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란’ 추미애의 엔드플랜

평검사들 반란? 한명만 잡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추·윤 대전’에 평검사들이 뛰어들었다. 법무부와 대검찰청,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전쟁이 평검사로까지 전선을 넓힌 모양새다. 검란을 방불케 하는 평검사들의 반발에 검찰 개혁 이슈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고성준 기자

국정감사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평검사들이 들고 일어났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국감 발언이 나비효과를 일으킨 모양새다. 검찰 조직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거듭된 압박이 평검사들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집단 반발
좌표 찍기

지난달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국감장에서 윤 총장의 작심발언이 터져 나왔다. 오랜 시간 침묵을 지켜왔던 윤 총장의 입이 이날 국감을 기점으로 열리면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으로 대표되는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갈등이 또 다시 불거졌다. 

법사위 위원들의 질의에 윤 총장의 거침없는 답변이 이어지자 추 장관은 국감 도중에 감찰을 지시하는 등 예민하게 반응했다. 지난 1월 추 장관의 취임 이후 일어난 일에 대해 윤 총장이 조목조목 반박하자 감찰권 행사로 응수한 것이다. 

검찰 인사,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 검찰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의 관계 등 법무부와 검찰을 둘러싼 이슈에 윤 총장과 추 장관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며 맞붙었다. 


갈등 국면은 국감 이후에도 계속 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여권에서는 윤 총장의 발언을 비판하며 검찰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동시에 윤 총장의 대선 지지율이 국감을 기점으로 폭등하자 비판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여기까지는 이전 상황과 비슷하다. 윤 총장의 발언에 추 장관이 반응하고 민주당 등에서 지원사격을 가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평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1~2명의 평검사들이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 등에 비판글을 게재하는 일이 있긴 했지만 이번에는 그 규모가 상당히 불어났다. 일각에서는 ‘디지털 검란’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지난달 26일 법사위 종합감사에서 2019년 서울중앙지검의 옵티머스 관련 수사가 부실하다는 취지의 지적이 쏟아졌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 총장이었다. 민주당 박범계, 박주민 의원 등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수사 의뢰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에서 무혐의 처분된 과정과 결과 등에 대해 문제 삼았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김유철 춘천지검 원주지청장이 수사와 처분 과정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지만 추 장관은 감찰 진행을 지시했다. 수사 축소 및 봐주기 의혹, 사건 당시 지검장이었던 윤 총장에게 보고했는지 여부 등을 감찰 대상으로 언급했다. 국감에서 여권 위원들이 제기했던 쟁점 위주다. 

공개 저격에 검사들 반발
커밍아웃 글 400건 육박 

추 장관의 지시가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자 검사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환우 제주지검 형사1부 검사가 추 장관의 감찰 지시 다음날인 지난달 28일에 올린 ‘검찰 개혁은 실패했다’는 제목의 글은 평검사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는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지휘권·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며 “마음에 들면 한없이 치켜세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찍어 누르겠다는 권력 의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검사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체포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낸 바 있다.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유정을 직접 수사하고 사형을 구형해 관심을 받았다. 

이 검사의 작심 비판에 전·현직 법무부 장관이 반응했다. 추 장관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료 검사 약점 노출 막으려 피의자 20일간 구금에 면회까지 막은 검사’라는 제목의 언론보도를 게재하며 “좋다. 이렇게 커밍아웃을 해주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적었다. 
 

▲ 윤석열 검찰총장

조 전 장관 역시 동일한 보도를 페이스북에 올리고 “추 장관을 공개 비판한 제주지검 이환우 검사는 어떤 사람?”이라며 실명을 공개했다.

해당 기사는 검사가 동료 검사의 비위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남성을 무리하게 수사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으로 지난해 8월 보도됐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해당 의혹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추 장관의 저격 글에 맞서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도 이프로스에 ‘장관님의 SNS 게시글에 대하여’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서 최 검사는 “장관님이 생각하는 검찰 개혁은 어떤 것이냐”고 공개적으로 따졌다. 최 검사는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사위다.

국민 여론
부정적

그는 “혹시 장관님은 정부와 법무부 방침에 순응하지 않거나 사건을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하지 않는 검사들을 인사로 좌천시키거나 감찰 등 갖은 이유를 들어 사직하도록 압박하는 것을 검찰 개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여쭤보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현재와 같이 정치권력이 검찰을 덮어버리는 것은 잘못된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저 역시 이환우 검사와 동일하게 커밍아웃하겠다”고 썼다. 이 검사와 최 검사의 글에 ‘나도 커밍아웃하겠다’는 내용의 댓글이 400여건(5일 기준) 가까이 달리고 있다. 이프로스에 댓글을 달면 실명이 드러난다. 

