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추’ 거대 양당 손익계산서

영감 잡으려다 집토끼 놓칠라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사사건건 대립하는 검찰과 법무부로 인해 국민들의 피로감이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추미애 장관의 ‘자충수’가 계속되면서, 비호했던 여권인사들도 하나둘씩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추 장관을 대신해 검찰 개혁을 단행할 인사가 없다. 추 장관 리스크는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추미애 법무부 장관

“정도껏 하세요, 좀!” 지난 1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성호 위원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언성을 높였다. 추 장관은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며 “질문 자체가 모욕적이거나 근거가 없다면 위원장님이 제지해 달라”고 했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추 장관에게 법무부 특수활동비 의혹을 재차 질의했다.

품을 수도
버릴 수도

이에 불쾌함을 내비쳤던 추 장관은 의원들의 질의가 끝나기도 전에 계속해 말을 끊었고, 결국 정 위원장이 개입한 것이다.

단편적이지만 추 장관에 대한 여권의 시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추 장관의 국회 출석은 늘 신문 1면을 장식해왔다. 추 장관이 국회에 오는 날이면 여당 지도부가 의원들에게 언행 조심을 당부할 정도였다.

추 장관은 개혁 성향을 두루 갖춘 강골로 꼽힌다.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에 예민하고, 이에 엄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끝내 사퇴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그를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추 장관은 취임 후 닷새 만에 조 전 장관을 겨눴던 윤 총장 사단의 수족을 보란 듯이 잘랐다. 이는 사소한 기싸움에 불과했다. 이후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대립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사안마다 충돌하며 지겨운 대립을 이어오고 있다.

이후로도 계속된 ‘추-윤’ 갈등은 민심을 두 쪽으로 가르고 국론을 분열시켰다. 문 대통령이 결국 둘 중 하나를 내치는 결단을 보여야 한다는 소리가 나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임기 내 물러날 인물들이 아니다. 윤 총장은 국회 국감에서 임기를 다 마치라 했다는 대통령의 말을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전했다. 추 장관의 거듭되는 ‘때리기’에도 버티겠다는 것이다.

이에 추 장관은 대통령이 비선을 통해 메시지를 전할 분이 아니라고 응수했다. 청와대는 끝내 진위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반복되는 추·윤 갈등 언제까지?
추나땡? 웃는 ‘야’ 속 타는 ‘여’

두 고래 싸움의 승자는 예측할 수 없다. 다만 판세가 추 장관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은 확실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때리면 때릴수록 윤 총장의 정치적 위세는 더 커졌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대망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난 17일 윈지코리아컨설팅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총장은 42.5%의 지지율을 기록해 야권의 1위를 차지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권 일각에서는 추 장관의 ‘칼질’이 도를 지나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법무부는 대검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윤 총장에 대한 대면조사 감찰을 강행했다. 이례적인 행보다. 지금까지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이 이뤄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의서 발언하는 주호영 원내대표 ⓒ고성준 기자

실제로 2013년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을 상대로 감찰을 지시하자, 채 전 총장은 즉각 사표를 제출하고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추 장관의 인사권·수사지휘권·감찰권 행사가 부정적인 선례로 남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지휘권과 감찰권 행사는 추 장관 취임 이전까지 단 한 차례씩만 있었다. 그럴 때마다 검찰총장들은 직을 내려놨다. 검찰 독립성이 크게 훼손된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반면 추 장관은 3주 동안 4번의 감찰 지시를 내렸다. 지휘권도 최소 2회 이상 발동됐다. 사실상 윤 총장의 사퇴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추 장관을 두둔했다. 이낙연 대표는 “윤 총장은 정치적 중립 시비 등 논란을 불식시켜주는 것이 맞고, 그러한 생각이 없다면 본인이 (거취를)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갈등의 본질은 검찰 개혁이라는 큰 흐름에 검찰 기득권이 저항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또 “추 장관이 흔들림 없이 검찰 개혁을 완수할 의무, 임무가 있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지겨운 대립
그 결론은?

하지만 민심은 추 장관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실제 4개의 여론조사기관이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법무부-대검 갈등에서 ‘추미애 장관 책임이 더 크다’는 의견이 36%로 나타났다. ‘윤석열 검찰총장 책임이 더 크다’는 의견은 24%로 낮았다.

여당 일각에서는 윤 총장을 키워주는 추 장관의 행보에 불만의 기류가 흐른다. 추 장관이 의도가 무엇이 됐건, 윤 총장의 정치 입문을 밀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추 장관의 감정적인 대응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추미애 장관에 대해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좀 더 점잖고 냉정하면 좋지 않겠나. 사용하는 언어도 좀 더 절제된 언어였으면 좋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추 장관의 ‘커밍아웃’ 발언 역시 논란이 됐다. 추 장관은 한 평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추 장관이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을 남발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자, “이렇게 커밍아웃 해주시면 개혁만이 답이다”고 응수했다.

