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특별대담> “DJ였더라면…” ‘대북정책 논하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9.28 09:34:38
  • 호수 12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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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였다면 달랐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민족 대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그간의 안부를 묻는 뜻깊은 시간이다. 그러나 북녘에 고향을 둔 이산가족과 실향민들에게 추석은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크게 느끼는 날이다. 
 

▲ 일요시사와 특별대담 갖는 정동영 전 대표

올해는 9·19평양공동선언 2주년,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이 되는 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정일과,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과 악수를 나누며 평화를 약속했다. 평화의 시대는 그렇게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듯 보였다. 그러나 북한은 이내 합의 내용을 무색케 하는 도발로 한반도 긴장상태를 고조시키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 측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피격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한반도 종전선언을 외쳤던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일요시사>는 지난 22일 참여정부서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을 만나 북한의 진의와 문재인정부의 문제점에 대해 진단했다.

다음은 정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2020년은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입니다.

▲2019년에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만큼 무서운 바이러스가 1945년부터 한반도에 존재해왔습니다. 바로 분단 바이러스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지난 75년 동안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6·15선언은 이러한 분단 바이러스를 뚫고 지난 2000년에 처음으로 남북이 공식적으로 손을 잡은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6·15선언의 역사적 의미는 무엇입니까?


▲분단의 역사는 6·15선언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습니다. 6·15선언 이전의 남북관계는 증오입니다. 피를 나눈 형제인데, 서로 죽고 죽였던 근친 증오입니다. 반면 6·15선언 이후는 화해와 협력입니다. 시대의 구분점이라는 측면서 6·15선언은 역사적으로 아주 의미가 큽니다.

-6·15선언 이후 9·19평양공동선언도 있었지만, 현재 남북관계는 여전히 긴장상태입니다.

▲여러 요소가 있지만, 핵심은 정치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리더십이겠죠. 독일은 1970년에 6·15선언처럼 동서독 정상이 손을 잡고, 20년 만에 통일을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6·15선언에 머물러 있습니다. 대결과 적대를 끝내고 화해와 협력으로 가자는 메시지는 독일과 우리나라 모두 같습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 이후 4명의 지도자가 나왔지만, 아직도 제자리입니다. 정치와 리더십의 결함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고성준 기자

-북한은 6·15선언 20주년 다음날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소식을 접하고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북한이 절박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를 쳐다봐라, 그런 뜻 아니겠습니까. 다분히 시위성입니다.

-무엇에 대한 시위라고 생각하십니까.

▲폭파 이전에 9·19선언이 있었습니다.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 문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백두산에 올라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손도 잡았습니다. 감동적인 이벤트였습니다. 합의도 훌륭했습니다. 상응하는 조치가 이루어지면, 연변 핵단지를 폐기하겠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 올렸던 동창리도 폐기하겠다, 군사합의를 통해 비무장지대(DMZ)의 감시초소(GP)도 철수하고, 유해 발굴도 하고, 또 공동경비구역(JSA)을 비무장화하겠다, 얼마나 훌륭한 합의입니까.


그러나 합의서만 있습니다. 일부 진전은 있지만, 획기적인 합의 내용에 비해 미미합니다. 연락사무소 폭파는 여기에 대한 항변이라고 이해합니다. 북한이 ‘내가 판을 깰 수도 있어’라고 외치는 메시지입니다.

6·15 20주년, 여전히 답보
‘한국판 3통’ 실천이 답이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 일이 남북관계를 어렵게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물론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에게 원인이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와 김정은 탓만 하면 우리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구경꾼이 아닙니다. 한반도는 우리의 땅입니다. 북미와 남북은 한반도 평화의 두 축입니다만, 한반도 내에서는 북미 당사자성보다 남북 당사자성이 더욱 크지 않겠습니까. 어디가 더 중심이냐, 주축은 남북입니다.

-탈북자 시민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까요. 분별없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적대와 증오의 시기에는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6·15선언을 통해 일단 손을 잡았지 않습니까. 대북전단 살포는 1990년 남북기본합의서에도 역행합니다. 심지어 남북기본합의서는 노태우정부, 즉 보수정부 때 일입니다.

