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 자유한국당 공천 뒷얘기

2018.05.08 11:05:13 호수 1165호

아직도 정신 못 차렸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6·13지방선거를 40여일 앞두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후보 공천이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러나 기분 좋아야할 후보 공천이 잡음으로 얼룩지고 있다. 역대 최악의 공천이라는 평가도 정치권 일각에선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한국당 도당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가 발표한 대부분의 공천 결과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공천서 탈락한 예비후보들은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탈당과 무소속연대 등 무력행사에 나서겠다는 예비후보도 적지 않다. 공천에 도당 지도부의 입김이 개입됐다는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예비후보도 있다. 해당 예비후보 지지자들까지 합세해 한국당 공천은 혼란의 소용돌이로 빠지는 모양새다.

점입가경

지난 2일, 포항시청 브리핑룸에 장두욱 예비후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당 소속으로 포항시 제3선거구에 출마했던 장 예비후보는 “이번 부정 공천에 불복하고 (한국당을)탈당해 무소속 출마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경북도의회 부의장인 그는 경북도당이 발표한 이번 공천 결과가 국회의원의 입맛에 맞춘 ‘사천’이라고 주장했다.

대구·경북(TK) 텃밭인 포항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공천에 탈락한 한국당 소속 포항 지역 예비후보들이 줄지어 무소속 출마를 선언, 당의 공천 결과를 대부분 수용했던 역대 지방선거와 비교해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반 한국당 바람이 거세다. 정승곤 포항시의원 예비후보는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서 “지역 국회의원에게 예비후보자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경선을 요청하고 기대했으나 공염불에 불과했다”며 장 예비후보와 맥이 같은 주장을 내놨다.

앞서 박해자 포항시의원 예비후보 역시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도당 공관위가 나를 여성우선 공천대상자로 거론했지만, 당협위원장인 김정재 의원이 끝까지 거절했다”고 주장하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포항 지역서만 6∼7명의 한국당 출신 예비후보의 무소속 출마가 점쳐지고 있다.

TK의 심장에선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구 동구청장 공천 결과에 반발한 한국당 소속 예비후보들은 서로에 대한 법적공방을 시사했다. 권기일 예비후보는 “지난달 29일 오전 경선여론조사를 이틀 남기고 악의적인 허위사실을 대량 유포한 배기철 예비후보를 공직선거법상의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배 예비후보는 “권기일 (예비)후보가 깨끗하고 공정한 경선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정책공약 대결이 아닌 허무맹랑한 마타도어식 소문을 유포하며 상대 후보 흠집내기에 혈안이 돼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한국당 예비후보들 간 대립에 지역에서는 한국당 패배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TK를 벗어나더라도 상황은 좋지 않다. 특히 여론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예비후보들이 등장해 사태는 점입가경을 맞고 있다. 

한국당 신정용 청양군수 예비후보는 이석화 청양군수 예비후보를 한국당 청양군수 후보로 확정 발표한 데 대해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신 예비후보는 “한국당 충남도당서 경선결과를 밝히지 않는 이유와 여론조사에 참여시킨 업체 2개중 1개 업체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되지 않은 업체다. 이번 여론조사는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당내서도 ‘반 한국당 연대’ 조짐
“여론조사 못 믿어”여전히 꼿꼿

예비후보들의 탈당은 그 지지자들에게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크다. 대표적으로 이현준 예천군수가 한국당을 나와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하자 그를 지지하는 한국당 예천지역 당원 1044명이 예천 당협사무실을 방문해 무더기로 탈당계를 제출했다. 

한국당 예천지역 진성당원이 약 2300여명인데 이 중 절반가량이 이번 사태로 당을 떠난 것이다.


이 외에도 한국당 경북도당에서는 공천 결과에 반발하는 당원들이 단식투쟁을 벌인 바 있다. 

최양식 경주시장의 공천 배제 결정에 지지자들이 들고 일어선 것이다. 대구에서는 김문오 달성군수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며 “자신(김 군수)의 탈당으로 한국당 달성군 당원 3000여명이 무소속 후보와 흰옷을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역 국회의원이 한국당 탈당 의사를 내비칠 정도로 사태는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강길부 의원은 최근 당 공천에 대한 반발로 결국 탈당을 강행했다.

강 의원의 탈당 시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앞서 울주군수 공천과 관련해 당과 극심한 갈등을 빚으며 탈당까지 시사했던 강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당 울주군수 후보경선 결정을 수용하겠다”며 한발 물러난 바 있다. 강 의원은 한국당 울주군 당협위원장이다.

당시 강 의원은 “통상적으로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구의 기초단체장 및 광역기초의원 공천은 해당 지역구 당협위원장의 의견을 존중해 공천하는 것이 관례”라면서도 “위기의 보수를 위해 끝까지 당에 남아 울산의 패거리 정치에 맞서 싸우겠다”고 잔류방침을 밝혔었다.

그러나 강 의원의 인내심은 한계에 도달했다. 공천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당협위원장임에도 제대로 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한 것이 그 이유다.

강 의원은 울주군수 공천과 관련해 한동영 예비후보의 전략공천을 강하게 당 지도부에 요청해왔다. 그러나 당이 전략공천이 아닌 경선을 결정하다. 이후 당이 울주군수 후보로 이순걸 전 울산시의장을 확정하자 그의 불만은 정점을 찍었다.

강 의원은 지난 1일, 입장문을 통해 “울주군수 후보 경선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면서도 “내 거취에 대해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말하겠다”고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던 바 있다.

전력 이탈


일각에서는 강 의원이 탈당 후 일정 기간 무소속으로 숨고르기를 한 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입당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만약 강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한다면 한국당 입장에선 울주군 4선 당선의 관록을 자랑하는 중진을 잃게 되는 셈이다. 이는 이번 지방선거만의 문제가 아닌 21대 총선까지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의 뼈아픈 전력 이탈이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