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2팀] "보안의 시작은 어떤 것도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오희국 한국정보보호학회 신임 회장(한양대 교수)이 보안의 출발점에 대해 말했다. 오 회장은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환경에서 검증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결국 보안은 신뢰를 향해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KB국민, 롯데, NH농협 카드3사, KT, 티몬, CJ대한통운 등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 줄줄이 터졌다. 이번에는 카드3사에서 유출된 개인정보가 대출 중개업자에게 추가로 팔린 사실이 드러났다. 2차로 판매된 개인정보는 1억 건에 육박한다. "이번 개인정보유출 사태는 20년 만의 대형 붕괴 사건입니다. 과거 1994년 성수대교, 1995년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던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는 이야기죠. 그런데 국민들의 반응이 의외로 침착합니다. 다들 체념했기 때문이죠." 오희국 한국정보보호학회 회장이 연이어 터지는 기업들의 정보유출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에 씁쓸해했다. 오 회장도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피해갈 수 없었다. 그는 "국민카드, 롯데카드 확인해보니 나도 털렸다"며 "안 쓴 지 10년이 넘은 카드사 정보도 털렸다"고 웃었다. 안산의 한양대 캠퍼스 연구실에
[일요시사=경제2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소치올림픽이 끝났다. 200여일 후에는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이 시작된다. 인천에서 치러질 대회를 위해 김영수 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72)은 손님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40억 아시아인이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대회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대회 개최 년도에 들어서니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인천 뿐 아니라 대한민국 모두가 대회에 대한 열정이 그만큼 뜨겁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수 위원장은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 위원장은 군사정권 시절 공안검사를 거쳐 국회의원, 법조계, 문화계, 체육계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 문민정부 시절에는 문화체육부 장관을, 2004년에는 프로농구연맹 총재를 거치면서 체육계의 전반적인 업무 노하우를 쌓아왔다. 김 위원장은 인천에 자랑스러운 유산을 남기기 위해 모든 열정을 쏟아내고 있다. 북한 참가 가능성↑ "2014인천아시안게임은 인천이 글로벌 명품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더할 나위 없는 기회입니다. 아시안게임은 인천시만의 행사가 아니라 국가행사라는 점에서 국민들께서도 더욱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일요시사=사회팀] "어릴 때부터 훌륭하거나 유명한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조각가 이병구 작가는 "말은 평론가의 영역이지 내 영역은 아니다"라며 머뭇거렸다. 대신 그는 미사여구보다 묵묵히 땀으로 자신의 재능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래도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고 있으니 행복한 것 아니겠냐"고 말하는 그는 오늘도 나무에 '숨'을 불어넣으며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예술은 우리 삶의 한 단면을 각각의 특정한 방식으로 점유한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시간적인 경험이면서 또는 공간적인 경험이다. 특히 미술은 하나의 작품이 한 공간을 점유하면서 생기는 감성을 환기한다. 그래서 우리는 상상 속의 조형을 그려서 보여주는 행위는 물론이고, 조형을 손으로 만들어서 보여주는 행위도 미술이라 부른다. 땀 흘리는 예술 남들처럼 그림을 그려 미대에 입학한 이병구 작가는 자신의 선배들로부터 "손재주 좀 있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했다. 일찍이 '땀 흘리며 만드는 일'에 매료된 그는 평면의 회화 작업이 주류인 미대에서 흔치 않게 조각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순백의 캔버스 대신 두꺼운 철판과 마주한 이 작
