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교사 카페’ 기승하는 사연

2008.10.22 19:16:44 호수 0호

유명인의 인기척도가 되기도 하고 당사자에게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는 안티카페. 이는 교단에 서는 선생님들도 예외가 아니다. 학생들이 자신이 싫어하는 교사를 험담하는 안티카페를 만들고 비밀리에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일부 학생들은 교사의 가족들 사진까지 카페에 올리고 악플을 다는 등의 행동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땅에 떨어진 교권이 만들어낸 현실 속에서 대다수의 현직교사들은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 담탱이가 너무 싫어”

누구나 한번쯤은 학창시절 학교선생님에 대한 험담을 해 봤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학생들은 험담이 험담수준으로 그치지 않는 모양새다. 단지 미워하는 선생님을 헐뜯기 위해 만든 안티카페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사실 안티교사카페는 ‘안티카페’란 것이 생길 무렵부터 있어 왔다. 그러나 발각될 경우 학교 측으로부터 처벌을 받거나 해당 교사에게 불이익을 당할 것이 두려워 대부분 비밀조직으로 숨겨져 있어 눈에 띄지 않을 뿐이었다.
이름도 다양하다. 담싫모(담탱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담저모(담탱이를 저주하는 사람들의 모임), 담죽모(담탱이를 죽이고 싶어하는 모임)등 장난이라기엔 도를 넘어서는 이름들이 대부분이다.
이곳에 가입한 학생들은 교사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고 공감대를 형성해 선생님을 헐뜯는다. 불만을 토로하는 방식에도 교사에 대한 존경심이나 웃어른에 대한 배려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서슴없이 교사의 이름을 불러 대며 원색적인 비난과 욕을 쓰면서 교사를 조롱하기도 한다. 또 교사의 외모를 희화화시키거나 습관이나 버릇 등을 들먹이며 모멸감을 주기도 한다.
일부는 교사의 가족 사진까지 올리며 갖가지 악플을 늘어놓기도 한다. 심한 경우엔 마치 연예인처럼 떠도는 헛소문을 사실처럼 부풀려 괴담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같은 안티카페에 당사자든 당사자가 아니든 많은 교사들은 큰 상처를 입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교사 7백35명을 대상으로 안티교사카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과반수가 넘는 교사들이 교사생활에 회의감이 든다고 응답했다.
설문조사 결과, ‘학생들이 교사를 욕하거나 비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안티카페, 안티블로그 등 인터넷 상의 모임을 만든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46.3%(3백41명)의 교원이 ‘알고 있다’고 응답했고,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는 답변은 51.7%(3백80명)로 나타났다.
‘인터넷 상(댓글, 안티카페, 안티블로그 포함)에서 자신 또는 아는 교사를 비방하거나 욕하는 글을 직접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본 적 있다’라고 응답한 교원은 24.3%(1백79명), ‘본 적 없다’라고 응답한 교원은 75.6%(5백56명)로 나타났다.
또한 ‘이런 일들 때문에 교직 생활에 회의가 든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라고 응답한 교원이 과반수인 53.6%(3백94명)로 나타나 교원 사기저하의 한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교육 현실에 대해 한국교총 이원희 회장은 “사랑과 믿음을 바탕으로 한 아름다운 사제관계가 무너지는 교육현실이 안타깝다”라며 “학생들도 자신들의 글과 행동 하나하나가 선생님의 마음에 큰 상처가 된다는 점에서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통한 익명의 비방이 아닌,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속담이 진부한 옛말이 되어 버린 지금의 세태가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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