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직격 인터뷰> ‘국민 엔돌핀’ 탁재훈의 예능론

놀림 당한 사람도 웃는 ‘선 타는 개그’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국내 예능계에 소위 ‘선비 정신’을 강요하는 시청자가 늘어나면서, 다소 가학적이고 강렬한 유머가 사라졌다. 윤리적인 면이 강화되는 대신 재미를 잃었다. 이른바 ‘착한 예능’이 대세로 자리매김한 현 방송가는 유튜브에 먹거리를 뺏기는 현실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서 홀로 빛나는 유머로 방송가를 휘젓는 이가 있으니, 바로 탁재훈이다. SBS <미운 우리 새끼>서의 활약상은 과거의 영광에 못지않다. <일요시사>는 탁재훈을 직접 만나 그가 가진 유머의 철학을 들어봤다. 
 

▲ 방송인 탁재훈 ⓒ고성준 기자

1975년 영국의 한스 코스터리츠 박사는 마약인 모르핀의 200배 성능을 가진 체내 모르핀을 발견했다. 그는 이를 두고 ‘엔돌핀’이라 명명했다. 자동적으로 생성되는 것이 아닌, 마음이 기쁘고 즐거워 웃음이 나올 때만 나오는 엔돌핀은 스트레스에 가장 좋은 치료제라 해서 천연 진통제라고도 한다. 

‘예능의 신’
유머 철학은?

가수이자 예능인 탁재훈은 방송에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을 웃긴다. 시청자들은 물론 같이 방송하는 사람들에게마저 폭발적인 웃음을 선사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천연진통제를 제공한 인물이지 않을까. 

국내 굴지의 의사보다 더 많은 이들에게 근심을 덜어주고, 통증을 막아준 탁재훈을 최근 경기도 일산의 한 커피숍서 만났다. MBN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이하 <우다사>) 촬영 전 만난 그는 여유가 몸에 베 있었다.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한편, 빈틈이 보일 때마다 유머를 던졌다. 

탁재훈의 인생은 롤러코스터나 다름없다. 30세 넘어서까지 이름 한 번 알리지 못한 무명가수 배성우에서, 그룹 ‘컨츄리꼬꼬’로 전향했으나 무려 8개월 동안 아무런 활동 없이 보내다 뒤늦게 유명세를 얻었다. 서른 넘어 인기를 얻은 이후 음악과 예능, 연기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트리플 엔터테이너’의 창시자로 꼽혔다. 


그러다 스포츠 토토로 인해 수많은 개그맨들이 활동을 중단할 때 같이 쓸려 나갔고, 그 과정서 이혼도 경험했다. 복귀 후 적지 않은 방송에 나왔지만, KBS2 <상상플러스>, MBC <뜨거운 형제> 시절 전성기에는 미치지 못하는 폼이었다. 그러다 최근 3년 전부터 이상민과 함께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의 ‘탁궁 조합’으로 조금씩 얼굴을 알리더니, 전체 예능 시청률 부동의 1위의 주역이 됐다. 

그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레전드로 회자 될 만큼 퍼포먼스가 독보적이다. 온라인서든 오프라인서든 그의 입담이 이야깃거리가 된다. <미우새>와 <우다사>에 고정으로 출연 중이며 MBC <트로트의 민족>에 출연을 앞두고 있다. 그를 향한 대중의 사랑이 높아지자 방송가는 물론 광고계서도 그를 주목하고 있다. 

“얼마 전에 막걸리 광고 하나 찍었어요. 요즘 사실 반응을 조금 실감하고 있어요. 이상해요. 코로나19 때문에 드라마든 예능이든 줄어드는 추세인데, 저는 일을 하잖아요. 다른 사람들 일할 때 저는 놀았고, 다른 사람들 일 안 할 때 저는 일하게 되더라고요. 요즘 많이 힘드신 것 같아요. 그런 중에 저 때문에 많이 웃었다던가 갈증이 확 풀렸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그런 말을 들으면 살아있다는 존재감도 느끼고, 그 자체만으로 기뻐요.”

“착한예능 재미없어…갈증 내가 해소”
‘악마의 재능’서 ‘천사의 재능’으로

그가 남들을 웃겨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배성우서 탁재훈으로 이름을 바꾸고, 컨츄리꼬꼬로 혜성같이 등장한 이후 그는 언제나 많은 사람의 웃음보를 터뜨렸다. 그러던 그도 한때는 재미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고, 게스트를 소홀히 대한다고 해 사람들로부터 비판을 받은 적도 있었다. 

