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 국회’ 묶여있는 법안들

2018.04.23 10:19:35 호수 1163호

"제발 일 좀 하시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4월 임시국회가 정상궤도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송법 개정안 처리 문제로 인한 여야간 갈등으로 본회의를 비롯한 대정부질문, 상임위원회 의사일정은 모두 취소됐다. 최근 발생한 김기식 전 금융감독위원장의 사퇴와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으로 국회는 답보상태다. 법안에 대한 이견과 갈등은 정상적인 국회 운영의 일환으로 바라볼 수 있다. 다만 법안 계류와 정쟁을 일원화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이라 보기 어렵다.  
 



앞으로의 일정을 감안했을 때 4월 임시국회는 동력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은 각종 이슈를 제치고 그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다. 5월 임시 국회가 이론적으로 열릴 수 있지만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시계 제로

6월 지방선거 이후에는 20대 국회 하반기 원 구성이 예정돼있다.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해 전당대회를 비롯한 정치적 이벤트가 연이어 개최될 것이다. 4월 임시국회가 하루빨리 정상궤도에 안착해야 하는 까닭이다.

4월 임시국회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방송법 개정안이다. 지난 2일 야당은 일명 ‘박홍근 안’으로 불리는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요구했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야당이 내놓은 개정안은 민주당이 야당이었던 시절 당론으로 내세운 개정안이다. 


개정안의 내용에 따르면 공영방송 이사는 여당 7명, 야당 6명이 추천해 13명으로 구성된다. 또한 재적이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시장을 임명하는 특별다수제 도입을 명시하고 있다. 

이 법안의 골자는 야당의 이사진 추천 비율을 늘려 야당 동의 없이는 공영방송 사장 선출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현재 여당이 돼 입장이 바뀌게 됐다. 
 

민주당은 “이명박·박근혜정권 시절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통해 방송을 장악하려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차악의 방안이었다”며 새로운 법안을 제시했고, 야당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발생한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은 국회 정상운영을 막고 있는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지난 18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 설치한 천막서 비상의원총회를 열었다.

한국당은 김기식 전 금감위원장의 인사 책임과 관련해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댓글 사건에 대한 특검도 요구하고 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드루킹서 시작된 사건이 (민주당) 김경수 의원을 거쳐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사건 구도가 고영태서 최순실로 이어진 국정 농단 사건과 놀랄 만큼 닮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바른미래당(바미당) 유승민 공동대표 역시 지난 18일 ‘문재인정권 인사 참사 및 댓글 조작 규탄대회’를 열고 댓글 사건을 ‘드루킹 게이트’라 명명했다. 유 공동대표는 “드루킹 게이트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도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국정조사와 특검도 불사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다만 정의당은 특검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민주당은 일부 당원의 일탈행위로 보고 특검 수사나 국정조사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처럼 꽉 막힌 국회서 여러 법안들이 표류하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재난 수준의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경을 편성했다. 조선·자동차와 같은 주요 산업의 구조조정에 따른 지역 경제 지원방안도 포함됐다.


4월 이후에도…정상 운영 힘들어
정쟁 속에서 표류 법안들 무엇?

정부는 이달 국회서 추경이 통과된다면 다음 달부터 본격 집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추경안 처리를 주장하지만 야당은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돈 풀기’라며 반대하고 있다. 각종 민생 법안들도 산적하다.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의 경우 소상공인들이 법제화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10일 소상공인연합회는 국회 밖에서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회장은 “대기업의 소상공인 업종 침탈을 적합업종 특별법으로 막아내야 한다”며 특별법 제정을 국회에 호소했다. 소상공인들은 임시국회의 파행으로 대기업의 무분별한 시장 진출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중소기업 적합 업종 제도’가 있지만 지난해 49개 관련 품목의 권고 기간이 만료됐다. 올해는 제과점업 등 24개 품목만 유지되고 있는 상태다.

최저임금법 개정안도 시급한 사안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경영계는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숙박비 등 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주축으로 하는 노동계는 상여금과 숙박비 항목 둘 다를 범위에 포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당의원들은 1개월 단위의 상여금만 포함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한국당은 상여금에 더해 숙식비까지 포함할 것을 사실상의 당론으로 채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법적 시한인 6월29일까지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의 합의를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심의 및 의결해야 한다. 개정법을 적용하려면 늦어도 5월말까지 법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5월 임시국회가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4월 임시국회서 처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갈등만

그 외에도 ‘재활용 쓰레기 대란’ 문제와 미세먼지 대책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된 법안들 역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쟁점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갈등을 겪을 수 있지만 정쟁이 법안을 발의하는 입법 활동의 상위에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4월 임시 국회 이후 여러 이슈들이 산재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 공전 사태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 상황 속에서도 과연 국회가 정상 운영의 끈을 놓치지 않을지 주목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임시국회란?

임시국회란 정기국회와 달리 필요에 의해 소집되는 국회다. 임시국회는 1회에 30일을 초과할 수 없다. 다만 대통령이 요구한 임시회의 회의일수는 산입하지 않는다.

임시국회가 열리는 조건은 대통령이나 국회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어야 한다. 다만 대통령의 요구로 열린 임시국회에서는 정부가 제출한 의안에 한해서만 처리한다. 대통령은 임시 국회의 기간과 소집 이유를 명시해야 한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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