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사태’ 조국 책임론 전말

2018.04.23 10:19:48 호수 1163호

사퇴할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임명된 후 최대 위기에 놓였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낙마와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의 ‘드루킹’ 사건으로 야3당이 조 수석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낙마한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는 모두 8명. 야3당은 청와대 인사라인에 구멍이 생겼다며 조 수석 책임론을 강조하고 있다.
 



야3당이 힘을 합쳐 들고일어섰다. 김 전 원장의 사퇴 직후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은 한목소리로 ‘조 수석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김 전 원장이 19대 국회의원 시절 자신이 만든 더미래연구소에 ‘셀프 후원’한 사실이 위법하다고 결론내리자 김 전 원장은 즉각 사의를 표명했다. 

인사 구멍

조 수석은 수세에 몰리게 됐다. 야3당은 조 수석이 인사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김 전 원장 사퇴 직후 “인사검증자가 아닌 김기식의 동지이자 변호인을 자처했던 조 수석은 더는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되는 부적격자임이 판명됐다”며 “조 수석은 김 (전) 원장 사태는 물론 일 년간 벌어진 인사 참사의 책임을 져야 하며 대통령은 조 수석 역시 당장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성주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잘못된 인사를 강행하기 위해 국민을 ‘패싱’하고 엉뚱한 기관까지 동원하면서 국정 혼란을 야기한 청와대의 총체적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한다”며 “인사를 망사로 일관한 조 수석의 즉각 사퇴는 말할 것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대변인 역시 “김 (전)원장 임명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했던 조 수석과 청와대 민정라인은 책임져야 한다”며 “대통령 직접 결정이 아닌 선관위 결정으로 금감원장이 사퇴하게 만드는 상황을 몰고 온 것에 대해 청와대 인사라인과 민정라인의 총사퇴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야3당이 말하는 인사 참사는 문정부 출범 이후 낙마한 고위공직자 8명의 사례를 뜻한다. 김이수 전 헌재소장 후보자는 국회 표결 결과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 안경환·조대엽·박성진 전 장관 후보자들은 각각 강제결혼·음주운전·종교관 등의 문제로 스스로 물러났다.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주식투자 논란이 발목을 잡았으며,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황우석 사태 연루 논란으로 물러났다.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은 건강악화에 의한 신변 문제 등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여기에 김 전 원장의 피감기관 출장 의혹, 더미래연구소 셀프 후원이 더해지자 야3당은 인사 검증의 책임자인 조 수석을 겨냥한 것이다. 조 수석의 거취를 놓고 벌이는 여야의 공방은 청와대가 지명하는 고위공직자가 낙마할 때마다 벌어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선관위가 김 전 원장에게만 유난히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댄다는 입장이다. 또한 의원 전체를 상대로 피감기관 비용으로 해외출장을 간 것과 정치자금 지출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자며 야당에 맞불을 놓은 상태다.

‘더좋은미래’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선관위의 위법 판단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김 전 원장에 대한 선관위의 해석을 여론몰이식 정치 해석으로 규정한 것이다. 김 전 원장이 기부금을 낸 더미래연구소는 더좋은미래 산하 연구소다.

더좋은미래 의원들은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가 그동안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직무 유기와 무능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선관위가 여론 몰이식 정치적 해석을 했다”고 반발했다. 

김 전 원장 역시 “선관위 판단을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문정부 출범 이후 8명 낙마
두 차례 검증, 진짜 몰랐나?

청와대 관계자는 조 수석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야3당의 주장에 “그럴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청와대 측이 김 전 원장 인사검증에 대한 책임을 물어 청와대 비서진을 교체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앞서 야권이 조국 책임론을 들고 나올 때마다 청와대와 여당은 꿈쩍하지 않았다. 지난해 6월에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나서 “검증에 문제가 있다면 그 책임은 비서실장에게 있다”며 조 수석을 비호한 바 있다.
 

그러나 야3당은 청와대가 이전과는 다른 결정을 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바로 조 수석에게 ▲사후검증 실패 ▲검증자와의 개인적 인연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 등의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임 실장의 지시에 따라 조 수석이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김 원장을 둘러싼 일부 언론의 의혹 제기에 관해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전 원장의 피감기관 출장 의혹에 대해 민정수석실이 재검증을 했다는 의미였다. 

이를 바탕으로 청와대가 내린 결론은 김 전 원장을 둘러싼 의혹이 “해임에 이를 정도의 사유는 아니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관위는 김 전 원장의 셀프 후원 의혹 등에 대해서는 위법, 피감기관 출장 의혹에 대해서도 “정치자금 수수의 소지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두 차례 검증을 하며 위법성 여부 등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셈이다. 

민정수석실 수장인 조 수석을 향해 사후검증에 실패했다는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 전 원장과 조 수석은 참여연대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김 전 원장은 더미래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으며, 조 수석은 해당 연구소 이사로 활동했다. 조 수석과 검증 대상자의 개인적 인연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강제결혼 논란으로 낙마한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조 수석과 서울대 법대 사제관계였다. 야당 측은 민정수석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사람이 두 명이나 낙마했다는 점을 들어 조국 책임론을 더욱 뜨겁게 띄우고 있다.

검증 실패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도 조 수석 앞에 놓인 악재다. 필명 ‘드루킹’은 민주당 김경수 의원에게 일본 오사카총영사로 변호사 도모씨를 추천했고, 김 의원이 이를 백원우 민정비서관에게 말해 백 비서관이 지난 3월 도씨를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백 비서관은 조 수석에게 도씨에 관한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이 얼마만큼 번지느냐에 따라 조 수석에 대한 사퇴 압박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차기 금감원장 누구?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하 금감원장)의 낙마 이후 차기 금감원장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일각에선 관료나 교수 출신 인사가 차기 금감원장으로 내정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 

관료 출신으로는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꼽힌다. 

교수 출신으로는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서울대 경영학과 객원교수)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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