“저는 늘 똑같았거든요. 예전에는 이렇게 반응이 있지는 않았어요. 때로는 게스트 얘기를 안 들어준다고 해서 욕을 먹기도 했었어요. 게스트가 목적이 있어서 프로그램에 나왔을 텐데 그러면 놀 준비를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 하면서 자기 얘기 안 들어준다고 뭐라 하기도 했었어요. 저는 ‘그러면 너는 나오지 마’라는 식이었죠. 그런 세월도 있었고, 한때 ‘내가 너무 독한건가?’라는 고민도 생겨 머뭇거렸던 시기도 있었어요. 그러다 <미우새>를 시작했고, 저는 하던 방식으로 투덜대고 했는데, 이제야 재밌다고 하네요. 사실 왜 그런지 잘 모르겠어요.”

이전까지 그에 대한 대중의 편견도 적지 않았다. 특히 성실 면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박했다. 남들을 잘 놀리는 유머 스타일도 매력적이지만, 일부에겐 불편함을 줄 만한 요소였다. 쉼 없이 투덜대지만, 여전히 강렬한 웃음을 가진 그에게 방송계는 ‘악마의 재능’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는 탁재훈 ⓒ고성준 기자

<미우새> 이후로 그에 대한 평가는 달라지고 있는 모양새다. 짜증스러운 모습은 더 많이 나오지만, 그 모든 것이 일종의 액션으로만 보인다. 이상민이 무언가를 제안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도울 뿐 아니라, 김종국과 김희철의 짓궂은 놀림에도 언제나 유연하게 받아친다. 나이와 무관하게 누구나 평등하게 대하는 태도가 <미우새>를 통해 전달된다. 웃기는 것뿐 아니라 탁재훈이라는 인간 자체가 가진 매력이 전달된다. 

이 정도면 악마의 재능이 아닌 ‘천사의 재능’이 요즘 그에게 더 어울리는 수식어이지 않을까. 날고 기는 예능인들이 그 앞에서는 웃기 바쁘다. JTBC <아는 형님>서 날아다니는 김희철도 탁재훈 앞에서는 웃는 리액션을 할 뿐이다. 지천명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젊은 감각의 유머를 구사하는 그다. 

“우리 모두 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지는 않잖아요. 저는 나이를 기준에 두고 만나지 않아요. 요즘도 뮤지나 유세윤 같이 어린 친구들이랑 놀아요. 걔네도 정말 재밌잖아요. 같이 깔깔대고 그러죠. 그런 생활패턴 덕분인 것 같아요. 여전히 저를 재밌게 봐주시는 건.”

아울러 요즘 방송계에는 힐링이 이어지고 있다. 요리와 여행, 부부, 집방 등 관찰예능을 중심으로 장르가 다변화되면서, 웃음보다는 의미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재미를 찾기는 어려워졌다. 

더 강하게
더 독하게

“방송을 쉬는 동안에 제가 느낀 건, 예능이 너무 재미없다는 거였어요. 시청자 관점서 예능이 너무 착해졌어요. 재미를 빼고, 무언가에 헌신하는 느낌이에요. 예능은 어차피 예능이잖아요. 사람들에게 메시지나 교훈을 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웃겨야 예능이 의미가 생기는 건데, 정말 웃기는 프로그램이 보이지 않았어요. 요즘 예능을 아이 아니면 아이돌이에요. 사람들이 진짜 웃음에 목말라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갈증을 제가 해소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제 개그가 잠깐이나마 속을 뻥 뚫어줬다는 말씀들을 해주세요. 저는 그저 기쁘죠.”

그의 개그는 스펙트럼이 넓다. 과거의 이야기를 흡입력 있게 풀어내는 재주는 물론, 순간적인 재치를 발휘하는 드립, 선을 완벽히 지키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상대를 놀리는 개그, 약간의 연기를 곁들인 능청, 예상을 뒤엎는 아이디어까지, 다양하다. 가끔은 슬랩스틱 개그도 한다.

어떤 방식이든 폭발력이 있다. 웃기는 방면에서 무기가 차고 넘친다. 

“요즘 선 넘는 개그가 일종의 유행인데, 저는 선을 탄다고 생각해요. 선을 타는 것은 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재밌는 거예요. 놀림을 받는 사람도 웃게 되는 거죠. 공감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차이인데, 선을 넘는 개그는 ‘나도 아는 얘기를 뭐 이렇게까지 하냐’라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선을 타는 개그는 웃게 되는 거고요.”
 

