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 선두’ 이낙연 흔드는 세력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1.09 10:35:40
  • 호수 12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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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의 토사구팽? 적은 내부에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1위 자리가 위태롭다. ‘어대후(어차피 대선후보)’라는 평가에 균열이 생겼다. 11월 위기론은 현실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이야기다. 잇따른 악재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를 흔드는 세력의 존재를 의심한다.
 

▲ 경제상황 점검회의서 발언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꽃가마는 없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당 안팎에서 악재가 연달아 터졌다. 지지율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추세다. ‘어대후 이낙연’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시절은 옛일이 됐다. 

고꾸라진 
지지율에…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25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지난 2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는 21.5%의 지지율을 기록해 이재명 경기도지사(21.5%)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여권을 향해 ‘작심발언’을 쏟아냈던 윤석열 검찰총장은 17.2%로 3위에 올랐다.

이 대표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6월 동 기관 조사에서 30.8%를 기록했던 이 대표의 지지율은 7월 25.6%, 8월 24.6%, 9월 22.5%를 거쳐 10월 21.5%로 떨어졌다. 4개월여 동안 9.3%p 빠진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는 지난 8·29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로 선출됐다. 그럼에도 지지율 하락은 멈추지 않았다. 컨벤션 효과(전당대회와 같은 정치 이벤트를 연 직후에 지지율이 상승하는 효과)마저 이 대표의 지지율 하락을 막지 못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 대표와 함께 1위에 오른 이 지사는 60대와 7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이 대표를 앞섰다. 즉 민주당을 지지하는 주요 연령층인 30대와 40대에서 이 지사가 이 대표를 누른 것이다.

현재 추세라면 다가올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 지사가 이 대표를 앞설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에게 잇따라 악재가 겹친 결과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 논란이 그중 하나다. 앞서 민주당은 소위 무공천 조항으로 불리는 당헌 96조2항에 ‘전 당원 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신설하는 데 대한 찬반조사를 실시했다. 

총 투표수 21만1804표 중 18만3509표(86.64%)가 찬성했다. 박원순·오거돈 등 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의 성비위 행위로 실시되는 선거에 민주당이 후보를 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6월부터 하락세 계속 왜?
잇단 악재에 리더십 흔들

이 대표는 고개를 숙였다. 그는 찬반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당원의 뜻이 모였다고 해서 서울·부산 시정의 공백을 초래하고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우리 잘못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잘못은 인정하지만, 유권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후보를 내는 것이 민주당의 책임 있는 자세라는 논리다. 이 대표는 이어 “민주당은 철저한 검증, 공정 경선 등으로 가장 도덕적으로 유능한 후보를 찾아 유권자 앞에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의 당헌 개정 결정에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원조 친노’ 인사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당헌을)지금 와서 손바닥 뒤집듯 저렇게 뒤집었다. 너무 명분 없는 처사”라고 일갈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 역시 비판에 가세했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고성준 기자

강은미 원내대표는 “정치적 손익만을 따져 손바닥 뒤집듯 쉽게 당의 헌법을 바꾸는 것을 당원 투표라는 미명으로 행하는 것이 어디 자기 얼굴에만 침을 뱉는 것이겠느냐”며 “성 비위라는 중대한 범죄에 연루된 단체장의 보궐 선거에 또 다시 자당 후보를 출마시키려는 철면피는 최소한 피해자들에 대한 어떤 반성도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찬반조사의 유효성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다. 26.35%에 불과한 총 투표율 때문이다. 민주당 당규 38조에 따르면, ‘전 당원 투표는 전 당원 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로 효력을 발휘한다. 전 당원 투표의 유효 투표율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번에 실시한 투표는 의결 절차가 아니라 (당원들의)의지를 묻는 것이고, 당헌 개정은 내일(지난 3일) 열릴 중앙위 의결을 통해서 절차가 완료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권이 최종 목표인 이 대표에게 당헌 개정 논란은 분명한 악재다. 민주당 박수현 홍보소통위원장은 “당 대표로서, 대권주자로서 민주당과 자신의 지지율 하락을 감내해야 할 외길이었다. 이 대표는 머뭇거리지 않고 독배를 들었다”며 일련의 논란을 평가했다.

욕먹어도
공천 강행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국회 사의 표명 사태’ 역시 이 대표에게 몰아닥친 악재다. 지난 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국회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 전체회의 도중 “(대주주 기준과 관련해)최근 2개월간 갑론을박이 전개된 것에 대해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사태는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나온 돌발 발언이었다. 전체회의에 배석했던 여야 의원들 모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순간 정적이 흐른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은 홍 부총리의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설사 결심했더라도 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 책임 있는 공직자의 태도인가”라며 “기성 정치인의 정치적 행동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어 부적절하다”고 질타했다.

민주당 소속의 윤후덕 기재위원장은 “질문도 없는 상황에서 사의 표명 사실을 스스로 밝혀 위원들이 애써 준비한 정책 질의와 예산 심의를 위축시켰다”며 “위원회 권위에 맞지 않은 행동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부총리의 국회 사의 표명 사태는 청와대가 사직서를 반려하며 해프닝으로 끝났다. 반려가 있고 난 후 홍 부총리는 “인사권자 뜻에 맞춰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의를 표명한 지 하루 만에 다시 부총리 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유인태 국회사무총장

그러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사의를 표명한 이유로 대주주 기준을 언급했다. 민주당과 정부는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쳤다.


홍 부총리의 기획재정부는 정책의 일관성,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기준을 3억원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이 대표의 민주당은 현행 10억원의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맞섰다. 

분파하면  
이삭줍기?