[일요시사=사회팀] 전시기획자, 설치미술가, 미술평론가, 대학교수…. 예술가 성원선을 소개하는 명사들이다. 그러나 성원선은 자신을 정의하는 다양한 이력보다는 '성원선'이란 자신의 이름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독일 생활 중 '하나의(One) 태양(Sun)'으로 불리기를 바랐다는 성원선. 태양처럼 눈부신 그녀의 아이디어는 오늘도 예술이 드리우지 않는 어두운 곳을 비추고 있다. 다양한 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성원선. 서울 한 커피숍에서 미팅 중 만난 성원선은 '창조'란 화두로 운을 떼었다. 박근혜정부의 슬로건 중 하나인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예술가들의 공공부문 진입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곁들였다. 올해로 귀국 10년째를 맞은 성원선. 그녀가 바라보는 한국 미술계는 어떤 모습일까. 대가 지불해야 "독일에서 공부를 12년 정도 했어요. 그리고 2003년 2월께 한국에 왔으니까 마침 꼭 10년째네요. 제가 유학을 떠나기 전의 한국과 귀국 직후의 한국, 지금의 한국은 굉장히 많이 달라요. 미술계만 해도 그림을 접하는 방식이 놀라울 정도로 다분화됐죠. 이제는 그림을 보기 위해 반드시 갤러리에 가
[일요시사=사회팀] 한국화가 임태규는 자신의 그림과 관련한 온갖 질문에 대해 "그냥 보이는 대로 느껴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대학로 푸에스토에서 '흐린 풍경(Blurry Scene)'이란 주제로 전시를 연 임태규는 소탈한 웃음과 함께 "작품은 감상자의 것"이란 견해를 거듭 드러냈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이상으로 꼽는 임태규는 그림을 통해 관객과 예술가가 공존하는 세계를 그리고 있는지 모른다. 때로는 말하지 않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더 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우가 있다. 임태규 작가는 자신의 그림을 세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진실로 말할 수 있는 것들만 말했다. 감상은 객관이 아닌 주관의 영역, 더구나 계량화가 불가능한 마음의 영역이다. 보이지 않는 것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밥은 얼마나 먹었고, 소주는 얼마나 마셨으며, 먹이나 물감은 얼마나 썼는지…. 이런 것들은 수치로 계산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그림에 임하는 마음가짐, 그림을 그리며 내린 순간의 판단 등은 수치화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것조차 계량화시키려고 해요. '그림을 그리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렸냐'
[일요시사=사회팀] ‘호신술’을 배우면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온전히 지킬 수 있을까. 이런 의문에서 시작된 ‘호신권법’은 ‘호신’과 ‘권법’을 접목한 실전종합무술이다. 호신권법은 모든 공격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상대방을 제압한다. 불의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실전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것이다. 임성학 세계호신권법연맹 총재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태권도를 시작해 40년 넘게 무술을 연마했다. 임 총재는 태권도 공인 9단, 공수도 9단, 합기도 8단, 경호무술 공인 9단 등을 보유한 ‘무술인’이다. 이런 그가 세계호신권연맹을 탄생시켰다. 연맹은 지난해 6월 사단법인으로 시작해 현재 부산, 인천, 대구, 경기북부, 제주, 중국 하남시 등 광역시·도 협회를 구성하며 전국에 존재감을 알리며 세계로 뻗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호신권법’이란 무엇일까. 호신권법 창시자 “세상이 점점 각박하게 변하고 있어요.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술’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기존의 무술은 실전에 약해요. 무술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수십 년 동안 무술을 연마한 사범들은 많아요. 문제는 그들이 제자들에게 지도하고 있는 것이 무술인지, 스포츠인지 구분하지
