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 사설정보지의 폐해<밀착해부>

2008.10.22 18:40:43 호수 0호

일명 ‘찌라시’로 불리는 사설정보지(이하 찌라시)들이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고 최진실의 자살원인이 악성루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이른바 ‘최진실 사채설 괴담’의 출발지가 증권가 찌라시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파장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실제 찌라시 관련 생산자와 유통자, 관련종사자들은 서로 매개고리를 끊으며 단속을 피하기 위한 몸부림이 한창인 것으로 전해진다.

루머도 괴담도 출발점은  ‘사람 잡는 찌라시’?

이 같은 사설정보지는 지난 1980년대 중반부터 생산되기 시작됐으며 증권가 중심으로 만들어진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증권가에는 각종 정보가 모였고 보다 빠르게 정보입수를 하기 위해 증권사에는 정보 분석실이란  조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정보 접근도가 높은 이들과 정기적으로 ‘정보모임’을 가지면서 문서형식의 정보지를 만들었다. 이것이 찌라시의 시초였던 셈이다. 정·재계와 연예계를 불문하고 각종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담긴 이 정보지는 인터넷 발달로 일반에도 빠르게 유포되면서 그 파장은 메가톤급의 핵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대표적인 실례는 최진실 자살의 여파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찌라시 공포’가 함께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찌라시는 잊을 만하면 인터넷을 달구는 ‘연예인 X파일’과 같은 가십성 정보지들이다.
지난 2005년 1탄이 유포되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X파일은 최근 2탄이 유포되어 세간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 파급력이나 후폭풍은 1탄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며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퍼져나가 연예계를 잠시 긴장시키기도 했다.
최진실 자살의 주적으로 꼽히고 있는 ‘사채설 괴담’의 출처도 사설정보지라 불리는 찌라시였다. 증권사 직원들의 메신저를 돌고 돌던 이 괴담이 한 여직원의 장난으로 세상에 알려졌고 끝내 괴담의 주인공을 파멸로 몰아넣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면 각종 소문과 괴담의 근원지인 찌라시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포될까. 찌라시가 만들어진 것은 198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생산되는 장소는 여의도 증권가. 증권가는 정계, 재계, 연예계 등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고급정보들이 넘쳐나는 곳이다.
믿기 힘들 만큼 자극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는 이 정보들은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증권사마다 빠르게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따라 각 증권사들은 정보를 수집하는 조직을 만들었다.
이들 조직원은 사정기관 관계자, 기업체 정보담당 직원, 국회의원 비서관, 기자 등 상대적으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이들과 함께 주기적으로 ‘정보모임’을 가지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여의도 등에서 열리는 정보모임에서는 각자 가지고 있는 정보들을 주고받았고 이는 문서형식인 ‘정보지’로 만들어졌다.
이 정보지는 점차 수요가 많아졌다. 주로 대기업에서 정보지를 획득하려는 움직임이 커졌다. 이렇게 되자 증권가에만 떠돌던 찌라시는 사설 정보지 업체를 거치면서 유료화되어 시중에 유통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가격은 정보의 가치에 따라 다르지만 대게 한 달에 30~50만원 선.
2000년대 들어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찌라시 역시 빠르게 유포되기 시작했다. 이 정보들은 이메일과 메신저 등을 통해 곳곳으로 퍼져 나갔고 급기야 2005년에는 ‘연예인 X파일’이라는 이름의 찌라시가 만방에 공개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톱스타들의 연애담과 정·재계 유명인사와 연예인 간의 은밀한 거래, 연예인들의 성생활 등 흥미로운 얘기들로 가득한 X파일은 순식간에 네티즌들에 의해 유포됐다. 당시 실명이 거론된 연예인들은 성명서를 내고 찌라시가 생성된 곳을 상대로 형사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등 그 파장은 만만치 않았다.
급기야 법무부와 경찰청 등이 합동으로 사설정보지에 대해 집중단속을 벌였다. ‘카더라 통신’에 철퇴를 가하겠다는 정부의 단호한 의지였다.
이처럼 정부가 팔 걷고 찌라시 근절에 나선 것은 근거 없는 허위정보가 무분별하게 생산되고 유통되면서 개인의 명예가 훼손되거나 인권을 침해하는데다 기업신용과 국가신인도까지 저해하는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그러나 찌라시는 단속의 눈을 피해 꾸준히 생산, 유포됐고 오늘날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처럼 찌라시가 인터넷이란 매체를 통해 일반에까지 유통되면서 찌라시가 가진 치명적인 위험성이 속속 노출됐다. 찌라시가 위험한 이유는 그 속에 담긴 정보들 가운데 일부는 확인되지 않은 첩보수준의 정보라는 것.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 등 그럴듯한 출처까지 붙은 정보들은 신빙성을 가지게 된다.
또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기가 막힌 짜임새를 가진 정보들은 흥미롭기가 어느 영화 못지 않아 사실여부를 떠나 금세 입소문을 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보는 더욱 부풀려지게 마련이고 여러 가지 정황들과 연계되면서 루머가 아닌 사실로 대중들에 인지되는 것이 문제라는 것.
이같은 과정을 거쳐 소문이 괴담으로 번지는 피해를 입은 사람 중 하나는 가수 나훈아다. 모 여자연예인과의 염문설, 야쿠자와의 연계설 등 한편의 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나훈아 괴담의 근원지도 바로 찌라시였다.
찌라시의 내용을 본 언론과 네티즌들이 괴담 속 여자 주인공이 되기에 적절한 여자연예인들을 루머 속에 대입시켜 갖가지 시·공간적 정황을 짜맞추면서 그럴싸한 스토리가 완성된 것이다. 이로 인해 나훈아는 기자회견까지 열며 결백을 증명해 보이는 웃지 못할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근거없는 루머 담은 사설정보지로 인한 피해 늘어
나훈아, 최진실 등 찌라시 속 괴담으로 고통 받아

