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VS 이재명’ 대권 내전 관전 포인트 셋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1.02 10:04:19
  • 호수 1295호
  • 댓글 0개

탐색전은 끝났다…지금부터 본게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정감사가 끝나면서 이젠 본격 정치의 영역이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결에 눈길이 쏠린다. <일요시사>는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두 잠룡의 대결에서 주목해봐야 할 부분을 짚어봤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고성준 기자

‘정기국회의 꽃’으로 불리는 국정감사를 끝낸 정치권의 시선은 두 정치인에게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그 주인공이다. 두 유력 정치인은 지난 수개월 동안 대권 경쟁에서 양강 구도를 이루며 경쟁을 펼쳐왔다.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그 누구도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 과연 누가 먼저 고착상태에 빠진 현 상황을 깨뜨릴 것인가.

관전 포인트①
안정 VS 폭발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스타일은 극명히 나뉜다. 이 대표는 특유의 무게감 있는 발언과 정무감각으로 안정감을 보인다. 전남도지사, 국무총리 등 조직을 흔들리지 않게 이끌어야 하는 자리에서 이 대표의 안정감은 돋보였다. ‘역대 최장수 국무총리’는 이 대표의 안정감을 증명하는 타이틀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표로 당선되고 나서도 특유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각종 현안에서 신중한 입장을 취하며 자칫 당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이 이 대표의 위기관리 능력을 높이 사는 이유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재확산 추세로 국민의 불안감이 높았던 상황에서 의료계 파업 사태를 해결해 냈다. 4차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이 역대 최단기간에 국회 문턱을 넘게 한 일도 이 대표 리더십의 산물로 평가된다.


‘제2의 조국 사태’로 확전될 수 있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복무 특혜 논란에는 ‘검찰 수사 우선’ 기조를 고수, 야당의 공세를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추 장관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나온 자당 의원들의 설화 문제도 “과잉대응은 자제하라”는 지시로 해결, 리더십을 보여줬다.

결국 추 장관과 그의 아들은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민주당은 반격의 실마리를 찾았다.
 

▲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기민한 대처도 인상적이었다.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살 사건에 발 빠르게 대처한 일이 대표적이다. 당권 경쟁자였던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을 국민통합위원장직으로 임명해 선거 후유증을 미연에 차단했다.

‘이낙연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불리는 윤리감찰단은 이스타항공 대량 해고와 비리 의혹의 주역인 이상직 의원, 10억원대 재산을 숨긴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의원을 1차적 윤리감찰 대상으로 선정, 사태의 확전을 막았다.

결국 김 의원은 제명됐으며, 이 의원은 “선당후사의 자세로 더 이상 당에 폐를 끼치지 않겠다. 잠시 당을 떠나 있겠다”며 탈당했다.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은 당직 정지에 이어 당원권 정지가 결정됐다. 이 대표 특유의 ‘위기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양강 구도 속에서 ‘엎치락뒤치락’
대비되는 스타일, 민심 얻는 쪽은?

반면 이 지사는 특유의 날선 발언과 남들이 하지 않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강단으로 대권주자로서 폭발력 있는 모습을 보여 왔다. 대법원이 이 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지난 7월 이후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빠르게 이 대표를 따라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사법족쇄에서 벗어난 이 지사는 자신의 스타일을 유감없이 유권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18일 이 지사는 “국민의힘 소속 모 국회의원과 보수언론이 ‘이재명이 홍보비로 남경필의 2배를 썼다’ ‘지역화폐 기본소득 정책 홍보가 43%로 많다’ 등 홍보비가 과도하다고 비난한다”며 “음해 선동에 몰두하니 국민의힘이 아닌 국민의짐으로 조롱받는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지사의 이 같은 입장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경제를 포기했다”고 지적하자, 이 지사는 “유 전 의원이 경제 전문가라는 사실을 의심하게 할 정도로 그간 보수언론이 쏟아냈던 가짜뉴스를 그대로 옮기며 국민들을 오도하고 있어 참으로 우려스럽다”며 “가계 부채는 박근혜정부에서 비약적으로 증가했으니 박근혜(전 대통령)의 경제참모를 자처한 유 전 의원과 국민의힘은 반성부터 하는 것이 더 책임 있는 모습일 것”이라고 받아쳤다.
 

▲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 역시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크게 화제된 바 있다.