[일요시사=사회팀] 청량한 색감이 관객의 시선을 자연스레 빨아들인다. 꽃과 물고기는 저마다 생명의 노래를 부른다. 따스한 집들은 파란 물결 위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초현실적인 이미지는 관객의 상상을 자극한다. 지난 9일 갤러리192에서는 서양화가 최미애의 15번째 개인전이 열렸다. 서울 대학로에서 만난 최미애는 "일정이 맞지 않아 개인전을 미뤘는데 이번에는 인연이 닿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인간의 내면에는 빛과 어둠이 공존한다. 비록 일상이 어둠이라도 인간은 늘 희망이라는 빛을 찾아 어둠을 밝힌다. 밝음, 그것은 생명을 머금은 무형의 기표다. 만질 수는 없지만 누구나 느낄 수 있다. 밝음이라는 언어로부터 연상되는 정돈되지 않은 형상은 인간의 인식체계 밖에서 내면을 비춘다. 빛과 어둠 서양화가 최미애는 자신의 작업노트에서 '빛과 어둠의 공존'을 주된 모티브로 언급했다. 분할된 화면을 특징으로 하는 그의 그림은 어둠에서 빛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감각적인 터치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한 빛과 어둠은 일반적인 의미의 빛과 어둠이 아니다. 한쪽의 이미지가 어둠을 상징한다고 해서 그의 그림이 어두운 것도 아니고, 빛을 상징하는 그림이라고
[일요시사=사회팀] 전통무용가 이영아는 “하늘과 땅을 잇는 것은 사람의 기도”라며 “땅을 두드려 깨우고 하늘을 여는 것은 결국 사람에 달렸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하늘과 땅의 중간에서 몸짓으로 다리를 놓아온 '춤꾼' 이영아. 그는 얼마 전 관객의 오감을 깨운 춤사위로 무용 애호가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울산의 대표춤꾼’ 이영아의 이름을 내건 한국예인열전(서울·영남·호남 3색전)이 지난달 21일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강당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앞서 전국 각지의 명인·명무들과 함께 무대를 꾸민 이영아는 다가올 봄에도 또 한 번의 신명나는 춤판을 벌일 계획이다. 20년 넘게 한길 이영아는 “늘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고 했다. 그가 기획·연출한 한국예인열전도 알고 보면 지역사회 공헌을 위한 따뜻한 마음으로 첫발을 내민 경우다. “공부는 서울에서 했는데 남편을 따라 울산에 정착하게 됐어요. 본의 아니게 지역 무용가가 됐죠(웃음). 저는 될 사람은 된다. 어디에 있든 최선을 다하자는 편이고
[일요시사=사회팀] 성공한 여류화가로서 20년 넘게 인상적인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이동연 작가가 최근 <미인도>란 주제로 전시를 열었다. 단절된 세상에서 진정한 소통을 꿈꾸고 있는 이 작가를 <일요시사>가 만났다. 조선 팔도의 미인이 한 자리에 모였다. 가나아트스페이스는 지난 1월1일부터 한국화가 이동연 작가를 초청해 3층 전관에서 기획전을 열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이름은 <미인도>. 그런데 이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미인들의 면면이 남다르다. 그들은 우아한 한복고름을 동여맨 과거의 미인이면서도 스마트폰과 같은 첨단기기를 활용할 줄 아는 현대의 여성이다. 이 작가는 각각의 미인들을 통해 오늘날의 인간 군상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세련되면서 정제 "이곳 전시장에 걸려 있는 그림들은 제가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준비했던 작품들이에요. 여러 작품 중 채용신 선생의 팔도미인도를 모티브로 한 시리즈가 가장 많이 소개됐고요. 작품들을 보시면 미인들이 저마다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를 다루고 있어요. 제가 강조하고 싶었던 건 과연 우리는 최첨단 시대에 진정한 소통을 하고 있는가. 이런 문제의식을 미인도의 형식을 차용해서 비판적으
