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갚는다’ 채무자 성폭행한 사채업자 풀스토리

2008.11.25 09:49:05 호수 0호

막나가는 사채업자의 행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돈을 갚지 않는 여성 채무자를 강제로 성폭행 한 사건이 벌어진 것. 법정 최고금리보다 10배나 높은 이자를 챙기며 사채업을 하던 이들은 급기야 돈을 갚지 못하는 형편의 20대 여성들을 성폭행했다. 채무자를 납치하고 나체사진을 찍어 ‘가족에게 보여 주겠다’고 협박하는 파렴치한 행각도 서슴지 않았다. 이같은 사채업자들의 흉악한 범행이 심심찮게 들리면서 사채업자에 대한 인식도 갈수록 곤두박질치고 있다. 신체포기각서 강요에서 성폭행까지 이어진 갈 데까지 간 사채업자들의 행각을 취재했다.

한때 사채업자들이 돈을 빌려주면서 ‘신체포기 각서’를 강요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세간이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 돈을 갚지 못하면 몸으로라도 갚으라는 사채업자들의 무서운 강요는 이제 옛말이 됐다. 돈을 갚지 못하면 성폭행마저 서슴지 않는 흉악한 사채업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탓이다.



“돈 대신 몸이라도 줘”집까지 찾아가 성추행
돈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들을 짓밟은 사채업자는 A대부업체 직원 이모(41)씨.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18일 무등록 대부업체를 차려놓고 돈을 빌려준 뒤 돈을 갚지 못한 채무자를 찾아가 성폭행 등을 일삼은 혐의(성폭력 처벌 및 피해자 보호법 위반 등)로 사채업자 이씨를 구속하고, 같은 회사 직원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대부업체회사를 차려 운영하던 이씨는 말 그대로 악덕 사채업자였다. 그는 법정 최고금리인 49%보다 많게는 10배가 넘는 고금리를 받아 챙기며 불법 사채업을 했다.

이들의 희생양이 된 것은 서울 강북에 사는 쌍둥이 자매. 이들 중 한 명인 김모(27)씨는 A대부업체에서 500만원을 빌려 썼다. 그러나 약속한 날짜에도 돈을 갚을 수 없었고 결국 지난 8월28일, 이씨와 직원들이 김씨의 집으로 침입했다.
이들은 김씨에게 “왜 돈을 갚지 않느냐. 가족까지 모두 없앨 수도 있다”고 협박한 뒤 김씨와 김씨의 쌍둥이 자매까지 옷을 벗기고 번갈아가며 성추행했다.

협박과 성추행에 이기지 못한 김씨는 결국 연 300%가 넘는 고리로 매일 10만원 씩 65일 동안 이씨에게 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이씨 일당은 이같은 방식으로 채무자 50명에게 3억2000만원을 빌려주고 4억7000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지난 9월 초 1500만원을 빌려간 채무자 서모(26·여)씨를 찾아가 납치한 뒤 서울 시내를 끌고 다니며 5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하기도 했다.


갈 데까지 간 사채업자들, 납치·감금·협박은 기본
그런가하면 나체사진을 찍어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은 사채업자도 덜미를 잡혔다. B대부업체 직원 김모(31)씨와 대표 정모(33)씨 등은 500만원을 빌려 간 가정주부가 돈을 갚지 않자 지난 9월4일, 이 가정주부를 납치해 강제로 승용차에 가뒀다.

그리고 “나체사진을 찍어 아들에게 보여 주겠다”고 협박한 뒤 100일 동안 6만원씩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성매매 여성들을 상대로 성폭행을 일삼은 대부업자도 적발됐다. C대부업체를 운영하던 김모(37)씨 등 2명은 2000만원을 빌려간 D(26·여)씨가 돈을 갚지 않자 송파구 한강고수부지 주차장으로 끌고 와 강제로 성폭행을 했다.

이밖에도 또 다른 윤락여성 2명을 사무실에서 강제 추행하며 협박해 높은 금리의 이자를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직원 최모(29)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채무자를 납치해 협박하는 사건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대출금을 갚지 못한 여성에게 “안마시술소에 팔아 넘기겠다”고 협박한 E씨(35)씨 등 2명에게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6일 오후 9시경 360만원을 빌려갔다가 돈을 갚지 않은 20대 여성을 강남구의 한 호텔 커피숍으로 불러냈다. 이들은 이 여성을 2시간 동안 서울시내 곳곳으로 끌고 다니며 협박해 목걸이와 반지, 휴대폰 등을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돈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종 방식을 동원해 여성채무자들을 농락하는 사채업자들이 대거 적발되면서 ‘고 안재환 자살사건’ 등으로 추락하고 있는 사채업자들의 인식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 살인적인 고금리를 챙기고,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서는 각종 악행도 서슴지 않는 사채업자들의 행각이 속속 밝혀졌기 때문이다.

사채업자로 인해 고통 받는 서민들은 밝혀진 것보다 훨씬 많다는 것은 그 심각성을 더해준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대표 이선근) 홈페이지 상담실 코너에 가면 사채를 썼다가 각종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사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채로 고통 받는 이들 많아…신체포기각서도 여전히 강요
그중 한 여성은 스무 살부터 유흥업소에서 일하면서 불어난 사채 빚 때문에 인생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하소연하고 있었다.

중학교 졸업도 못했다는 이 여성은 밤업소 생활에 지쳐 검정고시 준비도 뜻대로 할 수 없지만 빚 때문에 업소생활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사채업자들이 “집에 찾아가 부모님에게 모든 것을 말하겠다”고 협박하는 통에 잠 못 이루는 밤이 늘어나고 있다며 민생연대 측에 도움을 요청했다.

신체포기 각서 강요 역시 여전히 사채업자들의 단골메뉴다. 채무자 본인의 신체 뿐 아니라 가족의 신체에 대한 포기각서까지 받아내는 것이 실정이라고. 심지어 사망보험금으로 빚을 갚겠다는 각서까지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던지고 있다.


끝없는 불황으로 수입을 얻지 못하거나 사업에 실패해 사채에 손을 대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세태는 더 많은 악덕 사채업자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사채로 인해 인생의 나락으로 밀려나는 이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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