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VS 이재명’ 대권 내전 관전 포인트 셋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1.02 10:04:19
  • 호수 12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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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전은 끝났다…지금부터 본게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정감사가 끝나면서 이젠 본격 정치의 영역이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결에 눈길이 쏠린다. <일요시사>는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두 잠룡의 대결에서 주목해봐야 할 부분을 짚어봤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고성준 기자

‘정기국회의 꽃’으로 불리는 국정감사를 끝낸 정치권의 시선은 두 정치인에게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그 주인공이다. 두 유력 정치인은 지난 수개월 동안 대권 경쟁에서 양강 구도를 이루며 경쟁을 펼쳐왔다.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그 누구도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 과연 누가 먼저 고착상태에 빠진 현 상황을 깨뜨릴 것인가.

관전 포인트①
안정 VS 폭발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스타일은 극명히 나뉜다. 이 대표는 특유의 무게감 있는 발언과 정무감각으로 안정감을 보인다. 전남도지사, 국무총리 등 조직을 흔들리지 않게 이끌어야 하는 자리에서 이 대표의 안정감은 돋보였다. ‘역대 최장수 국무총리’는 이 대표의 안정감을 증명하는 타이틀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표로 당선되고 나서도 특유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각종 현안에서 신중한 입장을 취하며 자칫 당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이 이 대표의 위기관리 능력을 높이 사는 이유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재확산 추세로 국민의 불안감이 높았던 상황에서 의료계 파업 사태를 해결해 냈다. 4차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이 역대 최단기간에 국회 문턱을 넘게 한 일도 이 대표 리더십의 산물로 평가된다.


‘제2의 조국 사태’로 확전될 수 있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복무 특혜 논란에는 ‘검찰 수사 우선’ 기조를 고수, 야당의 공세를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추 장관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나온 자당 의원들의 설화 문제도 “과잉대응은 자제하라”는 지시로 해결, 리더십을 보여줬다.

결국 추 장관과 그의 아들은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민주당은 반격의 실마리를 찾았다.
 

▲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기민한 대처도 인상적이었다.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살 사건에 발 빠르게 대처한 일이 대표적이다. 당권 경쟁자였던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을 국민통합위원장직으로 임명해 선거 후유증을 미연에 차단했다.

‘이낙연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불리는 윤리감찰단은 이스타항공 대량 해고와 비리 의혹의 주역인 이상직 의원, 10억원대 재산을 숨긴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의원을 1차적 윤리감찰 대상으로 선정, 사태의 확전을 막았다.

결국 김 의원은 제명됐으며, 이 의원은 “선당후사의 자세로 더 이상 당에 폐를 끼치지 않겠다. 잠시 당을 떠나 있겠다”며 탈당했다.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은 당직 정지에 이어 당원권 정지가 결정됐다. 이 대표 특유의 ‘위기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양강 구도 속에서 ‘엎치락뒤치락’
대비되는 스타일, 민심 얻는 쪽은?

반면 이 지사는 특유의 날선 발언과 남들이 하지 않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강단으로 대권주자로서 폭발력 있는 모습을 보여 왔다. 대법원이 이 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지난 7월 이후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빠르게 이 대표를 따라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사법족쇄에서 벗어난 이 지사는 자신의 스타일을 유감없이 유권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18일 이 지사는 “국민의힘 소속 모 국회의원과 보수언론이 ‘이재명이 홍보비로 남경필의 2배를 썼다’ ‘지역화폐 기본소득 정책 홍보가 43%로 많다’ 등 홍보비가 과도하다고 비난한다”며 “음해 선동에 몰두하니 국민의힘이 아닌 국민의짐으로 조롱받는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지사의 이 같은 입장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경제를 포기했다”고 지적하자, 이 지사는 “유 전 의원이 경제 전문가라는 사실을 의심하게 할 정도로 그간 보수언론이 쏟아냈던 가짜뉴스를 그대로 옮기며 국민들을 오도하고 있어 참으로 우려스럽다”며 “가계 부채는 박근혜정부에서 비약적으로 증가했으니 박근혜(전 대통령)의 경제참모를 자처한 유 전 의원과 국민의힘은 반성부터 하는 것이 더 책임 있는 모습일 것”이라고 받아쳤다.
 

▲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 역시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크게 화제된 바 있다.