[일요시사=사회팀] 이제석 대표를 만나고자 상수역 인근에 위치한 작업실을 찾았다. 조금 허름해 보였지만 회의실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회의실 의자는 다름 아닌 자동차 시트였다. 소품 하나하나에 독특함이 묻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대표의 꾸밈없는 옷차림새가 그의 진정성을 대변했다. 세계 3대 광고제의 하나인 뉴욕 윈쇼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등 국내외 유명 광고제에서 50여개 상을 휩쓴 천재적인 크리에이터 이제석 대표. 그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예술과 광고를 넘나들며 문화예술적인 요소가 가미된 광고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행복을 위한 광고 최근 서울시청역 지하 출입구에 인권 조각품이 설치됐다. 이를 두고 말이 많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 광고가 아니라 예술적인 부분을 도입한 공익 캠페인 광고였다. 이 대표가 직접 땀 흘려 만든 수작업 작품이었던 것. 그는 문화예술적인 요소가 가미된 공익 캠페인 광고를 통해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자 한다. “공익광고는 삶의 가장 기본적인 행복과 관련돼 있어요. 물리적인 여건은 정부가 사회 인프라를 통해 마련할 수 있지만 정신적인 문제, 인식은 캠페인을 통해 풀
[일요시사=사회팀] 오직 그림만으로 전설이 된 고흐처럼 자신의 작업을 미술사에 남기겠다는 커다란 포부를 지닌 작가가 있다. 서양화가 김형식 작가는 '뉴 미니멀(New Minimal)'이란 독자적인 작품 세계로 세계무대를 두드리고 있다. 김형식 작가는 훈훈한 외모와는 다르게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철저히 구분하는 그는 "작가가 자신만의 조형언어가 없다면 그냥 그리는 사람에 불과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따라서 김 작가가 걸어온 길은 자신을 대표할 만한 조형언어를 완성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완벽주의 성향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비춰질지 모르겠지만 저는 대중이 바라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그리는 작품은 국내외 작가들을 겨냥한 것이라 볼 수 있죠. 세상의 수많은 작가들과 각자 갖고 있는 작품세계를 공유하고, 학문적인 소통을 하고 싶은 것이 제 바람입니다. 또 제가 추구하고 명명한 '뉴 미니멀'을 세계미술사조에 남기고 싶은 게 솔직한 욕심이고요." 김 작가는 색, 면, 조형 등을 활용해 가상의 세계를 구현하는 추상미술에 심취해 있다. 미국 유학 시절 우연한 계기로 국제 아트페
[일요시사=사회팀] 프랑스 유학파 출신인 조형작가 이민호의 작품 상당수는 사진을 질료로 한다. 하지만 회화적 특성이 혼재돼 있다는 점에서 범주화가 어렵다. 작품과 유리된 작가 개인의 캐릭터 역시 한 마디로 정의하긴 힘들다. 유럽에선 이방인으로 한국에선 시스템 안에 편입되지 않았던 그의 이력은 통념으로부터 해방된 그의 작품과 맥이 닿아있다. 조형작가 이민호는 시각예술가란 평가에 동의했다. 그는 대학에서 독일 문학을 전공한 뒤 취미로 그림을 시작했다. 하지만 취미는 곧 직업이 됐고 회화에서 사진으로 사진에서 조형으로 변화를 거듭했다. 정제된 색감과 독특한 구성이 인상적인 그의 작품들은 세련된 화면으로 미적 쾌감을 극대화한다. 15년 외국생활 "한국에 있을 때는 주로 아카데믹한 미술을 했어요. 이건 이렇게 그리고, 저건 저렇게 그리고 정해진 대로 그리는 거 있죠? 그런데 프랑스 유학 과정에서 미술에 개념을 넣는 공부를 하게 됐어요.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었죠. 전 미술 입문을 회화로 했어요. 하지만 작업 특성이 사진과 더 가깝다는 걸 알게 되면서 카메라를 만지게 됐습니다. 담당 교수의 권유가 결정적이었죠. 그렇다고 정통 사진작가라고 보
[일요시사=사회팀] 작가의 내면에서 분출되는 자유로움이 관객에게 전달돼 흥을 돋운다. '검은 먹'과 '구릿빛 동(銅)'의 조합에선 원시적인 에너지가 넘친다. 동양화가 박방영 작가는 호방하면서도 활달한 화풍으로 유명하다. 지난 5일 '나의 길 위에 너는 항상 있다'라는 주제로 전시를 연 박 작가를 <일요시사>가 만났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우주의 기운이 거장의 붓을 거쳐 종이 위에 자유로이 생동한다. 동양화가 박방영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대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미국 뉴욕에서 수학했다. 큰 붓으로 일필휘지하듯 그린 박 작가의 그림은 초심자가 보기에도 선의 깊이가 남다르다. 천지의 무한함을 옮긴 그의 그림은 태고의 신비를 머금은 듯 하다. '일필휘지' "예술은 결국 미를 추구하는 것이죠. 그런데 미라는 개념을 바라보는 시선은 동양과 서양이 다릅니다. 서양은 드러냄(표현)에 본류를 두는 것이고, 동양은 드림(전달)에 방점을 둡니다. 동양의 미(美)라는 것은 본래 양양(羊)자 밑에 불화(火)자를 써서 '하늘에 봉헌을 한다'는 뜻이 포함돼 있어요. 저는 미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예술을 어떤 수단이나 방법으로 선택한 거고, 예술가가 예