현직 장관이 일개 평검사를 찍어 누르는 행태에 대한 파장은 일파만파 커졌다. 원조 친노무현 인사로 꼽히는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를 두고 ‘경박한 짓’이라 했다. 지휘권자의 자제력을 잃은 모습이라는 비판 여론도 쇄도했다. 이 사건은 추 장관이 검찰 내부 구성원들과 척을 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 국정감사에 출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특활비 논란은 추 장관을 엄호했던 민주당 내 기류를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특수활동비를 주머닛돈처럼 사용하고 있으며, 서울중앙지검에는 특수활동비를 배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추 장관은 윤 총장의 특수활동비 사용 현황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때 아닌 특활비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은 예산 심사에서 청와대 및 정부부처를 대상으로 특활비 검증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다. 사실상 추 장관이 ‘자충수’를 둔 셈이다.


만약 제도가 문제라면,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 대안을 냈으면 될 일이었다. 윤 총장을 향한 사사로운 악감정이 화근이었다.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워먹은 격이다.

대권 위한
자기 정치?

국민의힘에서는 추 장관이 움직이면 야권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여의도 정가에 요즘 ‘추나땡(추미애만 나오면 땡큐)'이라고 하는 말이 돌고 있다. 추 장관이 하도 논란을 만들고 또 연일 자살골로 이어지기 때문에 나온 말”이라고 했다.

그중에서도 추 장관이 꺼낸 ‘비밀번호 자백법’ 카드는 결정적 패착이었다. 추 장관은 피의자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를 강제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할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한동훈 검사장 사례를 들었다.

‘검언유착’ 사건의 당사자인 한 검사장이 비밀번호를 밝히지 않아 수사에 차질을 겪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해당 법률이 제정되면 기본권이 침해될 여지가 크다. 인권을 강조하는 민주당의 정체성과도 전혀 맞지 않다. 무엇보다 법이 도입되면 검찰의 권한이 상당히 커진다.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 추 장관이 나서서 제정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민변과 참여연대 등 진보 시민사회마저 추 장관에 대한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정치권에서는 추 장관의 최근 행보를 두고 평정심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추 장관을 두고 ‘광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할 정도다. 추 장관이 과민한 대응이 도드라진 시점은 추 장관의 아들 군복무 관련 의혹이 불거진 후다.

추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아들과 관련된 보도가 31만건”이라며 불만을 토로한 바 했다.

여권의 불만도 동시에 터져 나왔다. 추 장관은 아들 병가 연장 문제와 관련해 보좌관이 부대에 전화했는지 여부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서 추 장관은 부대 관계자 전화번호를 보좌관에게 알려줬고, 보좌관과 부대 관계자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 개혁, 마땅한 인물 없다
국민 피로…청와대 결단 필요

하지만 추 장관은 국민들에게 그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다. 추 장관의 거짓으로 여권의 엄호만 무색해진 셈이다.

일각에선 추 장관의 행보에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추 장관이 대권 행보를 위한 ‘자기 정치’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추 장관은 검찰개혁을 발판삼아 친문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법무부에는 추 장관을 응원하는 수십 개의 꽃다발이 매일 배달되고 있다.

추 장관을 향해 “정도껏 하시라”고 했던 정성호 위원장은 이들로부터 거센 맹공을 받기도 했다.
 

추 장관은 이미 “검찰 개혁을 완수할 때까지 정치적 야망을 갖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년 4월 재·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장관직을 그만둔 이후 행보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유보했다. 추 장관이 대선 출마 여지를 남겨두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내년 선거를 치러야 하는 민주당으로서는 곤혹이다. 추 장관의 행보가 중도층의 민심 이반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시장 선거는 집토끼 전략으로는 부족하다. 중도층 섭렵이 관건인 싸움이다. 당 일부에선 추 장관의 언행과 행보가 선거판을 움직일 수 있으니 그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내 추 장관 리스크가 커지고 있지만, 검찰개혁을 성공시킬 마땅할 인물이 없다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검찰 개혁의 하이라이트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아직 출범조차 못했다. 검언유착 사건, 윤 총장 가족 및 측근 사건 등 추 장관이 수사지휘를 내린 사건 중 어느 하나 결론난 사건이 없다.

게다가 윤 총장은 최근 월성1호기 원전 수사에 칼을 들이댔다. 수사의 칼 끝은 탈원전 정책을 내세운 청와대를 향해 있다. 윤 총장이 더 노골적으로 정부여당을 노리는 상황에서 이를 대응할 여당의 공격수가 없다. 당에서 추 장관을 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커지는
리스크

문제는 국민의 피로감이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두 사람을 해임하라는 청원에 수만명이 동의하는 진광경이 펼쳐졌다. 일각에선 청와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추-윤 갈등이 여권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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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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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