지난 국정감사는 ‘대권주자’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이 지사가 추진하고 있는 기본소득과 지역화폐의 효과, 정치 현안으로 떠오른 옵티머스 펀드 관련 청탁 의혹 등을 놓고 이 지사와 국민의힘 측이 종일 설전을 벌였다. 

공방의 연속이었다. 국민의힘 측은 이 지사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 사이에 벌어진 사건을 꺼내들었다. 앞서 조세연은 지역화폐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보고서를 발표, 이 지사와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이 지사는 조세연을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고 저격했다. 국민의힘 측은 이 사건을 ‘경기도판 분서갱유’라고 명명하고 국정감사에서 이를 지적했다. 그러나 이 지사는 표현이 과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조세연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다는 취지로 말하는 등 물러서지 않았다.

이 지사의 적극적인 변론은 한방을 준비하고 나온 국민의힘 의원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대선에 출마하느냐”는 국민의힘 측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며 웃어넘기는 여유를 보였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 국정감사의 최대 수혜자로 이 지사를 꼽는다.

관전 포인트②
호남 VS 경기

두 사람은 정치 기반도 다르다. 이 대표는 ‘호남’, 이 지사는 ‘경기’로 대표된다. 두 사람 모두 오랜 기간 해당 지역을 토대로 지금의 대권주자로 성장했다.

이 대표는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전남 영광 출생인 그는 제16대 국회부터 19대 국회까지 이 지역에서 내리 4선에 성공했다. 이후 지난 2014년 7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전남도지사를 역임했다.


많은 호남 인사들이 이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대표적으로 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꼽힌다. 그는 이 대표의 고향인 전남 영광의 현역 의원이다.

이 의원은 지난 6월 이 대표의 당내 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자 “동의하기 어렵다”며 “공개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많은 분들이 이 대표와 생각을 같이 하고 있다”고 지지를 보낸 바 있다. 이 대표가 당 대표로 당선된 후 등용한 민주당 박래용 메시지실장도 전남대를 나온 호남 인사다.
 

▲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이 대표는 ‘포스트 DJ(김대중)’로 주목받고 있다. 호남은 포스트 DJ의 부재로 대권 불임 지역으로 인식됐지만, 이 대표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호남 유권자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

그러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호남만으로는 대권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증명됐다. ‘호남 후보 필패론’이다.

역대 호남 출신 대통령은 DJ가 유일하다. 이후 4번의 대선이 치러졌지만, 호남 출신 대통령은 탄생하지 않았다. 대권주자마저도 가뭄이었다. 전북 순창 출신의 정동영 전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도전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대선까지 남은 기간 PK(부산·경남) 민심을 잡는 데 집중할 것이라 예상한다. ‘지역연합론’이다. 호남 기반을 토대로 PK 민심까지 잡는다면 대권에 성공할 수 있어서다. 


지역연합의 힘은 과거 DJ가 증명해냈다. DJ는 제15대 대선을 앞두고 충청의 맹주인 자유민주연합 김종필(JP) 총재와 DJP연합을 결성, 대권을 쥐는 데 성공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호남+PK’ 연합의 힘으로 당선됐다. 문 대통령의 당선도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세력인 호남의 힘과 PK 출신이라는 점이 만난 결과다. 

이낙연 ‘동진’ 이재명 ‘남진’‘엘리트 대 흙수저’ 프레임

PK와 연이 있는 정치인들이 ‘이낙연 체제’에서 약진하고 있다. 경남 창녕 출신의 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지난 8월부터 당 수석대변인, 부산 출신의 김영배 의원은 당대표 정무실장, 해운대여고와 부산대를 나온 한정애 의원은 당 정책위원회 의장으로 활동 중이다.

당 요직에 PK 인사가 다수 진출하는 것을 두고 정치권은 PK 민심잡기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지사는 탄탄한 수도권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성남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성남시립병원설립추진위원회 공동대표 등 성남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이 지사는 2010년 7월 성남시장으로 당선된 후 재선에 성공했다. 2018년 열린 6·13 지방선거에서는 경기도지사로 당선, 수도권 기반을 더욱 탄탄히 굳혔다. 

이 지사를 돕는 사람들 역시 대부분 경기도를 기반으로 한다. 원내 인사 중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경기도 양주시 최초의 4선 의원이다. 정 의원은 이 지사와 사법시험 동기이자 30년 지기로 유명하다. 