결론은 민주당의 승리였다. 고위당정청 회의는 현행 10억원을 유지하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은 그동안 쌓아 왔던 민주당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가 줄곧 강조해왔던 당정청 ‘원팀’에 균열이 발생한 것이다. 원팀 기조는 주요 선거에서 민주당의 연승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대 총선을 시작으로 19대 대선,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21대 총선까지 내리 4연승을 이뤄내는 원동력이었다.

이 기간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을 중심으로 뭉쳤다.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거리만 다를 뿐 모두 친문”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당정 사이에 균열이 발생함으로써 민주당이 당장 내년 4월에 열리는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부터 원팀을 이룰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일련의 과정이 거대여당의 폭주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선거에서 악재다. 제1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국면이었던 지난 3월, 민주당 이해찬 당시 대표와 홍 부총리가 정면충돌한 바 있다.


이 대표는 홍 부총리를 향해 “이렇게 소극적으로 나오면 나라도 물러나라고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홍 부총리는 “혹여나 자리에 연연해하는 사람으로 비칠까 걱정”이라며 응수했다. 당시에도 민주당은 홍 부총리의 반대를 꺾고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관철시켰다.
 

▲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이 대표의 대권 명운을 가늠할 중요한 정치 이벤트다. 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의 성비위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당헌까지 바꿔가며 후보를 내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만약 패배한다면, 이는 이 대표에 대한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대표는 당정 갈등 논란에 대해 “(대주주 기준은 당정이)그다지 갈등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민주당 내)일부 의원들의 충정은 알겠지만, 약간의 오해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친문이 이 대표와 결별하고, ‘독자노선’을 선택할 가능성도 대두됐다. ‘부엉이 모임’ 사조직 논란으로 잠행하고 있던 친문 핵심 인사들이 ‘민주주의4.0 연구원(이하 연구원)’ 창립을 준비하고 있는 것. 연구원은 오는 22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코로나19와 신문명’이라는 주제로 창립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
결국 양갈래 독자노선으로?

과거 부엉이 모임을 주도했던 친문 인사들이 대거 연구원에 합류한다. 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연구원의 초대 의장을 맡으며, 부엉이 모임 출신으로 유일하게 원내대표로 당선된 홍영표 의원과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3철(양정철·이호철·전해철)’ 중 전해철 의원이 가세한다.

그 외에도 다수의 청와대 출신과 86그룹 민주당 의원, 민간전문가 다수가 연구원에 합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엉이 모임 사조직 논란을 의식한 듯 연구원은 정책 개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정치적 논의보다는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정책 어젠다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 그러나 내년부터 매해 굵직한 선거가 예정돼있어 정치권은 연구원이 선거 국면에서 친문 후보를 전면에 내세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연구원에 합류한 홍영표 의원은 이 대표가 대권 도전을 위해 대표직에서 물러나면 차기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며, 전해철 의원은 민주당 내부에서 원내대표 출마 가능성이 언급된다. 민주당 당대표·원내대표 선거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끝나고 내년 5월에 치러진다. 현재 연구원은 싱크탱크의 성격이 강하지만, 향후 정치세력으로 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친문은 이 대표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일등공신이다. 친문의 지지는 지난 8·29전당대회 당시 이 대표가 당권을 잡을 수 있었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당시 이 대표는 민주당 권리당원으로부터 63.73%의 득표율을 얻었다.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인 권리당원의 상당수는 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민주당에 입당한 친문 성향 유권자들이다. 이 대표가 친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친문이 잠행을 깨고 전면에 나선 이유에 대해 정치권은 대선주자들의 지지부진한 지지율을 꼽는다. 이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지만, 누구 한 명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당대회 전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독주하던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 대표와 이 지사 모두 친문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도 잠행을 깬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같은 지지율 답보 상태가 연말까지 계속되면 친문이 제3의 인물을 찾아 나설 수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친문 세력 일부라도 흡수해야 당내 경선에서 승산이 있다. 친문 인사들은 이낙연 체제에서 당의 요직에 대거 등용됐다.

일등공신들
분파 가능성도

박광온 의원은 민주당 사무총장, 홍익표 의원은 민주연구원장, 최인호 의원은 수석대변인으로 활동 중이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민정비서관 출신의 김영배 의원은 당 대표 정무실장, 청와대 일자리수석 출신의 정태호 의원은 전략기획위원장으로 기용됐다. 이 대표 측은 주요 선거를 앞두고 발생할 수 있는 친문의 분파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낙연 싱크탱크’ 실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이 내년 3월 출범을 준비 중이다.

출범 이후 대선 밑그림을 그리는 것은 물론 이낙연표 대선 공약을 만드는 작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싱크탱크의 대표를 맡을 것으로 전해지며, 민주당 내 경제공부 모임인 ‘경국지모’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최운열 전 의원과 신경민 전 의원 등이 싱크탱크에 합류한다.

이 대표가 내각을 이끌던 시절 장관을 지낸 관료 출신들도 일부 싱크탱크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 인사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경제 분과 소장에는 김재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사회 분과 소장에는 정근식 서울대 교수, 정치 분과 소장에는 김남국 고려대 교수, 국민건강 분과 소장에는 김재상 이화여대 교수가 내정됐다. 

싱크탱크는 이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시점인 내년 3월 법인으로 전환해 정식 싱크탱크로 진화할 예정이다.

이 대표가 국무총리였던 시절 곁을 보좌한 남평오 전 총리실 민정실장이 실무를 준비한다.

친문 인사들이 주축이 된 민주주의4.0 연구원과 함께 본격적인 세력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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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