▲ ⓒ고성준 기자

선을 타는 개그의 예는 대략 이렇다. 엠넷 <음악의 신2>서 비서로 나온 김가은의 패션이 다소 독특했다. 속옷을 밖으로 꺼내 입은 느낌이었다. 이를 캐치한 탁재훈은 한참 뜸을 들이더니 “이런 말 해줘야 할 것 같아서. 너 속옷을 밖으로 꺼내 입은 것 같은데. 너 왜 이렇게 정신이 없어 화장실 가서 갈아입고 와”라고 했다.

김가은은 물론 옆에 있던 윤채경과 이수민, 김소희도 덩달아 터졌다. 

“만약 거기서 제가 가은이를 빤히 보고 그런 말을 했다면, 지적질이나 성추행처럼 보였을 수도 있어요. 근데 안 보는 척 부끄러운 척하면서 말을 해요. 말과 리액션이 상황을 묘하게 만든 거죠. 그 인위적인 모습이 개그를 풍성하게 만든다고 봐요. ‘파바바박’ 치는 게 아니라 호흡이 있으면서. 사실 제 개그에 그런 액션이 다 녹아있어요.”


또 다른 역량은 짠 개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준비된 모습이 느껴지지 않는다. 동물적으로 순간을 포착하는 짐승의 면모만 보인다. 

“그 순간을 놓치면 웃기는 타이밍을 놓치는 거잖아요. 언제나 상황에 집중해요. 경청하면서, 상대를 늘 관찰하고 주시해요. 평소에도 특이한 캐릭터가 보이면 괜히 더 말 붙이고, 그걸 체화하기도 하죠. 집중하는 덕분에 특정한 순간을 잘 잡아내는 것 같아요.”

동물적 감각 
천부적 재능

매번 이렇게 웃길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그는 스스로 건강한 멘탈이라고 답했다. 건강한 멘탈의 비결은 ‘안 되면 말고’ 정신이다. 늘 최선은 다하되, 결과에 얽매이지 않는 것. 결과가 좋지 않더라고 훌훌 털어버리는 게 그의 건강한 멘탈의 비결이라고. 

“사람이 열심히 해도 결과가 안 좋을 수 있잖아요. ‘안 되면 말고’라고 말하는 사람도 속상할테 지만, 그걸 빨리 잊어야지 언제까지 잡고 있을 거예요. 안 됐다고 죽을 거예요? 아니잖아요. 멘탈 잡고 다시 열심히 해서 극복해야죠.”

그 ‘안 되면 말고’의 정신이 컨츄리꼬꼬를 탄생시켰다고 한다. 신정환과의 결합 자체가 못 미더웠던 그가 미루고 미루다 결성한 컨츄리꼬꼬는 무려 8개월 동안 아무런 스케줄을 잡지 못했다. 그룹도 결성하고 노래도 나왔는데, 불러주는 곳이 없었다. 그러다 겨우 하나 잡힌 곳이 SBS <좋은 친구들>이었다. 


“그때 컨츄리꼬꼬를 접기로 하고 나간 거였어요. 기분이 어떻겠어요. 정환이한테 ‘마지막 스케줄인데 하고 싶은 대로 하자’고 하고 나갔어요. 녹화 켜지자마자 정말 막 했죠. ‘뭐 저런 XX들이 다 있어?’라고 하는 느낌이었어요. 방청객도 빵빵 터지고요. 그렇게 마무리하고 가는데 한 번 더 출연해달라는 전화가 왔어요. 또 가서 또 터뜨렸죠. 방송 나가고부터 다른 프로그램 섭외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죠. 사실 그때 결과에 얽매여 있었다면, 거기서 그렇게 웃기지 못했을 거예요.”

어쩌면 잃어버릴 수 있었던 레전드는 그렇게 우연한 곳에서 탄생했다. 오랜 파트너였던 신정환과 그야말로 최고의 전성기를 이룬다. 음악과 예능, 영화 등 등장하는 곳마다 관심을 끌었다. 그러던 중 동료 신정환이 도박한 후 거짓말을 한 것이 도마 위에 오른다. 탁재훈과 함께 예능 전성시대를 이끈 신정환은 현재 방송에 얼굴을 못 비치고 있다. 
 

“한 달 전에도 만났어요. 여전히 웃기고 있어요. 정환이랑 저랑 개그의 결이 가장 비슷한 거 같아요. 걔는 아직 시동이 더 필요해요. 엠넷 <악마의 재능>은 너무 다급하게 복귀하려다, 전반적으로 부족했고, <아는형님> 때는 정환이가 너무 위축된 상태로 나가서… 좀 시동도 걸리고 예열이 되면, 예전처럼 웃길 거 같아요.”