경기 수원병의 현역 재선 의원인 김영진 의원도 친이재명계로 통한다. 그는 현재 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다. 제20·21대 총선에서 경기 성남 분당을 지역 재선 의원으로 발돋움한 김병욱 의원도 친이재명계다. 성남은 이 지사와 인연이 깊은 지역이다. 

그 외에도 경기 광주을에서 재선에 성공한 임종성 의원, 경기도 안성 출신의 초선인 이규민 의원 역시 이 대표를 돕는 정치적 협력 라인으로 분류된다.

참모 라인도 경기도에 집중돼있다. 지난 2016년 이 지사와 함께 다니엘 라벤토스가 지은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를 공동번역한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은 이 지사의 정책 브레인으로 불린다.

그는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당선됐을 당시 인수위원장, 경기도지사로 당선됐을 당시 공동인수위원장을 맡았다. 조만간 이 지사의 대표정책인 ‘기본 시리즈(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를 구체화 할 예정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11월까지 경기도 대변인을 지낸 김용 전 대변인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성남시의원을 지냈다.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로 당선된 지난 2018년에는 선거조직 총괄을 맡으며 활약한 바 있다. 정진상 경기도 정책실장 역시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부터 함께했던 측근이다.

이 지사 역시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외연 확장에 힘쓰는 모습이다. 영·호남으로의 진출이다. 이는 최근 경기도 인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지사는 민주당 이재강 전 부산시당 비전위원장을 경기도 평화부시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부산 출신의 친문 인사다. 지난해 8월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원장으로 임명된 강위원 원장은 전남대를 나와 더불어광주연구원 원장을 지내는 등 광주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인사다.

관전 포인트③
동교동 VS 무계파

이 대표는 동교동계에 정치적 뿌리를 두고 있다. <동아일보> 기자 시절 동교동을 출입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 기간 DJ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했다. 동교동계인 민주당 설훈 의원은 이 대표가 동교동을 출입하던 시절부터 호형호제하던 사이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이 대표가 핵심 친문으로 거듭나기 힘들다고 진단한다. 

동교동계는 최근 민주당으로의 복당을 추진한 바 있다. 민주당 지도부와 복당 논의를 했다는 것. 그러나 지도부는 동교동계의 복당을 추진한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최고위원회의에서 “원로들은 원로답게 밖에서 민주당을 도울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친문 측은 동교동계 복당을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3월 동교동계 인사들은 당시 민주당 문재인 대표를 공격하며 집단 탈당한 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측에 대거 합류했다.
 

▲ ▲▲ 박래용 더불어민주당 메시지실장 ⓒ페이스북

이는 호남 세력이 민주당을 떠나는 결과를 불러왔고,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호남 참패를 맞았다. 친문과 동교동계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이 대표는 향후 두 계파의 갈등을 풀어야하는 숙제에 직면할 수 있다.

이 지사는 정치권의 대표적인 무계파 정치인이다. 이 지사 스스로도 자신은 ‘정치적 유산’이 없다고 밝혀왔다. 문 대통령과 맞붙은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 지사는 “나는 물려받은 정치적 유산도 세력도 없는 흙수저”라고 강조했다.

지난 829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지사는 이 대표와 약간의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이 대표와 친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전제한 이 지사는 “그 분(이낙연)은 엘리트 대학(서울대) 출신에 (<동아일보>)기자를 하시다가 (DJ에게) 발탁돼 국회의원을 하신 분”이라며 “나는 변방에서 흙수저 출신에 인권운동, 시민운동 하다가 (성남)시장을 한 게 전부”라고 평했다.

이 대표는 “그 당시에 다 어렵게 살았고 나도 가난한 농부의 7남매 중 장남으로 자랐다”며 엘리트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엘리트 대 흙수저’ 구도가 형성된 이상 두 사람이 대결을 펼치는 동안 이러한 프레임이 계속 언급될 것이라 예상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시동 건 ‘SK계’

정세균 국무총리의 측근 그룹인 ‘SK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SK계가 주축인 ‘광화문포럼’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광화문포럼은 지난 26일 오전 여의도 모처에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을 초청해 ‘10월 조찬 강연’을 열었다.

50여명의 현역 국회의원이 광화문포럼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포럼의 회장은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 운영위원장과 간사는 같은 당 이원욱 의원과 안호영 의원이 각각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잠룡으로 분류되는 정 총리가 광화문포럼의 활동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선 준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 총리 측은 “단순한 공부 모임에 불과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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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