이 같은 비판에도 추 장관은 지난달 31일 “불편한 진실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외면하지 않고 직시할 때까지 말이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검사들의 반발에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에 ‘커밍아웃 검사 사표 받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정치인 총장이 검찰을 정치로 덮어 망치고 있다”며 “반성하고 자숙해도 모자랄 정치 검찰이 이제는 대놓고 정치를 하기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감찰 중에 대전에 방문해 그를 추종하는 정치 검찰들이 언론을 이용해 오히려 검찰 개혁을 방해하고 있다”며 “자성의 목소리 없이 오히려 정치인 총장을 위해 커밍아웃하는 검사들의 사표를 받아달라”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에는 5일 오전 기준 43만명이 동의했다. 
 

▲ 서울중앙지검 전경 ⓒ고성준 기자

청와대 청원 동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 유죄 선고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횡령 사건에 대한 확정판결을 계기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와 소극적 권력 수사가 도마에 오르면서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평검사들의 반발과 청와대 국민청원 글은 윤 총장과 추 장관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추 장관과 평검사들의 행보를 각각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
추 vs 반추

노무현정부에서 초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추 장관의 커밍아웃 발언에 대해 “평검사가 조금 비판했다고 해서 장관이 글을 올리는 것은 경박한 짓이라고 본다”며 “국가 원수 중에 이것(SNS)을 좋아하는 사람은 트럼프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제발 소셜미디어 활동을 중단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반면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검찰 개혁이 8부 능선을 넘어가면서 일부 특권 검사들의 개혁 저항이 노골화되고 있다”며 “검찰권을 사유화하려는 검사들은 자성하고 검찰 개혁에 따르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내부 통신망에서 일부 검사들이 법무부 장관의 수사권 지휘에 대해 항명성 댓글을 달고 있다”며 “이는 아직도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한 일부 검사 집단의 잘못된 저항”이라고 비판했다. 


추 장관 취임 이후 평검사들의 반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추 장관은 지난 2월 ‘검찰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한 바 있다.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나누자는 추 장관의 주장은 검찰의 반발을 샀다. 

이프로스에 일선 검사들의 비판글이 게재되면서 긴장감은 고조됐다. 평검사들은 법무부 방침을 비판하면서 검사장 회의 내용을 공개하라고 잇따라 요구했다. 법무부 검찰과장이 “회의록 공개는 전례가 없다”고 맞받으면서 내부 논쟁이 촉발했다.  

당시 추 장관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현재 상태로는 조직적 반발이 있으나 모든 개혁엔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국민을 중심으로 놓고 볼 때는 개혁 방향이 옳다”고 했다.  

연일 총장 비판하면서도
일선 검사들 달래기 나서

지난 2월21일에 열릴 예정이던 검사장 회의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잠정 연기됐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창궐하던 때였다. 법무부는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소강상태에 들어간 이후 검사장 회의를 반드시 개최할 예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일각에서는 평검사들의 집단 반발에 부담을 느낀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추 장관은 이번 사태에서도 평검사에 각을 세우기보다는 윤 총장에 집중했다. “검찰총장의 언행과 행보가 문제”라며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을 재개한 것.

이는 검찰 내 반발이 더 커지기 전에 표적이 윤 총장임을 분명히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추 장관은 이날 법무부를 통해 “권력기관으로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그 어느 기관보다 엄중하게 요구된다”며 “그 정점에 있는 검찰총장의 언행과 행보가 오히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이)국민적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매우 중차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청원에 담긴 국민들의 비판과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동시에 검사들의 다양한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검사들의 불만을 진화하려 했다. 이어 “대다수의 일선 검사들이 묵묵히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고, 법무부 장관으로서 정치적 중립성 담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은 지난 4일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그는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다는 것은 순수한 의미의 권력형 비리를 캐내는 것”이라며 “그런데 순수한 의미의 권력형 비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는 사례가 최근 있었고, (검찰총장이)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검찰권을 남용하지 않느냐는 우려에 휩싸여 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의 거듭된 비판과는 별개로 윤 총장은 지방 검찰청 방문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임 검사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뼈있는 말을 던지는 식이다. 추 장관의 발언에 직접 대응하는 대신 간접적인 방식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간접적으로
속내 밝혀

실제 윤 총장은 지난 3일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부장검사 30명을 상대로 한 리더십 교육 강연에 참석해 “검찰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공화국 정신에서 탄생한 것”이라며 “국민이 원하는 진짜 검찰 개혁은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 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검찰제도는 프랑스 혁명 이후 공화국 검찰에서 시작됐다”며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공화국 정신에서 탄생한 만큼 국민의 검찰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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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