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타짜카드 제조업자를 통해 본 ‘타짜의 세계’

2008.11.18 10:28:10 호수 0호

사기도박꾼들만 식별할 수 있는 무늬 넣은 카드 제작·판매
전자공학도까지 가세해 첨단장비 양산 중국·미국으로 수출


‘타짜’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사기도박꾼들의 화려한 손놀림 뒤에는 그들을 도와주는 도구가 있었다. 타짜를 위한 각종 도박용품을 만드는 업자들이 잡히면서 감춰있던 타짜의 세계도 드러났다. 이들 업자는 사기도박용 카드와 특수 콘택트렌즈, 적외선 카메라 등을 만들어 사기도박으로 돈을 버는 이들에게 몰래 팔았다. 뿐만 아니라 중국업체에 기술을 제공해 로열티를 챙기고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등 사기도박의 세계화(?)에도 기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타짜들의 백전백승을 도와준 사기도박용품 제작자 검거 사건을 들여다보자.

‘패’모두 펼쳐놓고 판돈‘싹쓸이’

노름판의 불청객 ‘타짜’들의 싹쓸이를 돕는 사기도박용품 제작의 1인자가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임수빈)는 지난 11일 사기도박에 이용되는 카드인 일명 ‘무늬목’과 식별용 렌즈 2천개를 제조한 기술자 이모(49)씨 등 3명을 의료기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판매책 유모(55)씨 등 2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무늬목 카드 제조 1인자

10여년 동안 인쇄업에 종사하며 도박카드를 만들어 온 이씨는 손에 꼽히는 무늬목카드 제조자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다 이씨는 도박용 카드에 특수한 형광물질을 배합하면 특정 콘택트 렌즈를 착용해야만 볼 수 있는 원리를 이용해 사기도박용 카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사기도박으로 돈을 버는 타짜들에게 꽤 유용한 카드가 될 거란 생각에서였다.
이전에도 이른바 ‘표시목 카드’라 불리는 타짜들을 위한 카드가 있었다. 이는 카드 뒷면에 타짜들만 읽을 수 있는 표시를 작게 인쇄해 육안으로 읽을 수 있도록 한 것. 그러나 이 카드는 이미 많은 도박꾼들에게 알려져 ‘선수’들에게는 통하지 않게 됐다.
이 때문에 이씨가 ‘렌즈카드’, 또는 ‘카메라 카드’로 불리는 무늬목카드를 개발해 낸 것. 이씨는 더욱 정교한 타짜용 카드를 만들기 위해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유씨와 손을 잡았다. 유씨의 기술이 더해져 독자적인 염료배합기술을 개발했고, 이를 카드 뒷면에 새겨 넣을 수 있었다.
또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신형 렌즈도 개발해 타짜들의 사기도박을 돕는 제품을 만들어 냈다. 전자공학도인 유씨는 기계 원리에 통달해 있었고 이를 이용한 도박카드가 탄생될 수 있었던 것.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이 기술을 이용한 ‘렌즈카드’와 ‘카메라 카드’를 2007년 12월부터 지난 10월까지 경기 광주지역의 한 공장에서 시가 4억원 어치를 제조했다. 무려 2만개가 넘는 제품을 생산한 것.
그리고 카드와 카드를 식별할 수 있는 렌즈를 묶어 사기도박꾼들에게 판매했다. 검찰조사에 따르면 12개 묶음이 1백만원 선에 거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렌즈 필터는 5백만∼1천만원의 고가에 팔려나갔다.

조사 결과 이들은 이 제품으로 무려 5억여원의 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씨는 지난해 7월 중국에서 자신이 만든 사기도박용 카드를 읽을 수 있는 콘택트렌즈 2천개를 밀수입해 유통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처럼 타짜들에게 더 없이 좋은 제품이 만들어져 유통되고 있다는 소문은 중국의 도박단에까지 흘러들어 갔다. 이들 중 한 도박단은 이씨에게 기술이전을 요구하며 로열티까지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기도박 세계화(?)에 기여

이에 따라 이씨는 한 달에 2~3번 중국에 가 기술을 알려줘 매달 2천5백만원씩 총 2억5천만원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다. 미국에서도 수출제의가 들어와 수출을 목전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타짜들이 사기도박을 할 때 이 사기도박용품을 사용한다”며 “이들과 도박을 할 때는 패를 다 펼쳐놓고 치는 거나 다름없으니 백전백패 할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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