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사드 보복’ 긴장하는 대림동 스케치

2017.03.14 10:49:30 호수 1105호

‘역공 당할라’ 한산한 조선족 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강도가 심해지고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이 고조되면서 국내에서도 그동안 쌓여왔던 반중 감정이 표출되고 있다. 특히 서울 속 ‘차이나타운’으로 불리는 대림동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서울의 대표 우범지역 중 하나인 데다 민족주의가 강한 중국 출신 폭력배들도 적지 않아 ‘혐한·혐중’ 분위기를 빌미로 다툼이나 시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영등포 대림역 출구를 나가면 조선족 동포가 쓰는 말투와 중국어가 곳곳서 들려온다. 눈에 들어오는 간판 역시 온통 한자어 투성이어서 한국어가 낯설게 느껴질 정도다.

서울 속 ‘차이나타운’으로 불리는 이곳은 주로 국내 거주 중국인들이 자주 이용하지만 한국을 찾는 유커(중국인 관광객) 단체관광객들도 자주 찾아 최근 관광특수를 누렸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의 한국 여행 금지령 등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 여파인지 거리는 인파가 많지 않아 한산한 모습이다.

반은 중국인

대림동서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는 장모(62)씨는 “주변에 중국인이 많이 살다 보니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많이 듣긴 했지만 별로 신경 안 쓰는 사람도 많아서 당장 결정된 게 없는 줄 알았다”며 “한국서 조선족·중국인들이라면 일단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이 많은데 더 인상이 나빠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번 제주에서 발생한 유커의 ‘묻지마 살인’ 사건 때만 해도 이웃에 사는 한국인들에게서 적잖은 눈총을 받았다는 것이다.


장씨는 “제주공항에 무단으로 가방과 쓰레기를 투척해서 난장판을 만든 유커나 중국인 범죄 뉴스가 나올 때마다 손님들이 ‘중국인들은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곤 한다”며 “사드 배치와 한중 갈등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중국 경제보복 강도 심해져
국내서도 반중 감정이 표출

이곳의 조선족들은 반은 한국인, 반은 중국인이기 때문에 ‘샌드위치’ 격으로 양쪽서 포화를 맞고 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중국 지린성서 왔다는 노점상 류모(43)씨는 “같이 노점일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 민족주의가 강한 일부 중국인이 ‘한국 사람들은 왜 도움도 안 되는 사드에 찬성하느냐’고 물을 때마다 입장이 난처하다”고 말했다.
 

특히 대림역 일대의 일부 지역은 서울 대표 우범 지역 가운데 하나고 이곳에 민족주의가 강한 중국 출신 폭력배도 적지 않아서 조선족 출신들에게 ‘혐한·혐중’ 분위기를 빌미로 다툼이나 시비를 걸어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사태 이후 이 지역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국서 물건을 사서 페리를 타고 와 물건을 대던 중국인 보따리상의 발길이 뚝 끊겼다는 것.

골동품 가게를 하는 주모씨는 “전에 한 달에 한 번씩 물건을 대던 중국 쪽 ‘따이공’(보따리상)이 갑자기 전화해서 ‘눈치가 보여서 당분간 못 간다’고 말해왔다”며 “본토 분위기가 안 좋기는 안 좋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중국인이 쏜 화살에 되레 중국인들이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커지고 있다. 대림동 지역과 마포 연남동 등 중국인 큰손이 부동산 물건을 쓸어 담던 ‘한국 부동산 쇼핑’ 기세가 한풀 꺾이게 되면 결국 가격이 하락하고 이전에 부동산을 구입했던 중국인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따리상의 발길이 뚝 “눈치 보여서”
다문화가족 학생 문화융합교육에 찬물

대림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말이면 재중 동포나 중국인이 수십 명씩 상가나 땅 매입을 문의하기 위해 찾곤 했는데 지난달부터는 그 수가 절반 이하로 뚝 줄었다”고 말했다. 강북서 화교 밀집 지역으로 알려진 마포 연남동 일대에선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급감하면서 문을 닫는 중국 동포 가게들도 슬슬 생겨나고 있다.

연남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여기에 더러 중국인 동포가 인삼·홍삼 등을 파는 가게 등이 있었는데 작년 사드 갈등 사태 이후부터 손님이 줄면서 가게를 비운 곳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걱정스러운 분위기는 아이들 사이에서도 감지됐다. 대림2동에 위치한 대동초등학교는 전교생의 절반이 넘는 55%가 다문화가족 학생이다. ‘출입국 관련 업무’ ‘영주권, 국적 취득, 귀화’ 간판이 세워진 학교 정문 앞에서 뛰놀던 학생들은 “사드를 잘 모르지만 어른들 일로 친구들과 멀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들도 걱정

이곳 초등학교 대부분은 다문화가족 학생들이 늘어나자 적극적으로 한국문화 적응 교육을 실시하는 등 문화융합교육에 힘을 쏟아왔는데 이번 사태가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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