[일요시사=사회팀] 단정하게 빗은 머리. 굳은 입매. 안경 사이로 드러난 강인한 눈빛. 이용후(60·경정) 서울 강북경찰서 경무과장은 부드러우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로 기자를 맞았다. 올해로 33년째 제복을 입고 있는 그는 얼마 전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시집을 통해 숨겨놨던 글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한 것. 평생을 공직생활에 충실해 온 베테랑 경찰은 이제 시인으로 데뷔, 인생의 2막을 준비하는 중이다. 다음 달 정년퇴임을 앞둔 이용후 서울 강북경찰서 경무과장은 그간 퇴임식을 해오던 관례를 깼다. 대신 그는 직원들에게 선물을 남기겠다고 했다. 그 선물은 바로 이 과장이 지난 13년간 남몰래 써온 시집이다. 틈나는 대로 메모 이 과장의 시집을 본 주변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바쁜데 언제 이런 걸 준비했냐"부터 "네가 쓴 시지만 내 마음과 같다"는 극찬까지. 어떤 경찰은 "속상하고 답답할 때 이 과장의 시집부터 집어 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 과장은 시를 전문적으로 배운 건 아니다. 초등학교 때 백일장에서 입선한 것이 경력의 전부다. "경찰 생활을 하다보
[일요시사=사회팀] "윤지원 작가의 그림에는 알 수 없는 울림이 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가 윤 작가의 그림을 해석하면서 했던 말이다. 그의 그림에는 보편의 정서를 자극하는 깊이가 있다. 어느 누구도 흉내 내지 않은 고유의 풍경으로 윤 작가는 인간이 갖고 있는 고독의 의미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윤지원 작가는 국내 유명대학 공예과에 입학했던 당시를 회고하며 "삶에 애착을 갖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늘 저녁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면"서 말을 이었다. "해가 지고 저녁이 되면 가족들이 모이잖아요? 그런데 전 아침부터 밤까지 혼자였어요. 가족에 대한 동경이 있었죠. 어린 시절을 부산에서 할머니와 함께 보냈어요." 어릴 때 꿈 화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변하면서 윤 작가는 더 나은 삶을 고민하게 됐다. "아이를 키우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책을 읽다 보니까 지식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어요. 어찌 보면 버려뒀던 자기애가 폭발한 거라고 볼 수 있고요(웃음). 나이 마흔이 다가오면서 더 늙기 전에 내가 원하는 걸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릴 때 제 꿈은 화가
[일요시사=사회팀] 사람들은 1년도 못 갈 거라고 했다. 로마를 소재로 한 그림. 누군가는 "왜 관광지를 그리냐"고 했다. 오세철 작가가 경남 마산에서 첫 작품을 내놨을 때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 작가는 최근 서울 인사동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4번째 개인전을 성황리에 마쳤다. 1년도 못 갈 거라던 그림들은 불과 7년 사이 컬렉터들이 주목하는 작품이 됐다. 희뿌연 장지 위에 연필로 수놓은 로마의 풍광은 경이로움을 넘어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대학교 졸업과 함께 떠난 배낭여행. 연필 하나만 들고 유럽으로 향했던 오세철 작가는 6개월 동안 온 힘을 다해 세상을 그렸다. 오 작가에게 유럽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꿈을 쫓는 예술가가 도착한 순례지였다. 세밀한 묘사 "처음 로마에 간 게 2003년이니까 올해로 10년째죠. 로마는 제 삶이 바뀐 곳이기도 합니다. 로마의 거리와 건물, 빛과 공기. 도시가 내뿜는 아우라에 전 매혹됐고 돌이켜보면 그 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진실 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한국에 돌아온 오 작가는 곧바로 로마를 주제로 한 전시를 준비했다. 당시 몇몇 사람들은 로마에 홀린 오 작가를 관광객이라