지난 국정감사는 ‘대권주자’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이 지사가 추진하고 있는 기본소득과 지역화폐의 효과, 정치 현안으로 떠오른 옵티머스 펀드 관련 청탁 의혹 등을 놓고 이 지사와 국민의힘 측이 종일 설전을 벌였다. 

공방의 연속이었다. 국민의힘 측은 이 지사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 사이에 벌어진 사건을 꺼내들었다. 앞서 조세연은 지역화폐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보고서를 발표, 이 지사와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이 지사는 조세연을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고 저격했다. 국민의힘 측은 이 사건을 ‘경기도판 분서갱유’라고 명명하고 국정감사에서 이를 지적했다. 그러나 이 지사는 표현이 과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조세연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다는 취지로 말하는 등 물러서지 않았다.

이 지사의 적극적인 변론은 한방을 준비하고 나온 국민의힘 의원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대선에 출마하느냐”는 국민의힘 측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며 웃어넘기는 여유를 보였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 국정감사의 최대 수혜자로 이 지사를 꼽는다.

관전 포인트②
호남 VS 경기

두 사람은 정치 기반도 다르다. 이 대표는 ‘호남’, 이 지사는 ‘경기’로 대표된다. 두 사람 모두 오랜 기간 해당 지역을 토대로 지금의 대권주자로 성장했다.

이 대표는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전남 영광 출생인 그는 제16대 국회부터 19대 국회까지 이 지역에서 내리 4선에 성공했다. 이후 지난 2014년 7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전남도지사를 역임했다.


많은 호남 인사들이 이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대표적으로 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꼽힌다. 그는 이 대표의 고향인 전남 영광의 현역 의원이다.

이 의원은 지난 6월 이 대표의 당내 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자 “동의하기 어렵다”며 “공개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많은 분들이 이 대표와 생각을 같이 하고 있다”고 지지를 보낸 바 있다. 이 대표가 당 대표로 당선된 후 등용한 민주당 박래용 메시지실장도 전남대를 나온 호남 인사다.
 

▲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이 대표는 ‘포스트 DJ(김대중)’로 주목받고 있다. 호남은 포스트 DJ의 부재로 대권 불임 지역으로 인식됐지만, 이 대표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호남 유권자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

그러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호남만으로는 대권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증명됐다. ‘호남 후보 필패론’이다.

역대 호남 출신 대통령은 DJ가 유일하다. 이후 4번의 대선이 치러졌지만, 호남 출신 대통령은 탄생하지 않았다. 대권주자마저도 가뭄이었다. 전북 순창 출신의 정동영 전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도전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대선까지 남은 기간 PK(부산·경남) 민심을 잡는 데 집중할 것이라 예상한다. ‘지역연합론’이다. 호남 기반을 토대로 PK 민심까지 잡는다면 대권에 성공할 수 있어서다. 


지역연합의 힘은 과거 DJ가 증명해냈다. DJ는 제15대 대선을 앞두고 충청의 맹주인 자유민주연합 김종필(JP) 총재와 DJP연합을 결성, 대권을 쥐는 데 성공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호남+PK’ 연합의 힘으로 당선됐다. 문 대통령의 당선도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세력인 호남의 힘과 PK 출신이라는 점이 만난 결과다. 

이낙연 ‘동진’ 이재명 ‘남진’‘엘리트 대 흙수저’ 프레임

PK와 연이 있는 정치인들이 ‘이낙연 체제’에서 약진하고 있다. 경남 창녕 출신의 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지난 8월부터 당 수석대변인, 부산 출신의 김영배 의원은 당대표 정무실장, 해운대여고와 부산대를 나온 한정애 의원은 당 정책위원회 의장으로 활동 중이다.

당 요직에 PK 인사가 다수 진출하는 것을 두고 정치권은 PK 민심잡기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지사는 탄탄한 수도권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성남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성남시립병원설립추진위원회 공동대표 등 성남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이 지사는 2010년 7월 성남시장으로 당선된 후 재선에 성공했다. 2018년 열린 6·13 지방선거에서는 경기도지사로 당선, 수도권 기반을 더욱 탄탄히 굳혔다. 

이 지사를 돕는 사람들 역시 대부분 경기도를 기반으로 한다. 원내 인사 중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경기도 양주시 최초의 4선 의원이다. 정 의원은 이 지사와 사법시험 동기이자 30년 지기로 유명하다. 