그때 남북이 합의한 사항이 무엇입니까.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것이 첫 번째 조항입니다. 그런데 탈북자들이 전단지에 뭐라고 썼습니까. 갖은 욕설로 ‘북한을 파괴하자’고 썼습니다. 이는 남북합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내용입니다.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 붕괴론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북한 붕괴론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각광받았는데, 기본적으로 탈북자들과 생각의 궤가 같습니다. 북한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허상에 사로잡힌 사람들입니다. 붕괴론이 나온 지 수십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북한은 살아있는 체제입니다. 대북전단 살포는 강하게 막아야 합니다. 남북교류협력법에도 위반됩니다. 법적 근거가 있는데 왜 이렇게 미온적으로 대처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국정원은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이 권한 일부를 이양 받아 사실상 2인자로 위임통치에 나섰다고 밝혔습니다. 남북 대화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이 세상에 변화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김일성에서 김정일, 김정은으로 체제가 이어지며 계속 변해왔다고 봐야겠죠. 놀라운 점은 동유럽 사회주의가 모두 해체된 상황에서 북한만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보면 한민족이 지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는 긍정적인 측면서 민주화와 산업화를 맨손으로 일궈내지 않았습니까. 북한은 아직도 공산당 1당 독재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지독한 체제입니다.
 


-우리 정부가 어떻게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1990년 기본합의서, 6·15선언, 9·19선언으로 이미 방법은 다 나왔습니다. 실천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정부는 돌파력·실천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창의적으로 돌파하라, 그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남북관계에서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진단하십니까. 

▲한국판 3통(통상·통행·통신)의 실천입니다. 자유롭게 장사하고, 왕래하며, 전화도 주고받자는 겁니다. 3통은 대만이 중국을 상대로 먼저 했습니다. 마카오를 경유하는 소3통을 하다가 직접 중국과 교류하는 대3통으로 전환해 성공을 거뒀습니다. 우리도 북한과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한국판 3통을 먼저 실현하면, 통일은 그 뒤에 따라옵니다. ‘지금 당장 어떤 식으로 통일할까’는 공허한 논쟁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유왕래의 시기를 앞당기는 일입니다. 

-통일부 장관(2004∼2005년)이던 시절 방북의 길을 크게 열어줬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독일은 통일을 위해 ‘작은 발걸음’ 정책을 내걸었습니다. 이는 접촉을 통한 변화입니다. 만나면 변화한다는 뜻이죠. 그래서 통일부 장관이던 시절 한국판 작은 발걸음 정책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북으로 가는 문턱을 없애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허가를 받지 않고 북한에 갔다 오면 국가보안법 위반입니다. 문익환 목사가 대표적입니다. 이것부터 뚫어야 한다, 그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남과 북이 서로 못 만나는데 어떻게 통일을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2~3주씩 걸리게 되는 금강산 관광객 신원조회를 없앴습니다.


-당시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방북 승인 건으로 국회서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 한총련이 북한에 갔다 오겠다고 찾아왔습니다. 이전에 대법원은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판결했습니다. 실정법을 위반한 단체이지만, 보내줬습니다. 남북교류협력법을 보면, 인적·물적 왕래에 대한 승인 권한은 통일부 장관에게 있습니다. 정부조직법 상 방북 승인 권한은 법무부·국정원이 아니라 통일부 장관에게 있습니다. 책임은 내가 지겠다, 그래서 보냈습니다.

다만, 북한에 가서 복잡한 일이 생기면 남북관계에 악영향은 물론, 우리나라 내부서 논란이 생길 수 있으니, 돌출 행동은 하지 말고 조용히 갔다 오라고 당부했습니다. 나야 장관을 그만두면 끝이지만,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한총련은 잘 갔다 왔습니다. 또 이적단체로 판결난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도 찾아와서 방북을 승인해줬습니다.
 

-방북했을 때 북한 체제에 동조하는 식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자신감을 가져도 됩니다. 우리나라 국민 중에 북한에게 넘어가 거기에 눌러 살 사람은 없습니다. 한총련과 범민련의 방북을 승인한 이유는 우리나라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감을 갖고 접촉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합니다.