[일요시사=사회팀] 바야흐로 인생 3모작 시대. 한 가지 직업만으로 평생을 살기엔 도전할 일이 정말 많다. 그런 면에서 길성용(42) 한국스페셜티협회 대표는 누구보다 도전적인 삶을 살고 있다. 좋은 커피에는 풍부한 맛이 담겨 있다.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믹스 커피처럼 마냥 달기 만한 커피는 좋은 커피라고 할 수 없다. 커피감정사이자 한국스페셜티협회 대표인 길성용씨는 '좋은 커피'처럼 풍부한 인생 경험을 갖고 있다. 좋은 커피를 계속 마셔봐야 그 맛을 아는 것처럼 길씨는 다양한 이력을 통해 인생의 맛을 배웠다. 인생 3모작 길씨는 신문사 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1998년에는 프로골퍼 박세리 선수의 미국 매니저로 변신했다. 박 선수와 함께 미국 LPGA를 호령했던 길씨는 이후 건설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지금은 국내 최고의 커피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다음은 박 선수가 지난 2007년 본인의 육필일기에 회고한 길씨에 대한 기억이다. "그는 미국의 한 골프잡지 기자였다. 내가 Q 스쿨 경기를 하고 있을 때 취재를 왔다가 처음 만났다. 내가 매니저를 구하고 있을 때 스티븐(길 대표의 미국 이름)은 '내가 매니저를 해 볼 테니 한 번 맡겨달라'고 말했다. 하루
[일요시사=사회팀] 지난 4일 서양화가 이병헌 작가의 36번째 개인전이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을 대표한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그의 누드화는 섬세하면서도 도발적인 자태로 관객을 만났다. 한국 누드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이 작가를 <일요시사>가 만났다. 여성의 속살이 내비치는 신비로움과 매혹적인 선의 만남. 생동감 있는 묘사와 매끄러운 터치는 그림 안의 모델이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한 착각을 안겼다. 누드화의 장인 이 작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모델을 마주한 채로 부끄러움 없는 아름다움을 포착했다. 그의 손을 통해 표현되는 여체는 완벽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둥근 가슴과 매끄러운 피부, 가감 없이 그려진 체모는 사실 그대로이기에 더욱 아름답다. 전시 마지막 날임에도 이 작가의 그림이 걸린 전시장은 관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더러는 그의 세밀한 묘사에 감탄했고, 더러는 팔짱을 푼 채 그림 안으로 몰입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래도 누드화는 서양이 더 발달했기 때문에 주로 외국 작품집을 보는 편이에요. 남들이 찍거나 그리지 않았던 포즈를 발굴하는 데 흥미를 느끼죠. 실제 작업에 들어
[일요시사=사회팀] 미술계의 ‘이단아’이자 ‘저명한 비주류’인 이화백(본명 이기섭)이 3년 만에 개인전으로 돌아왔다. 고혹적인 색감으로 감각을 무력화시키는 ‘형식의 마술사’ 이화백을 <일요시사>가 만났다. 테이블 위에는 신선한 맥주가 세팅돼 있었다. 맞은 편 스피커에선 고급스러운 비밥이 흘러나왔다. 내심 여기자와의 핑크빛 인터뷰를 기대했던 이화백은 기자를 보자 대뜸 담배부터 물었다. “여기자(?)가 아니라 섭섭하다”는 이화백식 유머는 인터뷰 내내 계속됐다. 미술계 이단아 “일 그만두고 1년 동안 딱 2점 그렸는데 기분이 아주 좋아요. 많이 벌 때는 몇 천씩 벌고 그랬는데 (돈은 없어도) 그림은 지금이 더 나아요. 문제는 요즘도 (그림이) 잘 팔릴 때처럼 돈을 쓴다는 거죠. 그래서 가끔이지만 ‘갤러리에서 돈 줄 때가 좋았구나’란 생각을 해요.” 이화백은 러시아 국립예술대학 역사상 최연소 동양인 졸업자란 타이틀을 갖고 있다. 영국 등 해외에서의 유학생활을 마친 이화백은 오랜 타국살이를 마치고 지난 2002년 한국에 정착했다.
[일요시사=사회팀] 혼탁한 제도권교육에 지친 이들에게 희소식이 생겼다. 경쟁 대신 협력을 추구하는 ‘노나메기 대안대학’이 이르면 내년 1월 문을 연다. 본래 ‘대학교육’의 의미를 되살릴 ‘협력교육’의 장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노나메기 대안대학의 학장이 될 실천적 지식인, 김세균 서울대 정치학과 명예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학들의 ‘기업화’ 경향 속에 순수학문 분야가 소외받고 있다. 제도권 대학은 이미 취업사관학교가 된 지 오래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깨어있는 지식인들이 발 벗고 나섰다. ‘협력교육’의 시작이다. 지난달 25일 창립한 ‘지식순환협동조합 노나메기 대안대학’은 ‘협동조합’과 ‘협력교육’이라는 기치를 걸고 새로운 교육 실험을 예고했다. 협동조합 승인을 받아 내년에 문을 열 계획이다. 근대 대학의 효시인 프랑스의 파리대학이나 이탈리아의 볼로냐대학은 ‘교수협동조합’과 ‘학생협동조합’의 형태로 시작됐다. 협동조합의 도시, 스페인 몬드라곤의 몬드라곤대학도 대안대학에서 비롯됐다. 한국형 협동조합대학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노나메기 대안대학이란 무엇인가? ▲우선 노나메기는 순 우리말로 ‘너도 나도 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