경기 수원병의 현역 재선 의원인 김영진 의원도 친이재명계로 통한다. 그는 현재 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다. 제20·21대 총선에서 경기 성남 분당을 지역 재선 의원으로 발돋움한 김병욱 의원도 친이재명계다. 성남은 이 지사와 인연이 깊은 지역이다. 

그 외에도 경기 광주을에서 재선에 성공한 임종성 의원, 경기도 안성 출신의 초선인 이규민 의원 역시 이 대표를 돕는 정치적 협력 라인으로 분류된다.

참모 라인도 경기도에 집중돼있다. 지난 2016년 이 지사와 함께 다니엘 라벤토스가 지은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를 공동번역한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은 이 지사의 정책 브레인으로 불린다.

그는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당선됐을 당시 인수위원장, 경기도지사로 당선됐을 당시 공동인수위원장을 맡았다. 조만간 이 지사의 대표정책인 ‘기본 시리즈(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를 구체화 할 예정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11월까지 경기도 대변인을 지낸 김용 전 대변인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성남시의원을 지냈다.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로 당선된 지난 2018년에는 선거조직 총괄을 맡으며 활약한 바 있다. 정진상 경기도 정책실장 역시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부터 함께했던 측근이다.

이 지사 역시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외연 확장에 힘쓰는 모습이다. 영·호남으로의 진출이다. 이는 최근 경기도 인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지사는 민주당 이재강 전 부산시당 비전위원장을 경기도 평화부시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부산 출신의 친문 인사다. 지난해 8월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원장으로 임명된 강위원 원장은 전남대를 나와 더불어광주연구원 원장을 지내는 등 광주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인사다.

관전 포인트③
동교동 VS 무계파

이 대표는 동교동계에 정치적 뿌리를 두고 있다. <동아일보> 기자 시절 동교동을 출입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 기간 DJ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했다. 동교동계인 민주당 설훈 의원은 이 대표가 동교동을 출입하던 시절부터 호형호제하던 사이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이 대표가 핵심 친문으로 거듭나기 힘들다고 진단한다. 

동교동계는 최근 민주당으로의 복당을 추진한 바 있다. 민주당 지도부와 복당 논의를 했다는 것. 그러나 지도부는 동교동계의 복당을 추진한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최고위원회의에서 “원로들은 원로답게 밖에서 민주당을 도울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친문 측은 동교동계 복당을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3월 동교동계 인사들은 당시 민주당 문재인 대표를 공격하며 집단 탈당한 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측에 대거 합류했다.
 

▲ ▲▲ 박래용 더불어민주당 메시지실장 ⓒ페이스북

이는 호남 세력이 민주당을 떠나는 결과를 불러왔고,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호남 참패를 맞았다. 친문과 동교동계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이 대표는 향후 두 계파의 갈등을 풀어야하는 숙제에 직면할 수 있다.

이 지사는 정치권의 대표적인 무계파 정치인이다. 이 지사 스스로도 자신은 ‘정치적 유산’이 없다고 밝혀왔다. 문 대통령과 맞붙은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 지사는 “나는 물려받은 정치적 유산도 세력도 없는 흙수저”라고 강조했다.

지난 829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지사는 이 대표와 약간의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이 대표와 친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전제한 이 지사는 “그 분(이낙연)은 엘리트 대학(서울대) 출신에 (<동아일보>)기자를 하시다가 (DJ에게) 발탁돼 국회의원을 하신 분”이라며 “나는 변방에서 흙수저 출신에 인권운동, 시민운동 하다가 (성남)시장을 한 게 전부”라고 평했다.

이 대표는 “그 당시에 다 어렵게 살았고 나도 가난한 농부의 7남매 중 장남으로 자랐다”며 엘리트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엘리트 대 흙수저’ 구도가 형성된 이상 두 사람이 대결을 펼치는 동안 이러한 프레임이 계속 언급될 것이라 예상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시동 건 ‘SK계’

정세균 국무총리의 측근 그룹인 ‘SK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SK계가 주축인 ‘광화문포럼’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광화문포럼은 지난 26일 오전 여의도 모처에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을 초청해 ‘10월 조찬 강연’을 열었다.

50여명의 현역 국회의원이 광화문포럼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포럼의 회장은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 운영위원장과 간사는 같은 당 이원욱 의원과 안호영 의원이 각각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잠룡으로 분류되는 정 총리가 광화문포럼의 활동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선 준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 총리 측은 “단순한 공부 모임에 불과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