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봉이야, 너무하잖아”
돈 많은 사모님과 그 딸을 납치해 한몫을 톡톡히 챙겼던 일당 중 한 명이 돈이 떨어지자, 새로운 이들과 함께 또 그 사모님을 납치해버렸다. 피해자는 두 번 연속 납치를 당한 셈이다.
20대 후반 A씨는 백수로 빈둥빈둥 놀다 우연히 B씨가 부잣집 사모님이란 얘기를 귀동냥했다고 한다. A씨는 친구들 앞에서 장난삼아 B씨를 납치해 돈이나 벌어볼까라고 말했단다.
그런데 그것이 구체적인 시나리오로 발전하더니 마침내 실행으로 이어졌다. A씨를 포함해 총 3명인 이들은 그녀의 재산을 확인하기 위해 나름 발품을 팔며 진짜 부자라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한다.
드디어 실행의 그날. A씨 등은 그녀의 집에 찾아가 아들 친구라고 속여 문을 열게 했다. 아들 친구라는 말에 B씨는 문을 활짝 열어줬다. 이후 과정은 뻔하다. 흉측한 흉기로 B씨와 함께 있던 그의 딸을 위협했다. 모녀는 쇠사슬로 꽁꽁 묶였다.
A씨 일당은 당연히 돈을 요구했다. 하지만 B씨는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았다. 돈이 없다고 거절한 것. 결국 A씨 일당은 밤늦은 시각, 모녀를 자신의 음침한 아지트로 데려갔다. 거기서 말을 듣지 않으면 모녀를 성폭행하겠다고 위협했다고 한다.
다 큰 딸이 짓밟힐 것을 우려한 그녀는 모진 협박에 굴복, A씨 일당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다. 자신이 모 증권에 신탁해둔 억대 자금을 한 시중은행에 이체시켰다.
A씨 일당은 B씨의 도장과 통장, 현금카드 등을 이용해 각 지점을 돌며 수십 차례에 걸쳐 전액을 인출했다. 목적을 달성한 이들은 B씨 모녀를 집 앞에 데려다주고 달아났다. A씨는 자신이 절반을 차지한 뒤 공헌도에 따라 나머지 돈을 배분했다. 그리곤 뿔뿔이 흩어졌다.
2억원을 챙긴 A씨는 중고외제차를 구입하고 애인의 빚을 갚아주었다. 이를 제외한 돈은 대부분 유흥비로 탕진했다. 결국 다시 빈털터리로 전락한 A씨는 새로운 이들을 끌어들여 B씨를 다시 납치하기로 모의했다.
A씨 일당은 집에 귀가하는 B씨를, 승용차로 납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온갖 협박과 폭행을 휘둘렀지만 그녀는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A씨 일당은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한 채 그녀를 풀어주고 잠수를 탔다. 하지만 경찰의 집요한 추적 끝에 A씨는 덜미를 잡혔다. 범행에 참여한 이들 역시 줄줄이 수갑을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