그러면서 신정환에게 전한 복귀 시나리오를 전했다. 

“사실 걔가 죄를 짓는 과정서 웃음 포인트가 너무 많았어요. 뎅기열 사진에 누워있는 모습도 그렇고, 공항서 입은 패딩도 웃기잖아요. 뭐 그런 걸 입어서. 정환이한테 말했어요. 공항 장면을 그대로 만들라고요. 기자들도 세팅해서 플래시 터트리고, 그때처럼 포토라인서 인사를 하라고요. 인사를 90도로 하면 모자가 내려오는데 거기서 칩이 후드득 쏟아지는 거예요. 그럼 정환이는 그 칩을 주섬주섬 줍는 거예요. 그거 한 방이면 끝난다고 했어요. 아마 그 짤은 영원할 거예요.”

그러면서 조심스레 신정환의 복귀에 대한 진심을 전했다. 

그가 전한 신정환 복귀 시나리오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싶고 싶다”

“팔이 안으로 굽는 얘기이긴 할 텐데, 정환이가 잘한 건 아니지만 누구 등쳐먹으려고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잖아요. 잘못한 게 있고, 그게 알려지는 게 두려운 상황서 한 거짓말이잖아요. 잘한 건 아니지만, 이해되는 부분도 조금은 있잖아요. 이런 상황이 더 오래가지 않았으면 하는 게 형으로서 바람이에요.”

이른바 ‘돌아온 싱글’의 대표주자인 그에게 방송가는 연인을 붙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MBN <최고의 한 방>서도 소개팅을 주선했고, 본격 연애 방송인 <우다사>의 터줏대감인 그다. 시즌3부터는 오현경과 돌싱편 ‘우리 결혼했어요’를 찍고 있다. 

“사실 연애는 잘 모르겠어요. 신경 잘 안 쓰는 편이에요. 연애라는 게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하잖아요. 시간도 그렇고 저는 나이도 있으니까 돈도 좀 써야죠. 사실 저는 혼자 있는 거에 익숙한 편이에요. 지금은 생각이 많지 않지만, 누군가와 스파크 튀기면 잘 될 수도 있겠죠. 아직 적극적으로 꽂히려고 하지 않아요. 정신이 너무 멀쩡해요. <우다사>서 오현경씨와는 즐겁게 촬영하고 있어요. 매력적이고요. 아직 촬영 초기고, 카메라가 있어서 진짜로 뭐가 튀긴 건 아니지만, 현경씨가 좋은 사람인 건 분명해요.”

웃기는 것 뿐 아니라 노래에도 소질이 있는 그는 새로운 음반을 준비 중이다. 썩히기엔 너무 아까운 재능이라는 게 그의 속내다. <미우새>서 이상민에게 프로듀싱을 부탁하는 장면도 나왔다. 
 

“현재 준비중이기는 한데, 구체적으로 나온 건 없어요. 이 나이에 댄스를 할 수는 없을 것 같고 발라드나 느린 템포가 될 것 같기는 한데, 트로트가 워낙 강세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이상민이 직접 프로듀싱은 안 해요. 그건 설정이에요.”

아직도 재능이 넘치는 그이지만 최근 들어 갱년기에 대해 고민이 있다고 털어놨다. 예전 같지 않은 몸 상태도 그렇고, 가끔 울적함에 빠지기도 한다고. 

“텐션이 예전처럼 높지 않아요. 저의 삶의 루틴을 바꿔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어요. 계속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싶은데, 기운도 점점 떨어지고 그래요. 남들한테 티를 내지는 않지만, 분명 힘든 점이 있거든요. 이걸 잘 관리하고 극복하고 싶어요.”

무려 20년 동안 국내 예능계의 정점에 있는 그다. 지금도 누군가에게 웃음을 주고 있는 그의 삶의 철학은 ‘남에게 해 끼치지 않고 살기’다. 

건강한 멘탈 
안 되면 말고∼

“독하고 나쁜 애들이 잘사는 게 세상이더라고요. 정말 착한 애들은 사고가 나거나 일찍 죽어요. 진짜 그렇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나쁜 인간처럼 살고 싶지 않아요. 남한테 피해 주면서까지 뭘 차지하고 싶지 않아요. 결국 그렇게 욕심부려봤자, 다 똑같더라고요. 그런 믿음을 갖고 살아요요. 나쁘게 살면 벌 받는다는 것. 저는 정말 착하게 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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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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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