기업에 관한 찌라시는 정치인이나 유명인 등 개인의 루머를 담은 찌라시와는 또 다른 파장을 낳기도 한다. 때때로 확인되지 않는 루머로 인해 회사의 경영이 위태로워지거나 주가가 출렁이는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것.
한 예로 모 그룹은 몇 해 전 찌라시에 자금악화설에 관한 루머가 기정사실화되어 어려움을 겪었다. 루머로 인해 계열사의 주가가 한순간에 폭락해 주주들에게 루머는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을 해야 했다. 루머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긴 했지만 이미 쏟아진 물이었다. 주가는 떨어졌고 대중들에게 기업의 이미지는 악화된 후였던 것.
문제는 근거 없는 찌라시로 피해를 입은 개인이나 기업이 딱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소문의 출처를 밝히기가 어려운데다 적극적으로 해명하려 해도 대중들은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찔리는 게 있어서 발끈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뿐이다. 결국 피해자들은 속수무책으로 소문이 지나가기만을, 더 충격적인 루머가 이 소문을 덮어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들로 찌라시를 수수방관한 결과가 결국 최진실 자살사건을 통해 드러났다. 확인되지 않는 루머가 한 개인을 어디까지 몰고 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것.
결국 정부는 또 한 번 찌라시에 칼을 들이댔다. 지난 7일부터 검찰과 경찰이 찌라시 단속에 들어갔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지난 6일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범죄에 엄정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불법사설정보지는 검찰총장 지시에 따라 정보지 생산과 유통경로 등을 반드시 확인해 위법사실이 발견될 경우 신용훼손, 명예훼손,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죄 등을 적용해 사법처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에도 2005년 때와 같이 본보기로 몇 개 업체만 단속을 하다 유야무야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보의 출처가 불분명한 찌라시의 특성 상 단속이 쉽지 않은 탓이다.
다른 일각에선 정보의 사실유무와 관계없이 여전히 찌라시를 원하는 수요가 많은 만큼 찌라시 생산이 중단되지는 않을 거란 의견도 지배적이다. 기업의 경우 특히 찌라시의 내용을 신뢰하지는 않더라도 경쟁사에 대한 루머나 영향력 있는 정치인에 대한 소문 정도는 알고는 있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해 찌라시의 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 정보담당자는 “자신과 관련된 작은 소문에는 펄쩍 뛰면서 타인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루머는 아무렇지 않게 생산, 유포하는 사람들이 문제”라며 “이들과 찌라시를 보며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 한 찌라시는 인터넷공간에서 사라지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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