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이후 5년째 로고·도메인 분쟁 ‘현재진행형’
그룹 브랜드 관리 구멍…‘형제기업’LG그룹 상반
GS그룹이 잇따라 ‘간판 굴욕’을 당하고 있다. 포스코와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공조를 깨면서 이미지와 체면이 완전히 구겨진 GS그룹은 출범 초기부터 지금까지 브랜드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로고 시비에 이어 도메인 분쟁에 휩싸인 것. 대기업들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브랜드 관리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이는 ‘형제기업’인 LG그룹과도 비교되는 대목이다. LG그룹은 최근 브랜드 강화 차원에서 ‘LG’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는 업체들을 상대로 철퇴를 휘두르고 있다.
LG그룹은 최근 브랜드 강화에 바짝 신경 쓰고 있다. ‘LG’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는 업체들을 상대로 상표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 유사상호 또는 상표 사용업체들에 대해 강력 대응하고 있다. LG그룹은 이렇게 지난 3년 동안 무려 6백여 건의 브랜드 도용 사례를 바로잡았다.
끝나지 않은 로고 전쟁
LG그룹이 ‘짝퉁’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광경을 보고 있는 GS그룹은 씁쓸하기만 하다. GS그룹의 브랜드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에서다. GS그룹은 지난 2004년 7월 LG그룹으로부터 분할 설립된 이후 로고 시비에 도메인 분쟁까지 겹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GS그룹의 ‘간판 전쟁’은 5년째 현재진행형이다.
GS그룹이 브랜드 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것은 출범 직후부터다. GS그룹은 2005년 3월 공식출범과 함께 그룹의 ‘얼굴’인 새 로고(CI)를 공개했다.
GS로고는 미국 ‘란도’사에서 수백년 전부터 내려온 라틴 문양의 ‘프랑켄슈타인 서체’에 알파벳 G, S, E 등을 결합·응용해 디자인했다. GS그룹은 앞서 2004년 11월 이 로고를 특허청에 상표출원을 신청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뜻밖의 암초에 부딪쳤다. 중견 무역업체인 삼이실업의 로고와 유사했던 것. 업계에선 GS로고가 삼이실업이 12년간 사용해온 로고와 색상만 다를 뿐 형태가 거의 똑같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로고를 접한 디자인 전문가들조차 “같아도 너무 똑같다”는 목소리를 냈다. GS로고를 제작한 란도사는 10여년 전 LG그룹 로고를 제작한 곳으로 당시에도 표절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삼이실업은 즉각 GS로고가 자사 로고와 비슷하다며 특허청에 이의신청을 냈다. 삼이실업 측은 “10여년 전 스페인 디자인 업체에 의뢰해 로고를 제작해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며 “두 회사 로고는 GS그룹 심벌이 주황·초록·청색이 섞여 있는 반면 삼이실업 로고는 옅은 적색인 점만 다르다”고 펄쩍 뛰었다.
GS그룹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내심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로고 작업에 지출한 돈만 1천억원이 넘은 탓이다. 삼이실업 이의가 받아들여진다면 로고 전면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GS그룹은 2005년 12월 특허청이 GS로고에 손을 들어준데 이어 2006년 8월 삼이실업의 이의신청을 기각하면서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아직 특허심판원의 결정이 남아있어 상표권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는 상태다.
뿐만 아니다. GS그룹은 도메인으로 인한 진땀이 마르지 않고 있다. 전북 군산의 전자상거래업체인 군산네트웍스와 벌이고 있는 도메인 분쟁이 그것이다. 이 싸움은 벌써 1년째 GS그룹을 괴롭히고 있다.
문제가 된 도메인은 GS그룹 계열사 GS홈쇼핑의 GS이숍닷컴이 보유한 ‘gseshop. com’. 군산네트웍스의 도메인도 이와 비슷한 ‘GSeshop.com’이다. 이들의 싸움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초 이 도메인은 GS홈쇼핑 소유였다.
하지만 2005년 군산네트웍스가 유럽의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로부터 ‘GSeshop.com’을 구입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군산네트웍스는 2006년 10월 GS홈쇼핑이 도메인 등록연장을 하지 않는 사이 도메인 사용권을 획득했다.
GS홈쇼핑은 지난해 7월 도메인분쟁조정기구(ICANN)에 조정을 의뢰해 승소한 뒤 국내사무소에서 분쟁 조정절차를 거쳐 해당 도메인을 확보했지만 군산네트웍스가 지난해 9월 법원에 도메인 소유권 소송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기저기 분쟁 불씨
군산네트웍스 측은 “‘GSe shop.com’에서 GS는 군산의 로마자 약자”라며 “‘eshop’도 인터넷쇼핑몰을 의미하기 때문에 아무 문제없다”고 소유권을 내세웠다. GS홈쇼핑 측도 “국제분쟁기구의 판단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GS그룹은 이외에도 ‘GSe store.com’, ‘GSsports.com’등 자회사들의 도메인도 미처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의 얼굴을 이미 다른 업체나 개인에게 빼앗긴 것. 도메인 분쟁이 또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작은 부분까지 챙기지 못했다”고 시인한 GS그룹은 대신 출범하자마자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서둘러 ‘안티GS’, ‘안티GS칼텍스’ 등의 안티도메인과 그룹 총수인 허창수 회장의 도메인을 선점하는 발 빠른 움직임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결과적으로 소탐대실이 될 수도 있다는 혀 차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