 총선 후보 공천 때까지 쌓인 깊은 불신으로 인해 이 대통령이 과연 박 전 대표를 중용하겠느냐. 대통령 단임제에선 정권 재창출보다 임기 중 업적 남기기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촛불시위를 겪을 때 (박 전 대표가) 도와준 적이 있느냐. 한마디도 안 했다. 지난달 재보선 때도 아무 역할도 안 했다. 오히려 수도권 규제 완화를 놓고 중앙과 지방 간 갈등이 일었을 때 정부를 비난하고 나선 것은 국자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아니냐. 지금과 같은 식으로라면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과 점점 멀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박 전 대표가 좀 더 당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야 이 대통령과의 관계개선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충고의 의미가 담겨진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박근혜 갈등 여전…"관계 복원 힘들다"
친이계, 박근혜 총리·대북특사론 재점화 시작
당 일각 "박근혜 구원투수로 적합하다" 강조    
친박계 "일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만들어졌다"

그러나 친박계 인사들은 여전히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여권 지도부가 친박계를 기용하는 탕평인사를 하는 것은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박 전 대표를 직접 끌어들이는 것에 대해선 이 대통령의 결정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공식적으로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라는 게 친박계 인사들의 중론이다.
이 때문일까.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당내 의원들과 만나 점심이나 저녁을 함께 하는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이공계 모임’을 통해 경제 분야에 관심을 가질 뿐 아니라 친박 이외 인사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실제 지난 24일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박보환, 손범규, 황진하, 김성수 의원 등 경기도 지역 의원 7~8명과 모임을 함께 했다.
참석한 한 의원은 “주로 당내 정책문제에 대해 폭넓게 이야기를 나눴고,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간사들이 다녀온 ‘한-미 자유무역협정 방미단’에 대해서도 대화가 오갔다”고 밝혔다.
서울지역 초선의원 2명과도 저녁을 같이 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박 전 대표는 ‘내가 꿈꾸는 나라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당이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려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의 최근 행보와 관련해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인사는 “박 전 대표가 달라지고 있다. 예전엔 이런저런 모임에서 좀 오시라는 초청을 받으면 딱 잘라서 안 간다고 했는데 요즘엔 웬만하면 참석할 만큼 많이 유연해졌다. 이제는 계파에 갇혀 있으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렸다. 박 전 대표는 이런 충고들을 수용하고 스스로 바꾸려고 애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행보 뒤에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세 확장을 위한 행보라는 것.
상황이 이런 가운데 최근 경제위기론과 남북관계가 악화되자, 여당 내부에서 박 전 대표의 역할론이 또 다시 거론되고 있다. 남경필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홍 원내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실제 남 의원은 지난달 26일 불교방송 라디오 ‘김재원의 아침저널’에 출연, “개성공단 폐쇄에 무력시위까지 벌인다면 경제위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지 않을까 싶어 걱정스럽다. 막힌 것을 뚫어주는 데 이런 정치적인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대북특사 필요성과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대북특사로 적절하다”고 말했다.
김 경기지사도 최근 이 대통령이 먼저 박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어 통합의 정치로 갈 것을 주문했다.       
홍 원내대표 역시 지난달 26일 박 전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해 ‘(박 전 대표를) 아끼기 때문에 한마디 하면’이라고 전제하고 ‘소리장도(웃음 속에 칼을 숨기다)’란 비유를 써가며 “박 전 대표는 누가 봐도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인물이다. 박 전 대표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홍 대표의 발언은 국가적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국력을 한데 모을 ‘통합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데 박 전 대표만 한 구원투수가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실제 박 전 대표는 2004년 탄핵 역풍으로 벼랑 끝에 몰린 당을 맡아 수습한 전력이 있다. 홍 대표는 한국 권력의 생리를 설명하며 현 정권이 어려운 만큼 이때 박 전 대표가 정부를 적극 도우러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친박계 인사들은 냉소적이다. 박 전 대표의 역할론만 부각되고 있을 뿐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 때문에 박 전 대표의 역할론을 강조했던 홍 원내대표에게도 비판적인 의견을 내보일 수밖에 없다는 게 친박계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친박계 이정현 의원은 26일 홍 원내대표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박 전 대표에 대해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소속이) 아니냐’고 비판한 것과 관련,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글을 게재하고 “당내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같은 당 인사를 일방적으로 매도한 사례가 최근에 있었다. 하지만 ‘중진일언중천금(重鎭一言重千金)’이어야 한다”고 홍 원내대표를 질타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이든 장관이든 당직자든 의원이든 여권이든 야권이든 스스로 말의 무게를 좀 깨닫고 더 신중했으면 한다. 정책이든 험담이든 충분한 근거와 명분을 갖고 자신의 직위와 직책 그리고 분위기에 맞게 잘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중진일언중천금은) 초선도 아는데 중진이 모를 리 없다. 각자의 방식으로 국가위기 극복에 기여토록 하자. 다른 사람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자”고 강조했다.
이처럼 여당 내에서 박 전 대표의 역할론을 연일 강조하고 있지만, 친박계 인사들은 여전히 비관적이다. “박 전 대표가 움직일 수 있는 판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친박계 일부 인사들은 박 전 대표의 역할론이 연일 제기되더라도 세 확산을 위한 조용한 행보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친박계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친이계, 박근혜 공세 시작
 "비공식 말고 공식적으로~"
   
