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빨리 아기엄마가 된 10대 미혼모 ‘리틀맘’이 늘고 있다. 날로 개방화되는 청소년들의 성문화와 그에 발맞추지 못하는 비현실적인 성교육은 10대들의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을 증가시켰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임신한 10대는 무려 2만여명. 이들 중 1만여명이 넘는 소녀들이 출산을 했다. 아기를 입양 보낸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10대들은 갖은 고충을 겪으며 리틀맘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러나 10대 미혼모들을 돕는 기관이나 프로그램은 전무해 이들을 위한 보호 장치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어린 엄마로 살아가는 리틀맘들의 고충을 들어봤다.
지난 5년간 2만여명의 청소년, 출산 경험한 것으로 드러나
10대 미혼모 수도 급증…‘리틀맘’ 커뮤니티에서 고충 나눠
학업포기, 경제적 부담 등 짊어지기엔 무거운 짐으로 고통
현실적인 성교육과 리틀맘 위한 맞춤형 복지프로그램 필요
지난해 분유 값을 마련하기 위해 갓난아기를 등에 업은 채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10대 미혼모의 사연이 전파를 탄 적이 있다. 부모 슬하에서 학교를 다녀야 할 어린 소녀는 생계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어 생후 3개월 된 아기와 함께 지하철에서 사람들에게 손을 벌렸다.
당시 이 소녀의 사연은 많은 이들에게 10대 미혼모들의 힘든 삶을 환기시켰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리틀맘’들은 험난한 세상살이를 하고 있다.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청소년들의 성의식은 더 많은 리틀맘을 만들 우려를 낳고 있다.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 두려워”
학업 중단 미혼모비율 높아
실제 10대 미혼모의 수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양상이다.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에 따르면 미혼모 가정의 수는 1995년 9만986가구, 2000년 11만7764가구, 2005년 13만3234가구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중 청소년의 비중은 1993년 32.4%에서 2000년 55.1%로 크게 증가해 10대 미혼모의 실태를 짐작케 한다.
또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가 지난해 전국 1000여명의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이를 낳아 기르는 10대 미혼모 숫자는 3년 전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임신을 하는 청소년의 수도 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전현희 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임신한 10대의 수가 2만명을 넘어섰다.
2003~2007년 19세 미만 청소년의 출산은 총 1만7172건으로 해마다 3500명 가량의 청소년이 출산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보건당국이 파악한 10대 여성의 낙태건수는 같은 기간 4660건으로 이를 합하면 2만1832건의 청소년 임신건수가 나오는 것. 여기에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임신중절 수술을 포함하면 10대 임신건수는 이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출산을 했다고 해서 모두 아이를 키우는 리틀맘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10대 출산율의 증가는 10대 미혼모들의 증가를 짐작하게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인터넷 카페를 봐도 알 수 있다. 포털사이트에는 리틀맘들이 모여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카페들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이들 카페들에는 1000여명이 넘는 회원들이 가입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출산에 대한 두려움부터 육아비법까지 여느 임산부나 아기엄마가 하게 되는 소소한 고민들을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축복받지 못하고 떳떳하지 못한 임신을 한 탓에 평범한 엄마들과는 다른 성격의 상담도 많았다.
상담내용을 분석해 보면 크게 네 가지 고충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사회가 이들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이다. 한 리틀맘은 “우리 아기가 건강한지, 제대로 자라는지 병원도 가봐야 하는데 16살이 산부인과에 가면 사람들이 어떻게 쳐다볼지 눈총이 무서워 못 가고 있다”며 걱정을 늘어놨다.
또 다른 17세의 미혼모는 “어렵사리 맘을 먹고 병원에 갔지만 의사나 간호사가 왠지 무시하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며 그 다음부터는 병원가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두 번째 고충은 학업중단의 문제다. 임신 3개월째의 한 카페회원은 “나오는 배를 어떻게 집어넣고 티 안 나게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닐지 벌써부터 걱정”이라며 진지하게 자퇴를 생각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다른 회원은 “보통 리틀맘들은 자퇴를 하는데 나는 꼭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고 싶다”며 “휴학했다가 아기를 낳고 복학할 생각인데 현실적으로 무척 어려울 것 같다”고 한숨 섞인 고민을 올리기도 했다.
실제 많은 10대 미혼모들이 학업을 포기한 것을 보여주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여대 교육복지연구센터가 전국 청소년 미혼모 63명과 미혼모시설 실무자 16명, 학교교사 252명, 학교사회복지사 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미혼모 63명 가운데 71%가 임신 당시 이미 학업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학업을 중단한 이유는 ‘주변 사람들이 임신과 출산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두려워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설문조사를 한 서울여대 홍순혜 교수는 “10대 미혼모의 학력은 중고등학교 이하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2년 77.4%, 2003년 78.4%, 2004년 78%로 저학력이 높은 비중을 차지해 고교 이상 졸업자보다 소득 수준이 낮아질 수도 있고 미래 사회의 노동생산성 저하를 가져오는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들을 교육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보안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분유 값 벌기도 빠듯해서…”
아기 버리는 미혼모 사건까지
세 번째 고충은 가장 현실적인 문제로 경제적 어려움이다. 지하철에서 분유 값을 구걸하는 미혼모의 사례는 매우 극단적인 경우지만 비슷한 난관에 봉착해 어쩔 줄 몰라 하는 미혼모가 부지기수였다.
