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공사(이하 주공)가 공급한 영구임대아파트 입주자 가운데 10명 중 4명 이상이 입주 자격이 없는 무자격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정도를 기다려야 겨우 입주 할 수 있는 곳도 있는가 하면 어떤 곳은 기존 신청자가 많아 몇 년 전부터 입주신청서를 아예 받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럼에도 주공은 이를 위한 마땅한 대책을 내 놓지 못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실태를 취재했다.
문제는 자격을 상실한 입주민이 계속 거주하면서 실제 영세민들에게는 입주 기회조차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올 6월말 현재 영구임대주택 입주 희망 대기 기초생활수급자는 5만8천명으로 자격 상실자(5만7천7백32가구)보다 많다.
때문에 길게는 7년에서 최소 1년까지 평균 3년 정도 기다려야 할 형편이다. 일부 지역에선 10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초창기 기초생활 수급자로 분류돼 영구임대에 들어온 주민들이 그대로 머물러 있는 문제가 잠재돼 있다. 일례로 울산지역의 경우 초기에는 수급자가 아니더라도 빈 아파트로 놔 둘 수 없다는 이유로 희망자에 한해 입주를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이들 중에는 이후 경제적 능력이 향상되더라도 임대료·관리비가 싸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사 가려고 하지 않거나 형편이 나아지지 않은 채 자녀들이 성년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빠진 이들이 섞여 있다.
일례로 현재 3.3㎡당 1천1백만원을 호가하는 울산의 36㎡(12평) 영구임대 아파트의 임대료는 보증금 2백만원에 3만8천원 가량의 월세를 받는다. 파격적인 셈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최근 기초수급대상자가 아닌 사람을 방출하기 위해 보증금 금액을 기준으로 해서 2년마다 20% 인상하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비슷한 규모의 원룸 임대료가 4천5백~5천만원 가량 하고 있어 입주자들이 움직이지 않은 추세다.
무자격자 때문에 임대 10년 기다려야 하는 곳 부지기수
배짱으로 버티고 있는 무자격자들 난무 색출방법은 ‘無’
기자가 울산 달동과 화정동 등을 돌면서 차량 등을 확인한 결과 1천CC 이하 경차는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대부분은 2천CC 이상의 수천만원 가량의 차량이 즐비해 있다. 기초수급대상자는 보통 차량이 있어도 1천5백CC 이하, 생업용 차량을 제외하고 2천CC급 차량이 있다면 수급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이곳 사정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울산 달동 영구임대아파트는 지난 2005년부터 기초수급대상자라 하더라도 아예 입주신청도 받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2005년에 이미 마감된 사람만 7백명이 넘고 올해까지 감안하면 1천명이 넘을 것으로 보이지만 1년에 1백명 정도도 빠지기 힘들어 지금 신청을 한다 해도 10년 가량을 기다려야 겨우 기회가 올 것 같다”고 전언했다.
문제는 또 있다. 무자격자들을 색출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무자격 사람들을 강제로 퇴출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조사와 물리적인 힘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민원을 제기하면 오히려 자신들이 큰 낭패 등을 당할 수도 있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아파트 한 관리자는 “집 소유 등 재산 상태는 국토해양부에서 조회가 가능하지만 타인 명의로 차량을 구입하는 등의 수법을 이용한다면 사실상 적발하기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 자격 탈락자를 위한 대안은 있을까.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자격탈락자라고 해도 3분의 2가 소득1분위 계층으로 이들을 영구임대보다 임대료가 3~5배 비싼 공공임대주택에 입주시키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공공주택 임대료는 ‘표준임대보증금 및 표준임대료’에 따라 획일적으로 결정되고 있어 시장 임대료와 격차가 심하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입주자가 소득이 올라도 다른 곳으로 이사 가지 않도록 막고 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소득수준별로 임대료를 차별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하면서 “때문에 입주자들의 경제사정 등 체계적인 실태조사와 자격조사를 실시해 입주자격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