박근혜 전 대표가 정책과 관련해 소신을 밝히자 당내에서는 박 전 대표의 말과 행보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박 전 대표로서는 이번에도 본의 아니게 논란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는 입장에 처했다.
친이계 핵심인사인 공성진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의 정부 정책 비판과 관련해 “박 전 대표가 당내 문제라든가 국정현안을 논의하는 최고위원 중진 연석회의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시국관이라든가 대안을 말한다면 오해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당의 공식 모임에 불참하면서 비공식 루트를 통해 현안을 거론하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또 일각에서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힐러리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기용한 것을 박 전 대표를 비교하는 것과 관련해 지금처럼 어려운 시대에 모든 사람의 뜻을 모으는 것은 중요하며 최고위원은 미국식통합정치는 우리와 정치 토양이 다르다며 정권 초기도 아닌 이상 모방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등 박 전 대표의 행보와 관련해 불만을 표시했다.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1월 19일 경북 구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박 전 대표의 수도권규제완화 비판에 대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하는데 집권당 프리미엄 즐기며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 지역주의에 편승해 대구경북에 해준 것도 없으면서 지역감정으로 표를 얻는 비정직한 정치는 그만해야 한다”며 박 전 대표에게 비난 공세를 퍼부었다.
 

친박계, 친이 대공세 나선 <사연>
날아오는 창, 입으로 막는다
 
한나라당내 친박계 인사들이 친이계의 박 전 대표에 대한 공세에 대한 차단을 위해 방어막 공동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허태열 최고위원은 지난 26일 YTN 라디오 ‘강성옥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대북특사로 파견해야 한다는 정치권 일각의 지적에 대해 “특사를 일방적으로 보낸다고 하는데, 북한은 맞이할 준비가 안 돼 있고 특사가 온다 한들 줄 선물이 준비가 안 돼 있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특사를 우리가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결국 특사를 받아줄 북한이 어떠한 태도를 갖느냐는 것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허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가 최근 ‘북쪽이 강력한 조치들을 들고 나온다 하더라도 우리가 제대로 된 예측과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 “당면한 대책이라기보다는 중장기적이고 큰 틀에서 남북 대화가 완전히 중단되고 경직된 남북관계로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으로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해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박근혜계 김선동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26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일각의 박근혜 전 대표 입각 주장에 대해 “협력할 부분이 있으면 그런 부분에서는 적극적으로 협력을 하실 것이다. 다만 모든 문제는 시기나 때가 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이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 정권이 이제 막 1년 남짓 이렇게 되고 있는 형편인데, 대통령이 경선 때나 대선 때 공약하신 사항들, 국정비전, 이런 것들을 충분히 끌어나갈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와 그런 공간을 대통령을 배려해 비켜서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박근혜 대표가 하고 있을 것이다. 예전에 한때 나돌았던 박근혜 책임 총리제론이 거론되었었지만 진정성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진정성을 문제 삼았다.
또 다른 친박계 한 인사는 “칼자루는 대통령이 쥐고 있다. 박 전 대표에게 ‘역할‘과 ‘명분’을 동시에 제시할 수 있어야 가능성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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