▲세상은 이미 법보다 훨씬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의 기준으로 보면, DJ-김정일 정상회담은 DJ가 적의 수괴와 회합하고, 합의한 것 아닙니까? 물론 국가보안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아직 우리나라에 많이 있습니다만,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현상 유지가 아니라 현상을 열어가는 자세입니다. 내가 자부심을 갖는 부분은 통일부 장관을 했던 1년 동안 분단 이후에 최다 인원이 북한을 방문했다는 점입니다.

한총련 방북 일화 공개
통일교육? 조희연 만나

6·25전쟁이 끝나고 2000년까지 50년 동안 2500명이 북한을 방문했는데, 2005년도에 10만명이 됐습니다. 금강산 관광객 200만명을 뺀 수치입니다. 양이 질을 변화시킨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75년 동안 북남동서 중 북쪽으로만 가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이제는 열어줘야 합니다. 사실상의 통일을 앞당기자, 자유왕래가 통일이다, 법률적·제도적·정치적 통일은 그 뒤에 오면 된다고 말씀드립니다.

-세대가 지나면서 통일을 염원하는 목소리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습니다. 통일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중요한 지적을 하셨습니다. 민주정부임에도 통일교육이 없습니다. 어른들도 북한에 대해 잘 모르는데, 학생들은 어떻겠습니까? 말 그대로 백지 상태입니다. 통일교육 부재 상태서 미디어를 통해 북한을 보는데, 뭘 보겠습니까? 미사일 발사, 핵실험과 같이 부정적인 것들 투성입니다.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교재가 필요한데, 사실 어제(지난 21일) 일이 있어 서울에 갔다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만났습니다. 만나서 저와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둘이서 책임감수를 해 만든 책을 보여주며 서울시교육감 인정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미 대선이 6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남북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미 대선에서 트럼프와 바이든 중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확고한 실천 의지입니다. 절대 트럼프나 바이든을 따라가면 안 됩니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트럼프를 따라가지 않았습니까. 남북관계가 트럼프를 끌고 갔어야 하는데, 그 점이 안타깝습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한반도 운전자론’입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2018년 6월에 싱가폴서 ‘새로운 북미관계수립’을 약속했습니다. 이를 위해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고, 북한은 한반도를 비핵화하겠다는 좋은 합의를 했습니다. 바로 실천에 들어갔어야죠. 우리 대통령이 미국에게 북한을 견인해 비핵화로 이끌 테니 도와 달라, 트럼프가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있도록 앞장섰어야 합니다. DJ였다면 그렇게 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 뒤에 한미워킹그룹이 탄생해 시간을 끌면서 합의가 빛을 바랬습니다. 기다리라는 ‘속도조절론’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생각일 뿐입니다.

-두 후보를 비교한다면?

▲트럼프는 국회 본회의장에 연설 왔을 때 봤고, 바이든은 상원외교위원장이던 시절 다보스 포럼에서 만나 두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던 적이 있습니다. 바이든은 한반도 상황에 대해 비교적 많이 알고 있습니다. 반면 트럼프는 동북아 전략이나 한반도에 대해 잘 모릅니다. 다만, 바이든이 최근 기자회견서 오바마를 계승하겠다고 말했는데, 굉장히 위험하단 생각입니다.

오바마의 대한반도 정책은 ‘전략적 인내’라고 그럴듯하게 포장했지만, 결국 무시와 방치였습니다. 우리 입장에선 최악의 정책입니다. 이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원했기 때문입니다. 바이든은 오바마가 아닌 클린턴의 인게이지먼트 폴리시(포용정책, engagement policy)를 계승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추석을 맞은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성경의 말씀이 있지 않습니까. 코로나도 끝이 있을 겁니다. 캄캄한 터널 속에 있지만, 터널이 끝나는 날은 다가오고 있습니다. 힘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코로나로 잃은 것이 크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과 지혜도 쌓였다고 봅니다. ‘희망을 버리지 말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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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