백일이 막 지난 아기를 데리고 산다는 17세의 한 미혼모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 달에 60만원 정도를 받고 있지만 분유 값을 충당하는 것도 빠듯하기만 하다”며 “아기를 봐서라도 열심히 살아야 하지만 지금 같아선 모두 포기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아기 아빠를 군대에 보내고 5개월 된 아기와 단둘이 산다는 19세의 K양은 “시댁과 친정에서 다달이 몇십만원의 돈을 타 쓰고 있는데 두 집 모두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송구스럽다”며 “얼른 직장을 구해 당당하게 살고 싶지만 고등학교 중퇴라는 학력과 19세의 나이로 일할 수 있는 곳이 너무 적다”고 답답해했다.
지난 2월에는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8개월 된 아기를 버린 10대 미혼모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3년 전 고교를 중퇴하고 가출한 이모(17)양은 지난해 남자 아기를 낳았다.
그러나 아이 아빠가 소년원에 수감되면서 호적 신고도 하지 못한 채 호프집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아이를 키웠다.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3개월 전 김모(18)군과 동거를 시작했으나 변변한 돈벌이가 없고 방세조차 못 내는 등 어려움을 겪자 아이를 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네 번째는 조산에 따른 건강상의 문제다. 미국 존스홉킨스 보건대학의 킴벌리 오브리언 박사팀에서 리틀맘과 관련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오브리언 박사팀은 14세에서 18세에 해당하는 임산부 15명의 산후 2개월 뒤를 조사한 결과 뼈가 현저하게 가늘어졌으며 출산 3~4주 후 골밀도 측정에서 2명은 뼈가 부서지기 쉬운 골다공증, 3명은 골감소증 상태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또 경희의료원 산부인과 이보연 교수는 10대 임산부들 가운데는 조산이나 임신중독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같은 연구결과가 아니더라도 떳떳하지 못한 임신과 출산에 건강상 관리를 소홀히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리틀맘들의 건강문제는 무시할 수 없는 고충이다.
이처럼 10대가 감당하기엔 너무 힘겨운 고통이 뒤따르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매스컴의 영향으로 리틀맘을 동경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실제로 한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10대 미혼모는 연일 인기검색어에 이름이 오르며 집중을 받았고 팬클럽이 생기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도 아기를 포기하지 않고 부모노릇을 톡톡히 하는 것은 분명 격려 받을 일이다. 그러나 쉽게 자극을 받는 청소년들의 눈에는 현실적 어려움을 안고 사는 미혼모의 삶보다는 예쁜 아기와 남자친구와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이 부러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또 리틀맘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10대 미혼모들의 문제가 가벼운 호기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케이블 TV 채널 CGV에서 방영한 <리틀맘 스캔들>이란 드라마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소위 ‘대박’이 난 것도 이 같은 세태를 반영한다.
그렇다면 10대 미혼모를 줄일 수 있는, 더 나아가 원치 않는 10대의 임신을 줄일 방안은 무엇일까. 가장 기초가 되어야 할 것은 보다 현실적인 성교육이다.
성의식이 바뀐 만큼 무조건 성관계를 하지 말라는 것은 어불성설.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의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이 연애를 시작해 성관계에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한 달 이내라고 답했다.
이처럼 성에 대한 의식은 날로 급변하는데 반해 여전히 성교육은 비현실적이다. 올바른 피임법조차 숙지하지 못한 채 성관계를 하는 청소년들이 80%에 이른다는 한국청소년개발원의 연구결과가 이를 말해 준다. 이는 얼마든지 어린 엄마를 양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불가피하게 임신을 해 출산한 10대를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임신한 청소년을 위해 10대 양육 프로그램 ‘TAPP’를 학교별로 운영하고 있다. 임신으로 인해 학업을 중단하는 것을 방지하도록 의료 및 상담 서비스를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현재 리틀맘을 돕는 전문 프로그램이나 지원기관이 전무후무한 상태다.
케케묵은 성교육은 이제 그만
청소년들의 성의식 반영해야
이애주 의원은 “임신 후에도 중ㆍ고등학교 교육을 받기를 원하는 10대 미혼모들이 계속 공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줘야 한다”며 “수급권 탈락에 대한 두려움으로 취업을 하지 않아 결국 노년기 복지비용이 커지게 되는 악순환을 대비해 10대 미혼모들에 대한 맞춤형 복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이른 나이에 엄마가 돼 사회적 지탄과 경제적 어려움이란 이중고를 겪고 있는 리틀맘. 올바른 성 가치관과 의식을 전해주지 못한 우리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그들에게 향한 따가운 시선은 거둘 때가 됐다.
날로 개방되는 성의식과 넘쳐나는 음란물 등으로 내 동생, 내 아이도 잠재적인 리틀맘이 될 수 있는 만큼 따뜻하게 그들을 끌어안을 포용력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